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헨리 포드부터 마사 스튜어트까지 현대를 창조한 사람들 - 전성원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 2012-08-16

 

 

목차

 

책을 펴내며
01 헨리 포드 - 현대를 창조한 포드주의, 그리고 포드주의가 창조한 현대의 시간
02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 민족해방운동과 테러의 상징, AK-47 돌격소총
03 윌리엄 보잉 - 전쟁과 평화의 두 얼굴을 가진 하늘의 거인
04 샘 월튼 - 유통혁명을 일으키고 워킹푸어를 양산하다
05 모리타 아키오 - 소니 워크맨이 만든 개인주의 혁명
06 조지 갤럽 -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을 읽어 여론 제국을 건설하다
07 에드워드 버네이스 - PR의 아버지 혹은 정보조작의 대부
08 로버트 우드러프 - 콜라를 통한 세계화, 코카콜로니제이션의 대부
09 새뮤얼 제머리 - 바나나 공화국의 녹색 교황 치키타와 과거사 청산
10 존 D. 록펠러 - 20세기 석유 문명을 만든 탐욕과 자선의 야누스
11 뒤퐁 가문 - 끊임없는 변신으로 20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듀폰
12 월트 디즈니 - 한 마리 생쥐로 시작한 글로벌 미디어 제국
13 콘래드 힐튼 - 세계인을 고객으로 호텔 네트워크를 건설한 호텔의 제왕
14 휴 헤프너 실크 - 파자마를 입은 성 혁명가 혹은 포르노 제국을 건설한 플레이보이
15 마사 스튜어트 - 행복한 가정이라는 거대한 환상을 판매하는 살림의 여왕
16 프리츠 하버 - 녹색혁명에서 육식혁명으로 이어진 풍요를 발명한 비운의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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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날 보고 별 걸 다 기억하는 역사학자라 하지만, 전성원은 그런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꼼꼼한 디테일을 가졌다. 전성원은 자신이 태어나던 해 세상을 떠난 전태일의 “나는 돌아가야 한다”라는 다짐을 잊지 않고, 바람구두를 신고 근대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지적 방랑 중에 발견한 그 엄청난 디테일을 지금 이곳에 살아서 펄펄 뛰게 부려놓는 재주와 내공을 갖고 있다. 면허장도 타이틀도 없는 진짜 고수 전성원은 우리를 지배하는 일상이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 한홍구 (역사학자)


 

전성원은 내가 아는 최고의 잡학가이자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맨이다. 그 쓸데없는 얘기들은 다 뭣에 쓰려고 머릿속에 담아두고 다닐까 싶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게 틀림없다.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잡식이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현대적 일상의 발명자들, 그들의 흥미로운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삶과 이 세계를 좀 더 잘 알게 된 건 그의 놀라운 잡학 덕분이다. -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현대’를 ‘발명’한 괴짜들에 관한 흥미진진한 뒷담화

