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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취미/실용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웹로그 탄생 10주년

2007년은 인터넷, 웹, 사이버공간의 역사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10년이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뒤이어 수소폭탄을 개발할 때까지도 미국은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해나가는 우위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뒤이어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1957년 10월 4일엔 미국보다 앞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미국은 우주를 제압당했다는 공포와 소련이 발사에 성공한 로켓에 대륙간핵탄두미사일(ICBM)을 이용해 선제공격을 가해올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공황’에 빠졌다.

1958년 미국 국방부는 소련의 선제 핵공격 뒤에도 살아남아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통신과 정보전달 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첨단연구계획국(ARPA : Adve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을 신설했다. ARPA는 메인컴퓨터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보조컴퓨터를 연결해 선제 핵공격으로 한두 곳의 컴퓨터가 파괴되더라도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곳의 컴퓨터를 작동시켜 정상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제안했다. 이 같은 공포는 최근의 영화들 <트랜스포머>, <다이하드 4>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당한 뒤 단파 무선을 이용하거나 아날로그적 액션을 통해 반격하는 형태로 무한 반복된다.

비록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출발한 연구와 노력이었지만 결과는 세계 인류를 컴퓨터 앞에서 지구촌 마을(earth village)의 주민으로 만들었다. 1991년 제네바에 소재한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팀 버너스 리에 월드와이드웹(WWW : World Wide Web)의 형태로 현실화된다. 이후 월드와이드웹은 네트워크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전달 기능을 충족시키며 발전해왔다.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던 기술진들을 중심으로 1994년 ‘넷스케이프’사가 창립되었고, 이들을 통해 출시된 상용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개막되었다. 인터넷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1997년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블로그(blog)’라 부르는 ‘웹+로그(weblog)’가 탄생했다. 2007년은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만의 홈페이지로 이용하고 있는 블로그가 탄생한지 10주년이다.

 

새로운 것이 새롭게 존재할 틈을 주지 않는 속도의 시대

『블로그』의 저자, 레베카 블러드(Rebecca Blood)는 지난 1999년 4월부터 <레베카의 포켓(www.rebeccablood.net)>이라는 대중적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 자신이 블로깅(blogging)을 즐기는 블로거(bloger)다. 『블로그』는 원제명 『The Weblog Handbook : Practical Advice on Creating and Maintaining Your Blog』란 이름처럼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지속하는 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실질적인 문제와 태도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인터넷 세상은 불과 20~30년의 짧은 역사적 체험이었지만, 급속한 기술발전과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새로운 것’이란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이미 ‘낡은 것’이 되어 있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광(光)랜(LAN)’ 스피드의 시대는 ‘남겨진 시간의 넉넉함’을 의미하는 여유(餘裕) 속에서만 가능한 ‘성찰’적 사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유하기 이전에 빠르게 달아나는 속도와 변화를 쫓아가기도 바쁘다. 이른바 ‘웹1.0’의 사유에 도달하기도 전에 기술은 이미 ‘웹2.0’으로 달아나면서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외친다.

비록 2002년에 나와서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어느새 낡은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블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웹1.0의 시대,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웹페이지 혹은 DB형태의 게시판을 통해 텍스트를 올렸고, 사람들은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듯 그 사이트 속에 구축된 정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공간 속에서 자신의 회원이나 지인들에게 자신이 업데이트한 내용이나 정보를 이메일의 형태, 메일진(mail-zine)의 형태로 알렸다. 아니면 자신이 즐겨찾기한 웹 사이트의 URL을 북마크로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은 그것을 좀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HTML같은 복잡한 코딩 과정을 통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링크를 걸고, 메일을 띄우지 않더라도 자신의 텍스트를 타인에게 읽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했다. 그 결과 출현한 것이 바로 ‘블로그’다.

본래 로그(log)란 말이 ‘일지(日誌)’란 뜻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초기의 단순한 블로그들은 매일매일 쓰는 일기처럼 구성되거나 자신이 웹서핑 중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긁어모은 자료들을 한데 모은 노트북형(notebooks) 블로그가 대다수였다. 초기 블로거들은 블로그를 일종의 개인적인 일기로 생각했기 때문에 링크나 태그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제, 다시 말해 자신의 글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접하게 될 <온라인저널>, <1인 미디어>로서의 속성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날 블로그가 <일인 미디어>로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포털사이트 혹은 블로그와 블로그를 연결해주는 메타 블로그의 역할 때문이다. 하나의 블로그에 올라간 페이퍼는 링크와 태그를 통해 무수하게 많은 블로거들과 연결된다. A가 올린 페이퍼에 B가 태그와 링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다시 C가 이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첨언할 수 있다. 한 개인은 작은 존재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인터넷 세상의 여론이 형성되고, 이같은 여론은 다시 오프라인 세상에 반영된다.

 

왜 블로그인가?

