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 김영승


아무도 없는 곳
그게 유토피아고
아방가르드다

오늘은 청명(淸明)이고 내일은 한식(寒食)

공주횟집 진열장엔 산낙지 15,000원이라고
써 있다

나는 나의 심야(深夜)산책을 재개(再開)하고

걷고 또 걸어서
연수성당 뒷길

여성회관 옆 조일사 건물을 훤히
쓰윽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 2층 짜리 낡은 건물 옥상엔
역시 아무도 없다

불량(不良) 청소년들도
오지 않는
적막강산(寂寞江山)

― 그렇다고 산낙지가 어떻게 한 접시에 15,000원이냐?

낙지 한 마리 없는 옥상(屋上)은
칠흑의 심해(深海)

멀리 아파트가 인공어초(人工魚礁) 같고

여자(女子)들은 다 아전인수(我田引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출처 : 문학들, 2008년 가을호(통권 13호)

*


김영승 시인의 <아방가르드>는 첫 구절만으로 이미 시가 되었다. 그러므로 뒷이야기는 묘사지만 묘사가 아니라 진술이다. 인공어초, 칠흑 같은 심해에 살면서도 제 논에만 물 대려는 것이 어디 여자들뿐일까. “아무도 없는 곳/ 그게 유토피아고/ 아방가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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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