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출처 : 『황해문화』, 2009년 봄호(통권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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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땡기는’ 날, 마시는 술은 입에 착착 붙는다고 하더라만 시가 ‘땡기지’ 않는 날에 읽어도 착착 붙어주는 시가 있다. 내 경험으로 보면 공광규 시인의 시들이 그렇다.


불교의 연기설(緣起說)과 스님의 수행으로 시작하여 아버지 석가모니 이야기를 하더니 어느새 어머니의 “자식이 원수여!”로 슬그머니 넘어온다. 시적 정황은 금세 선술집 신세타령으로 넘어오는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다.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삶이 주는 것 중에 온전한 평온과 행복이 얼마나 되랴. TV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생의
달인처럼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 본 적이 없으면 인생에 대해 말을 하지마!”라고 공광규 시인은 그렇게 입에 착착 붙는 시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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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