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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DVD

존 포드 감독과 매카시즘




존 포드 감독은 매우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그 앞에서는 헐리우드 스타시스템 최강의 배우들도 함부로 나내거나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항변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때나 그 이후나 항상 자신이 보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권한을 즐겼다.

그의 가부장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는 매카시즘 선풍이 불어닥쳤을 때였다. 그는 이른바 매카시즘 열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영화제작 한복판에서 자신의 스텝들 중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영화제작자들을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불러놓고 만들도록 한 '블랙리스트'에 속한 스텝들을 영화제작에서 배제하고 고발하라는 요청을 꿋꿋이 거절했다. 그가 단지 거절만 한 건 아니었다.

존 포드 감독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소리들 하지마!"
.
존 포드 감독은 가부장적인 마초였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가부장이었던 셈이다.

----------------- 아래 내용은 내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중에서

전후 미국은 매카시즘이라는 ‘빨갱이 광풍’에 휩싸이게 되는데 월트 디즈니는 자발적으로 여기에 동참했다. 1947년 11월 ‘의회반미활동위원회(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 HUAC)’가 연예산업에 대한 일련의 재조사에 착수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위원회에 불려가 당대의 가장 유명한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공산당인가? 아니면 한때 공산당원이었던 적이 있는가?” 1947년 11월 24일과 25일에 걸쳐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영화제작자협회 회의에서는 좌파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평가되던 영화인 10명(이른바 ‘할리우드 10’)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을 영구히 추방한다는 내용의 악명 높은 ‘월도프 선언(Waldorf Statement)’이 채택되었다.

미국이 매카시즘 광풍에 휩싸였을 당시 동료 영화인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던 미국노동총연맹 영화배우협회의 회장이었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은 가장 먼저 월도프 선언을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그 뒤를 로버트 테일러, 로버트 몽고메리, 조지 머피, 게리 쿠퍼, 잭 워너, 루이스 마이어 등이 따랐다.

월트 디즈니 역시 이들과 함께 우익세력의 선봉에 섰으며, 미키 마우스의 정신적 모델이었던 찰리 채플린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인들과 눈에 가시 같던 직원들 - 그 중에 데이비드 힐버먼(David Hilberman) 등은 디즈니에서 <백설공주>와 <밤비>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였다 - 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여 내쫓았다. 매카시즘의 광기에 휘말린 몇몇 영화인들은 결국 자살하거나 심지어 수감되는 등 생계수단을 잃고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월도프 선언’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보면 “우리는 아무런 보상없이 우리가 고용하고 있는 그들을 해고 내지 정직시킬 것이며, 모욕죄에 대한 고소가 취하되거나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맹세하기 전까지는 그들을 재고용하지 않을 것이다.”란 것이다. - 마이클 엘리어트, 원재길 옮김, 『월트 디즈니 - 할리우드의 디즈니 신화』, 우리문학사, 1993, 270쪽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