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와(望瓦) 

- 강은교

한 어둠은 엎드려 있고
한 어둠은 그 옆에 엉거주춤 서 있다
언제 두 어둠이 한데 마주보며 앉을까
또는 한데 허리를 얹을까

*

가끔 내 안의 또다른 나와 분투를 벌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다투는 건 아니어도 우리는 매순간 수많은 생각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또다른 나와 그 또다른 나를 의식하며 존재하고 있는 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몰한다. 우리가 프로이트에게 고마워 해야 할 것은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더이상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악귀나 악령이 아니라 그 어둠조차 또한 나라는 것을 긍정할 수 있도록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강은교 시인의 <망와(望瓦)>에서 어둠은 서로 포개어진 기와 한 쌍이란 점에서 같은 존재이면서 개별적으로 호명된다. 이 어둠들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남녀일수도 있고,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엎드려 있는 기와와 엉거주춤 서 있는 기와는 아직 포개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가끔 이 시를 아무 이유나 근거도 없이 '
현실 속에서 권력을 지닌 자들이 어깨를 겯는 어둠의 연대'를 연상하여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서로의 잇속을 챙기는 일에 그들은 어쩌면 그리도 빠짐없이 일사불란한 한통속인지 말이다. 시는 짧다. 긴 시도 세상에 비하면 여전히 짧다.  무망하여 무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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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