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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구상 - 유치찬란

유치찬란


- 구상



올해 그 애는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가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 그래서 뭐라고 그랬지?
하고 물었더니
-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

'촌철살인'이라 했던가? 나는 시의 본령은 긴 시가 아니라 짧은 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촌철살인하는 시에 진정한 묘미가 숨어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라는 한 마디에 구상 선생의 생전 모습이 맑고 고운 화선지에 툭하고 떨어진 먹물 한 방울처럼 '화악'하고 번져온다. 정말 그러셨을 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나의 노년도 그러했으면 하는 부러움이 함께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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