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도루(橋下徹.44) 오사카 시장이자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일본내 극우정당)는 이른바 '일본 정치의 젊은 피'로 얼마전까지도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물망에 오르던 사람이다. 그가 얼마전  "(군)위안부는 군의 복지를 위해 필요했다"는 망언을 해서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하시모토 시장은 13일 오사카(大阪)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그 정도로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 집단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서 또다시 지탄을 받고 있다.

그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일본의 종군 위안부 제도만 문제가 되느냐"며 "다른 나라도 전시에 위안부와 비슷한 체계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국가적으로 위안부를 강제로 납치해 일하게 했다고 세계는 비난하고 있지만 2007년 각의 결정에서는 그런 증거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며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일본이 부당하게 모욕받고 있는데 대해서는 확실히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시장은 "의사에 반해서 위안부가 된 것은 전쟁의 비극의 결과"라고 밝히고, "전쟁의 책임은 일본에도 있다. 위안부에게는 상냥한 말과 부드러운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부연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성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하시모토 도루의 발언을 쉽게 단죄할 수만은 없다. 그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하나는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국가가 주도하지는 않더라도 암암리에 용인하는 성매매 제도가 여러 경로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하시모토 도루의 발언에서 '민족' 감정을 조금 제거하고 바라본다면 그의 발언이 최소한 역사적 팩트, 현실적 팩트에는 일부 부합하기 때문이다. 괴벨스가 말했던가? “99%의 진실에 1%의 거짓을 섞으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고 했는데, 하시모토의 주장은 원천 무시해야 할 만한 거짓이 아니라 일면의 진실을 가지고 다른 부분까지 왜곡하고 있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단순하게 민족 감정으로 접근하거나 소박한 윤리의 차원으로만 접근하기에 어려운 몇몇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여년 이상 분쟁전문기자로 활동해온 크리스 헤지스는 미국 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연설을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뉴욕 타임스>를 떠나야 했는데, 그는 "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수린재, 2013)"을 통해 그가 알고 있는 전쟁의 악마적 속성에 더해 퇴역군인들을 취재하고, 그들의 경험을 조사해 전쟁에 대한 FAQ를 만들었다. 다음은 그 책의 내용 중 일부로서 전시(군대) 매매춘 문제와 강간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을 재구성한 것이다.

Q.성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가?
A. 항상 생각할 것이고, 특히 작전이 없을 때는 더욱 생각날 것이다. 전투 중이거나, 직접적이고 극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면 덜 생각날 수도 있다. 집을 떠나온지 오래되면 될수록 성관계에 대해 더욱 문란해질 수 있다. 2차 대전 중 유럽에 참전한 미군 병사 한 사람은 이 전쟁 마지막 해에 평균 25명의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Q.매춘도 하게 되는가?
A. 미군에 의한 매춘은 많은 나라의 현실이다. 매춘은 미군 부대 주둔지역의 주요 수입원이다. 미군이 주둔해 있는 일본, 한국, 베트남, 그 외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대규모의 매춘산업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만 현제 2만 7천여 명의 매춘부들이 미군 부대 주변에 있다. 베트남전 중에는 30만 명에서 50만 명의 매춘부들이 있었다. 그린베레 병사 한 사람이 평균 25명의 베트남 매춘부와 성관계를 가졌다. 걸프전 때에는 전쟁 기간도 짧았고 그 지역에 매춘 시스템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극소수의 미군만이 매춘을 했다. 그러나, 걸프전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귀국선은 병사들을 위해 '일부러' 태국에 들러 잠시 정박했다.

Q. 성관계에 대해 흥미를 잃게도 되는가?
A. 전투를 앞두고 공포를 느낀다면 그럴 수도 있다. 걸프전에서 전투 전의 설문조사에서 22%의 병사들이 보통 정도나 극도의 불안감으로 성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답했다. 70%의 병사는 성관계에 전과 다름없이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전투 후에는 7%의 병사만이 보통 정도나 극도의 불안감으로 성관계에 흥미를 잃었고, 86%의 병사는 전과 다름 없는 흥미를 보였다고 보고되었다.

Q. 전쟁에서 강간은 흔한가?
A. 그렇다. 코소보에서 1992년과 1994년 사이에 2만 명의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의 대학살 기간 동안 25만 명에서 50만 명의 여자가 강간당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71년 시작된 분쟁에서 서파키스탄 군에 의해서 적어도 20만 명의 여자가 강간당했다. 쿠웨이트에서는 1990년 이라크의 점령 기간 동안 5천 명의 여자가 강간당했다.

Q. 강간은 전쟁범죄로 간주되는가?
A. 다른 전쟁범죄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범죄로 간주된다. UN에 의하면 "강간은 가장 적게 비난 받는 전쟁범죄"다.

Q. 전쟁에서 왜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강간을 당하는가?
A. 강간은 무기로 이용된다. 적국 여자들에게 때로 고의로 임신을 시키거나 질병에 걸리게 하기 위해 강간을 한다. 여자들은 납치되어 짐꾼으로 부려지거나 식사 준비를 하게 되거나, 군인들의 욕구를 풀어주기 위한 성노예로 이용된다. 여자는 때로 심문의 한 형태로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전쟁범죄다.

