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 - Pieces Of Africa






어제는 편집자문회의가 있었던 데다가 편집위원들이 모두 귀가한 뒤에 한홍구 교수님이 차나 한 잔 하자고 하셔서, 여인들이 있는 카페에 가서 드립커피를 마셨다(정말 드립이더라.  보리차처럼 맑고 투명한, 커피만 마셨다. 믿어라~ 제발!).

요즘 시국 이야기로 시작해 현재의 상황이 지식인(사회)의 소멸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집에 돌아가니 12시였다. 만약 예전처럼 파주에 살았다면 더 걸렸을 테지만 지금 우리 집은 인천이니까~ ㅋㅋ

집에 가서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초기 앨범 중 하나인 "Pieces Of Africa"를 오랜만에 들었다.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이 앨범만 듣노라면 아프리카의 젊은 뮤지션들이 클래시컬한 연주를 한다고 느낄 만큼 아프리카 냄새가 물씬 나는 앨범이지만 이 그룹은 미국의 현대음악 4중주단으로 매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는 그룹이다.

이들 음악세계의 폭이 하도 넓어서, 가끔은 이 녀석들이 음악으로까지 제국주의를 하는가 싶을 때가 있을 만큼 그 폭이 광대역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에서 서구 선진 국가들이 '생물학적 탐사(Biological Prospecting)'를 빙자한 '생물해적질Bio-Piracy'을 일삼는 것처럼 이들은 세계 각지의 음악적 전통을 자신들 것으로 가져와 현대음악으로 변주해낸다. 물론, '생물해적질'처럼 악의적으로 말할 성질의 일은 아니다.

K.마르크스가 "양이 질을 변화시킨다"고 했던 것처럼, 가끔은 폭이 깊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폭 넓게 많이 아는 것[博覽强記]가 항상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때로는 깊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이다.

최근 지식사회 풍토를 보면 다방면으로 폭이 넒은 것처럼 보여도, 막상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일반 시민만 못한 인식을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비단 이공계열 지식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계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서로 만나질 않고, SNS로만 대화와 소통을 하니 일이 되지 않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게다.

어제 한홍구 선생과 나눈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음악은 이처럼 광대역으로 전 세계의 음악적 전통과 자원을 두루 섭렵해 재해석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다. 그 깊이가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3세계를 사는 시민이라면 충분히 의심해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들은 이런 작업을 제1집 "Winter Was Hard(1990)"부터 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란 관념도 궁극적으로는 지역이 아닌가. 난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이 꾸준한 축적과 탐사의 저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마십가(駑馬十駕), 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 없는 사람도 노력(努力)하고 태만(怠慢)하지 않으면 재주 있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어제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음악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VNPn98_9jFM&feature=share&list=PLN83DP26dOxsIMfunwVsaavE3iMiKDI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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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