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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황동규 - 조그만 사랑 노래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도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참, 사랑이란.....
오나가나 애물단지다.
나이와 상관없고, 성별과 상관없고, 국적과 상관없이 사랑은 온천지에
공평하게 번진다. 바이러스처럼...
수많은 변종을 품은 채....

사랑한다고 혼자서 열번만 되뇌인 뒤 처음 만난 사람을 쳐다보면
사랑에 빠지게 될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저 들판에 버려진 눈처럼 널 사랑한다.
짓밟아 더럽혀지도록 방치해둔 채
봄 햇살 눈물 되어 녹아내리도록
첫 눈 내린 옥상 지긋이 밟아본 그 기억처럼
흘러내린 피 한 방울처럼
가슴 설레던 기억으로 사랑이여.....

때묻은 사랑도 값싸게 받아주시려는지...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사랑은 눈물되어 저문 땅을 적신다.

난 이미 더럽다.
어런더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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