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신경림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 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


언젠가 글에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 중 하나는 자존감, 즉 자기존재감이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도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지 못할 때, 사랑도 지겹고, 허무해집니다. 그런데 때로 사랑에 이 자기존재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마음이 도리어 장애가 될 때도 있습니다. 나를 온전히 주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 나를 온전히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나란 존재를 고스란히 그의 마음에 쌓아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엔 강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엔 산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엔 벽도 있습니다. 이곳에선 온전했던 것들도 저 섬으로 옮겨지면 병들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하고, 온전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사람은 그 마음으로부터 죽는 것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