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결코 미덕이 아니란 말은 이제 흔하다. 알고보면 겸손도 치장에 불과하단 말은 겸손이란 것도 일종의 코스츔, 위장된 인격에 다름아니란 말이다. 이 말의 속깊은 뜻은 결국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당신이 내게 보여주는 모든 인격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받아줄 만큼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경고의 메시지가 도처에서 발하여진다. 

어려서부터 겸손하란 말을 많이 들었다. 어른들로부터... '잘난 척 나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충고를 들었었다. 아마도 그 무렵의 나는 재기 넘치는, 솔직한 소년이었나 보다.

지난 주말부터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셨다. 술을 안 먹을 때는 몇 개월이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데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원해서건 그렇지 않아서건 계속 마시고 싶어진다. 절제란 걸 도통 모르는 인간이란 거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기에... 그것이 무엇이든 조심하려 한다. 사랑도, 미움도 넘치는 인간이다.

내게 있어 인간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 좌우하는 건, 밀도(density, 密度)다. 밀(密), 한자 "밀"은 깊은 산 은밀한 곳에 모셔진 신. 신전(神殿)을 형상화한 한 모양이란다. 중국의 신전, 즉 사당은 어딜 가나 주변을 나무로 병풍처럼 둘러친다. 공자를 모신 곡부의 공묘(孔廟) 역시 주변의 엄청난 면적에 떡갈나무 등을 빼곡하게 심어두고 있다. 비밀스러움과 더불어 빽빽하다는 뜻은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무덤 혹은 신전, 사당에서 나온 말이다. 다른 의미로 보자면 죽음이 곧 삶이고, 삶의 완성이다.

인간의 삶이 밀도에 의한다는 것도 그런 뜻이다.

물리적으로 보았을 때 밀도란 단위부피당 물질의 질량을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 밀도란 그가 자신의 마음 주변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나무, 다시 말해 사람을 사귀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는가를 측량하는 단위일 수 있다. 한 인간이 점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나 지위와 상관 없이 얼마나 깊은 인간이며, 얼마나 무게 있는 인간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밀'이란 말에는 '자상하게 널리 미치다'란 뜻도 있다.

오늘날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자들은 대개 존경 받을 만한 인간들이라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이 소비할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그러나 밀도란... 얼마나 많이 남을 돕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품고 있는가?에 의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생각의 나무가 무엇을 양분으로 하여 자라는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없이 자라는 마음의 나무는 없는 법이다.

덧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자로서의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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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