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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도종환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이해는 하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아픈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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