레베카 블러드는 블로거들에게 묻는다. 왜 블로그인가? 그는 “블로그는 좋은 작가를 만든다. 블로그는 자의식을 형성한다. 블로그는 비평가를 만든다. 블로그는 평판을 구축한다. 블로그는 기업 내 결합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면 글을 되는 대로 쓰는 것은 쉽지만, 블로거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매일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매일 같이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무언가 쓰기 위해선 무언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블로거는 그 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비판적인 사고를 담아 글을 쓰다보니 그 나름의 평판이 구축된다. 다른 말로 명성자본을 축적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명성자본이 축적되다 보면 레베카 블러드처럼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과 다른 탁월한 글쟁이, 탁월한 블로거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레베카 블러드는 우선 자신이 블로그를 하는 목적을 명확히 하라고 설정하라고 말한다. 반드시 구체적일 필요는 없지만 블로그를 통해 친구 및 가족과 연락을 지속하거나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거나 여론에 영향을 주거나 심리치료방법을 공유하거나 무엇이 되었든 꾸준하게 지속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만 계속 블로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독자는 이름 모를 다양한 블로거들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의 독자다. 그 사람만이 자신의 사이트를 가장 흥미롭고, 신선하며 멋진 사이트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한 사람의 독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남의 글을 링크시키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글(링크)을 검토한 뒤 자신만의 완성도 높은 에세이로 발전시키는 도전을 한다. 또 한 가지 주제만으로 작업을 지속한다면 스스로도 지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 탁월한 블로거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관대해지자'고 말한다. 

 

블로거로 살아가기, 블로거로 처신하기

레베카 블러드의 『블로그』는 이 처럼 단순히 블로그란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자신의 블로그 한 둘쯤 가지고 있는 시대에 자신의 블로그를 좀더 의미있게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마음가짐을 일러주는 책이다. 이것은 반드시 블로그 커뮤니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끊임없이 읽고,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해볼 만한 것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1) 다른 블로그 공격하기 - 다른 블로거들을 관심을 끄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인의 블로그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받는 희생자가 블로그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일지라도 이 같은 행위는 별로 권장할 만한 행동이 아니며 그 결과 당신의 악명도 높아질 것이다. 블로그 커뮤니티는 일종의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중한 반대의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개인적인 공격은 멍청한 일이며 그 같은 일에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 불꽃 공방에 대해선 무시하라 - 블로그 커뮤니티의 논쟁은 마른 덤불에 불 붙듯 신속하고 화끈하다. 블로그 불꽃공방에 대한 내 대응책은 간단하다. 무시하라!! 첫째, 블로그 커뮤니티 회원이 아닌 독자가 있다면, 그 독자는 내전을 지켜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둘째, 아주 극소수만이 그 소동에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클릭한다. 셋째, 참가자들 중 아무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넷째, 진중한 사람들 중엔 당신을 편들면서까지 사소한 소동에 나섰다고 불꽃이 튀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어째서 시간을 낭비하는가? 블로그 세계에서 클릭 횟수는 돈이며, 링크를 삭제함으로써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지나는 행인에게 공연히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키는 잡상인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3) 조회수에 대해 불평하지 마라 - 사이트 방문자 수가 거의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타인을 공연히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인기 없음에 대해 끝없는 넋두리를 늘어놓은 사람에게 그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중에라도 그런 사람에게 초대를 받는다면 그의 초대를 꺼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블로거들을 불평하고, 싸움에 끌어들이고, 조회수에 대해 넋두리하고, 당신이 한 만큼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요구하게 되면, 결국엔 커뮤니티에서 외면당하고 독자들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든다.

블로그의 윤리, 블로거의 윤리학

또 이런 것도 있다. “1) 사실이라고 믿는 것만 그대로 발표하라. 2) 자료가 온라인상에 있다면 참조할 때 그 자료에 링크하라. 3) 잘못된 정보는 공개적으로 정정하라. 4) 변경되지 않도록 글을 써라. 어떤 글이든 내용을 첨부하기는 해도 다시 고쳐 쓰거나 삭제하거나 하지는 말라. 5) 대립의 소지가 있는 문제는 모두 노출하라. 6) 의심스럽고 편향된 소스는 주의하라.” 이 중에서 특히 5번은 이런 뜻이다. 자신이 특정 분야에서 독자층의 신뢰를 얻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그동안 보여 온 분야의 전문성 덕분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최신 운영시스템의 장점에 관한 잡지 기사를 분석할 때, 그 사람의 논평이 특별한 무게를 얻는 것은 그의 전문적 지식 탓이다. 블로그 독자층은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나 충돌이 예상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병행해서 미리 소개하란 말이다. 특정출판사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사실은 그 자신이 해당 출판사의 직원이라거나 혹은 음반사로부터 공짜로 받은 음반을 리뷰하고 있는 중이란 사실은 공개적으로 언급하여 독자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6)은 정치적인 편향, 주관적인 취향의 작용을 경계하란 말이다. 전문적인 지식의 약탈자들은 여러 가지를 종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독자들이 늘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독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집필한 에세이의 정보 출처가 어떤 편향을 지닌 것인지 아는 부분까진 소개해주는 배려를 아끼지 말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은 같은 외신이라도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느냔 뜻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일부는 이미 네티즌들이 일반적으로 지켜나갈 에티켓이 되었고, 일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깨달음도 있다. 만약 당신이 블로그를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 출발점에서 한 번쯤 이 책을 읽고 고민해본 일이 필요할 것 같다. 블로깅을 통해 당신이 좋은 평판을 쌓고 싶다면 더욱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