어린 시절의 독서편력을 돌이켜볼 때,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어린이 위인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괴상망측한 책들 때문이다. 그 책들은 대부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수상쩍은 인물들을 끝없이 칭찬해댔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이분은 너무 훌륭해서 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위인전 속의 주인공들은 나라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외모도 키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찢어지게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기묘할 정도로 반복되는 불운과 역경을 초인적인 재능과 의지로 맞서 이겨내며 끝내 위대한 인물이 되고야마는 천편일률적 인생역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철이 들고 나서야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다. 위인전 속 대다수 위인의 삶이 실제로는 심각한 알콜의존증이나 성병, 각종 콤플렉스 때문에 엉망진창이었다는 점,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친구를 배반하거나 친구의 애인을 강제로 빼앗거나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 게다가 몇몇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잔혹한 독재자, 살인마, 전쟁광이었다는 점. 그런 책을 찍어낸 어른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둥 허울 좋은 변명을 늘어놓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 어른들의 지성이 딱할 정도로 저열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들 덕분에 어린 시절의 내 정신세계는 그만큼 황폐해졌다. 오직 ‘영웅’과 ‘악당’과 ‘배신자’만 존재하는 삼분법적 세계관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으니 말이다. 요즘의 어린이용 위인전들을 보면, 예전만큼 처참한 수준의 책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웅/악당/배신자의 삼분법만큼은 여전하다. 그런 책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독후감까지 써내느니 그냥 컴퓨터게임이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위인전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어른들이 읽는 인물평전도 함량미달인 게 적지 않다. 한국에서 좋은 평전들이 많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특정한 주제 아래 솜씨 좋게 기획된 인물열전 같은 종류의 책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전성원의 이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거대한 인물의 삶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정통파’ 평전 내지 열전은 아니지만, 기획과 발상, 인물선정, 주제의식이라는 면에서 참신하고 흥미로운 인물열전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교양도서로서는 최고 수준의 엄밀함과 꼼꼼함도 갖추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대다수(세 명만 빼고)가 미국인이란 점도 재미있다.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만, 그만큼 ‘현대’, 20세기라는 시기가 미국이라는 국가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사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상징적 20세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의 방증이 아닐까.

 

이 책에는 헨리 포드, 월트 디즈니, 록펠러 같은 누구나 알만한 인물들 외에 에드워드 버네이스, 새뮤얼 제머리, 프리츠 하버처럼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생경한 인물들도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예를 들어 TV 광고를 보고, 대형마트에 가고, 비행기를 타고,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옷을 입고, 주방용품 쇼핑몰을 들락거리는 일 하나하나에 그런 일상을 일상이 되게끔 만든 선구자가 있으며 그들이 처음에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진가는 따로 있다. 인물들 각자의 천재성이나 개성이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기도 했지만, 그런 인물들의 시도들조차 더 큰 시대적 변화에 삼켜지게 된다는 것, 그 역동적인 사회사적 과정을 절묘하게 포착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성원은 한명 한명의 삶을 출생부터 임종까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도 이들이 생전에 한 일들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화두를 단단히 움켜쥐고 시종일관 사회적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교양(liberal arts)’이란 말이 단지 아마추어리즘으로 폄훼되고, ‘덕후(오타쿠)’라는 말이 준전문가 내지 전문가라는 의미로 존중받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의 의미는 각별해진다. 극도로 분업화하고 전문화된 사회로 변해갈수록 우리 인간은 거대한 오류나 비극의 책임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같은 인간 한명을 직접 칼로 찔러 죽이는 것보다 미사일 버튼을 명령에 따라 누름으로써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인지자원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인간으로서 그것은 일종의 생물학적 제약이기도 하지만, 그 제약 뒤로 숨어버리는 것은 글자그대로 인간임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지적 노력, 이를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와 같은 정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행위야말로 ‘교양’이 요구하는 일상적 실천이다. 내가 이 책을 교양서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다. 잡다한 지식을 그저 모아놓은 정보의 집적물이 아니라, 우리가 선 자리와 걸어온 자리를 끝없이 돌아보고 성찰하고 질문하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교양도서의 어떤 모범을 보여준다. 감히 단언컨대 이것은 오랫동안 감수성 예민한 이들의 등대가 되어주던 ‘바람구두의 문화망명지’ 주인장 전성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자제현께 일독을 권한다.

 

-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 전 월간 『말』 기자, 『소수의견』『88만원세대』 저자

 

* 내 책이 출판되어 시중에 깔리는 경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단독저서로는 처음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르다. 내 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한 김창남 교수님이나 평화박물관에서 황해문화에서 여러 일로 겹치는 한홍구 교수님에게도 감사하지만 박권일 선생과는 남의 행사장에서 예정에 없이 딱 한 번 얼굴을 본 사이에 어렵사리 서너 줄의 추천사를 부탁했을 뿐인데 이렇게 긴 글을 써서 보내주었다. 그 정성에 감격했고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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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