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낮

- 파블로 네루다

헤아릴 수 없는 수난과 잿빛 꿈을 가진
창백한 겉옷을 입는다. 틀림없는 수행원.
혼자서 살아가는 쇠의 바람,
배고픔이라는 옷을 입은 하인.
나무 밑의 시원함 속에서,
꽃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해주는 태양의 정수 속에서,
황금 같은 내 피부에 쾌락이 찾아오면,
호랑이의 발을 가진 산호 유령인 당신,
장례의 시간, 불타는 결합인 당신,
내가 사는 이 땅을 정탐한다,
약간은 떨고 있는 당신의 달빛 槍을 가지고.

그 어느 날이건 텅 빈 정오가 지나가는 창문은
날개에 풍성한 바람을 갖게 되는 법.
광풍은 옷을 부풀리고 꿈은 모자를 부풀리고,
절정에 달한 벌 한 마리 쉬지 않고 타오른다.
그런데, 그 어떤 예기치 못한 발자국이 길을 삐걱대게 할까?
음산한 역의 저 증기는, 해맑은 저 얼굴은,
게다가, 이삭 실은 낡은 마차가 내는 저 소리는?
아! 흐느끼는 물결, 물결, 조각난 소금, 소금,
날 듯 흘러가는 천상의 사랑 시간,
이들 모두는 나그네의 목소리, 기다리는 공간을 가졌다.

걸어온 모든 길, 막연한 희망,
어둠과 뒤섞인 타고난 희망,
마음을 찢을 듯이 달콤한 현존,
맑은 결, 꽃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날들,
나의 짧은 실존과 연약한 산물 뒤에 무엇이 남는 걸까?
나의 노란 침대, 부서진 나의 존재와
누가 같이 있지 않으며 동시에 함께 하지 않는 걸까?
튀려는 마음. 나는 밀대로 만든 화살을 갖고 있다.
연약한 심장 소리, 물로 된 끈질긴 소리는,
영원히 깨어지는 어떤 것처럼,
내 이별의 밑바닥을 지나가고,
나의 힘을 끄고 나의 비탄을 퍼뜨린다.

* 네루다가 사랑했던 여인 조시 블리스와 헤어진 뒤 읇은 사랑의 노래




같은 유럽에서 파생된 말이라도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에서는 독특한 리듬을 느낄 수가 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시라는 것을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되고부터는 낭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요사이에도 가끔 아나운서나 성우들 혹은 인기몰이를 타고 연예인들이 낭송하는 시를 듣게 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어쩐지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은 것 같은 이물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도 낭송하는 것을 꼭 들어보고 싶은 시 중에 하나다. 이 시는 당연히 연시다. 그것도 아주 비탄으로 가득한.... 스페인 혈족의 피가 흐르는 심장은 이토록 뜨겁다. 마치 투우장에 들어선 검은 황소의 뿔처럼 힘차고 우뚝하다. 그리고 에로틱하다. 거친 호흡이 연상되고, 갈색 피부에서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이 연상된다. 마치 시인이 직접 여인의 가슴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유방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이 시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동시에 소리로 들어야 한다. 분명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이 순간, 시는 리듬이자 노래이고, 동시에 신음이며 호흡이 된다.

비바,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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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