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남자에게 좋아하는 여배우란 캘린더걸처럼 계속 바뀌는 법이긴 하지만, 여배우란 말에서 '여자'를 빼고 '배우'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요근래 배우 중 내게 있어 그런 배우는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다.





1975년 10월 5일 생이니까,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볼 나이다. 케이트 윈슬렛을 처음 발견한 영화는 나도 물론 "타이타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계보에는 물론 매우 다양한 배우들이 있는데, '오드리 헵번'만큼이나 '캐서린 헵번'을 좋아하고, '캔디스 버겐'을 좋은 배우로 생각하며, 한동안 '미셸 파이퍼'를 참 좋아했다. 물론, 여전히...

미셸 파이퍼가 나온 영화들은 그리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미셸 파이퍼'만이 여배우 중에서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에 대적할 수 있으며 가장 잘 맞는 배우 궁합이다. 두 사람 모두 카리스마가 넘치고, 파괴적이면서도 유리잔처럼 쉽게 상처받는 영혼을 지닌 캐릭터가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또 한없이 처량하고 궁상맞은가 싶으면 동시에 자기 분야의 전문직종 종사자로 변신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캐릭터를 지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영화는 "스카페이스"였는데, 이 영화에서 미셸 파이퍼는 알 파치노가 나중에 배신하게 될 보스의 정부(팜므 파탈) 역을 했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몇 편의 영화에서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참 좋았다. 어쨌든 오늘은 미셸 파이퍼 이야기를 하는 날이 아니므로 ... - 하여간 미셸 파이퍼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능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케이트 윈슬렛이 "타이타닉"에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비해 유명하지도 않았고, 워낙 디카프리오 팬층이 두텁고, 열광적이었던 토라 그에 비해 여배우가 너무 밀리는 것 아니냔 평들이 있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 파치노+미셸 파이퍼'가 좋은 궁합인 것처럼 '디카프리오+캐슬린 윈슬렛'도 좋은 궁합이긴 한데,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가 서로 막상막하라면, 나는 디카프리오와 윈슬렛 커플의 경우엔 윈슬렛이 좀더 윗길이란 생각이 든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를 보노라면 자꾸만 패트릭 스웨이지가 떠오르는데, 아역 출신 배우가 지니는 핸디캡을 디카프리오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과장되고, 넘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역배우 시절 자신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국 배우들에겐 미국 배우들에게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기품이 있는데, 아마도 그건 액센트의 문제도 있겠지만 탄탄한 기본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케이트 윈슬렛은 조부모대부터 배우의 길을 걸었다고 하니 오죽할까 싶기도... 케이트 윈슬렛은 덩치를 보아도 그렇지만 당당한 스케일이 있다. 아마도 그런 성향이 엿보였기 때문에 "타이타닉"에도 캐스팅되었지 싶다. "타이타닉"은 철저히 재난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따르지만 그 안에 담긴 내부의 서사구조는 성장영화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케이트 윈슬렛은 한 여성으로 겉보기에 튼실하고 화려한 부르주아의 삶, 허위와 환멸로 가득찬 "타이타닉" 1등칸의 삶을 과감하게 벗어버린다. 물론 그 과정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러브라인이 있지만,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케이트 윈슬렛이었다. 그녀가 침몰하는 타이타닉에 갇힌 애인 디카프리오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도끼로 부숴버리는 장면은 사실 그녀 자신을 옭죄고 있던 족쇄를 부순다는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이후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 배우가 출연작으로 고르는 안목도 있고, 참 훌륭한 배우란 생각을 여러 차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픈 영화는 상당히 많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 중에서 고른다면 "리틀칠드런(2006)"과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다. 두 영화는 매우 닮은 꼴 영화인데, 두 편 모두 가정 이야기를 다룬 멜로물이다.

퇴근하고서 아내가 저녁을 지을 동안 또는 주말에 집에서 쉴 때 아내에게 개인 휴식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가끔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 우리 딸 아이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은 날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싶을 때가 있는데, "리틀 칠드런"이란 영화의 거의 첫 장면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처럼 변호사도 아니고, 우아하고 세련된 차림도 아니지만 ... 굳이 자세한 영화 소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 섬세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필요가 있는 영화라서 그렇다.

둘다 참 좋은 영화이므로, 감상을 권한다. 그렇게 놓고 보니 케이트 윈슬렛은 부르주아지 계급의 유부녀 역할이 참 잘 어울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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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