Q. 왜 강간은 효과적인 무기가 되는가?
A. 강간은 민간인에게 공포심을 준다. 민간인들이 공포심으로 미리 피난을 가버리면 군대가 그 지역을 쉽게 진주하게 된다. 강간범들이 활개를 치게 하고, 희생자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적국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Q. 강간은 희생자들에게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가?
A. 성폭력의 신체적 후유증은 상처, 원하지 않는 임신, 성적 기능 장애, 에이즈 감염 등이 있다. 성폭력의 많은 희생자는 심리적으로 다시는 회복되지 못한다. 성폭력의 잔존효과는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자산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성들이 강간으로 임신이 되면 정신적 외상은 급격하게 악화된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도 정신적 외상과 건강상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Q. 미군에게 강간은 어떤 일인가?
A. 평시에는 미군의 강간 범죄가 그 연령대의 민간인 강간 범죄보다 적다. 공격적인 전투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에는 강간을 포함해서 불법적인 행위들이 증가한다. 2차 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3월과 4월에 유럽의 작전 지역에서의 미군에 의한 강간 비율은 미국 본토의 민간인에 의한 강간 비율의 3.66배였다.

이것을 남성의 본성(혹은 본능)에 기인하는 문제로 보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던 하는 것은 이 글의 본래 목적은 아니다. 다만 이것이 전시라는 특수상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폭력수단(군대)이 존재하는 한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다음은 캐서린H.S.문의 "동맹 속의 섹스"에 드러난 사례(1965년)를 요약해본 것이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8군 병사들의 약 84%는 성매매를 경험했으며, 성매매의 주요원인은 동료의 압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은 성매매와 성병을 관리하는 것은 전쟁과 전쟁 준비에 저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관리할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입장에서 살폈을 때 이런 제도는 거리의 여성들에 대한 시민권의 전적인 폐지를 국가가 공인하는 최초의 정책을 의미했다. 전쟁 기간 동안 병사들이 걸리는 가장 많은 질병 1위는 성병이고, 2위가 감기였다고 한다."

근대국민국가의 거의 모든 성매매 관련 법안은 남성고객과 성매매 여성의 처벌에 차등을 두었고, 알선업자와 포주는 체포되지도 않는 법률이었다. 대한민국은 기지촌 여성들을 필요악으로 대할 때도 있지만, 이들을 "국가방어와 GNP성장을 위한"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는데, 1973년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민관식은 도쿄를 방문했을 때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소녀들의 충정은 진실로 칭찬할 만하다"고 하여 한일 양국의 여성 단체들과 언론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베트남전에서 목숨을 잃은 파월 한국군 장병들이 벌어들인 달러만 경제개발계획의 밑천이 된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한국인의 눈에, 매춘 여성은 두 가지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 기능이란 한국사회에 끼칠 외국의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들을 견제하고, '존중받을 만한' 소녀와 여성들이 미군에 의해 매춘과 강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본문 69쪽 - 70쪽>"

"미8군의 한 정보장교는 군대가 1960년대 남한 GNP의 25%를 차지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1987년 미군은 남한 경제에 10억 달러를 기여했으며, 이것은 전체 GNP의 약 1%에 해당한다. …<중략>… 1978년 한국 경제는 매매춘을 통해 일본인으로부터 7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본문 76쪽 - 77쪽>"

성과 매매춘 문제에 대한 시각의 상당 부분은(때로 같은 여성의 경우에도) 이것을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즉, 이런 굴욕은 형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아우로서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몫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여성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냔 의식이다. 비단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군 기지가 들어가 있거나 군대 제도를 유지하는 상당수 국가에서 매매춘 여성들은 (정상)가족으로부터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서도 비국민으로 간주된다.

기본적으로 모든 우파의 시각은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있다. 다윈이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했던 진화의 논리는 자연(현실)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아 진화해 왔다는 것이었지만 우파들은 이것을 '약육강식'의 논리로 받아들였고, 이것을 다시 사회에 적용한다. 즉,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역시 자연스러운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하시모토 도루는 군위안부 망언을 한 날 저녁에는 "위안부 제도가 아니어도 '풍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달초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를 방문했을 때 병사들이 성적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도록 "풍속업을 더 활용해 달라"고 지휘관에게 제언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삼인, 2004)"의 저자 후지메 유키는 이 책에서 "일본군 '노예'제가, 1930년대에 시작된 전쟁에서 돌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근대의 군국주의.식민지주의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전개된 국가폭력 제도, 즉 공창제가 가장 흉폭한 단계로 발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시모토 도루의 발언에 대해 분개하고, 망언으로 단정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나의 내면에서 혹시 하시모토의 저 발언을 일부 긍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다.

성을 팔지 않아도 되는 세계에서 제기되는 '왜 굳이 성을 파는가?'라는 질문과 성을 팔고 있는 세계에서의 '왜 팔면 안되는가?'의 반문 사이에서... 나는 가끔 길을 잃고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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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