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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시대 - 20세기와 늑대왕 로보 절멸의 시대 - 20세기와 늑대왕 로보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감정이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 어네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son Seton, 1860 - 1946) 어려서 다들 『시튼 동물기』나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독후감 숙제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세상 모든 인연이 비슷하겠지만 만남이란 스쳐가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영원토록 간직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스침'을 순간에서 영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만남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에 놓인 문제겠지요. '시튼 동물기' 완역본이 나왔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인터넷서점을 통해 책을 구했습니다. 사실 시튼은 한번도 '동물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한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 더보기
치킨런(Chicken Run, 2000) 치킨런(Chicken Run, 2000)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유토피아(Utopia) 영국의 인문주의자이며 정치가였던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저술하여 유명해진 - 오늘날엔 읽는 사람보다는 인용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기이한 고전이 되어가고 있지만 -『유토피아』는 본래 그 유래가 그리스어의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란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에라스무스와 친교를 맺으며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저술했는데, 책의 내용은 당시의 유럽, 특히 16세기 무렵 영국사회의 여러 병리 현상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회를 꿈꾼 것이지 전혀 실제 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하기사 공화정제, 전 시민이 교대로 농경에 종사, 노동시간은 6시간, 나머지 여가는 교양시간, 필요한 물품은 시장의 창고에.. 더보기
노벨문학상에 대한 단상 노벨문학상에 대한 단상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계 각국의 문화부 기자들이나 출판 관련자, 문학 애호가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이다. 지난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문학상은 제1,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월 첫째 주나 둘째 주 목요일엔 어김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문화부 기자들은 미리 노벨상 수상자를 추측해보거나 예상하며 나름의 촌평을 준비하고, 출판관련자들은 노벨문학상 특수를 기대하거나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경우엔 저작권을 미리 확보해두기 위해 신경을 쓴다. 참고로 올해 바람구두가 예상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작가는 미국의 노먼 메일러,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페루의 마리오 바.. 더보기
이제 너의 방은 언제나 비어 있겠구나 - 백장미단 이제 너의 방은 언제나 비어 있겠구나. 이 말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중인 독일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의 와중에서 한 어머니가 한 말이다. 어느 사람이든 인생에서 전기(轉機), 혹은 전환점이란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란 것도 오래 살아야 가능한 것이다. 어떤 이들에겐 그런 기회가 오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1943년 2월 18일. 화창한 목요일 아침, 백장미 회원들이 대학의 모든 강의실과 복도에 유인물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한스 숄(Hans Scholl)과 소피 숄(Sophie Scholl)은 대담하게 강의실 지붕에 올라가 유인물을 살포했다. 그들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거리와 대학에서 반나치 유인물과 히틀러를 모욕하는 낙서를 비밀리에 표현하는 데 성공했었다. 그들이 살.. 더보기
FIFA는 썩었다 FIFA는 썩었다 FIFA(국제 축구연맹 :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의 역사는 사실상 20세기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904년 처음 결성되었으니까요. 오늘 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이미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공식적인 입장에서의 FIFA가 아닌(여러분들도 에서 그런 걸 기대하지 않으시겠지만) FIFA의 이면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FIFA의 탄생 배경과 결여된 도덕성 1904년 5월 21일 당시 FIFA본부인 프랑스의 체육회관에서 최초로 발족된 FIFA는 이듬해인 1905년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그리고 영국이 회원국으로 참가하면서 최초의 월드컵을 개최.. 더보기
허진호 -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 2001) 감독 허진호의 영화는 이로써 두 편을 보게 되었다. 어제 만난 의 제작자 오기민 씨는 "최근 한국영화의 돌풍의 뒤에는 나날이 작아지는 감독들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고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한국 영화들은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은 둘째로 하더라도 감독의 이름만큼은 뚜렷이 남았던 것 같은데 최근의 히트한 한국영화의 감독들 이름을 나는 모르겠다. 가령 등등. 어쩌면 이제 영화는 정말 감독의 작품이기 전에 그저 상품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동차를 만든 이의 이름을 모르듯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허진호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연출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의 이름 석자는 나의 기억에 또렷이 새겨질 것이다. 그의 첫번째 영화.. 더보기
프랑수아 플라스 - 마지막 거인/ 디자인하우스/ 2002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윤정임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2년 1957년 프랑스 에장빌에서 태어난 프랑수아 플라스(Francois Place)가 직접 글과 그림을 그린 동화책 같지 않은 동화 책 을 읽고 난 뒤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래는 삽화가로 더 유명한 프랑수아 플라스의 동화 은 우리에게 이런 저런 의미들에 대해 생각할 많은 것들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내용은 매우 간단한 편인데 마치 걸리버 여행기처럼 우연하게 거인을 만나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지리학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트모어는 우연한 기회에 지도가 새겨진 커다란 거인의 이 한 개를 늙은 뱃사람에게 삽니다. 그리고 그는 그 지도를 바탕으로 온갖 자연의 모습을 새긴 거인 9명을 만나지요. 그는 그들의 보살핌과 함께 진.. 더보기
기형도 - 그 집 앞 그 집 앞 -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 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기형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더보기
이성복 -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우리 문학사에서 1980년대는 단연코 '시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사실 그 이면에는 이해하지 못할 몇 가지 사건들이 있는데 한 가지는 1960년의 초반 최인훈의 을 필두로 황석영의 , 윤흥길의 , 전상국, 이청준, 박완서 등등 많은 작가들이 소설 문학의 부흥이랄까 - 특히 은 남한의 작.. 더보기
김혜순 - 참 오래된 호텔 참 오래된 호텔 - 김혜순 참 오래된 호텔. 밤이 되면 고양이처럼 강가에 웅크린 호텔. 그런 호텔이 있다. 가슴속엔 1992, 1993......번호가 매겨진 방들이 있고, 내가 투숙한 방 옆에는 사랑하는 그대도 잠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그런 호텔. 내 가슴속에 호텔이 있고, 또 호텔 속에 내가 있다. 내 가슴속 호텔 속에 푸른 담요가 덮인 침대가 있고, 또 그 침대 속에 내가 누워 있고, 또 드러누운 내 가슴속에 그 호텔이 있다. 내 가슴속 호텔 밖으로 푸른 강이 구겨진 양모의 주름처럼 흐르고, 관광객을 가득 실은 배가 내 머리까지 차올랐다 내려갔다 하고. 술 마시고 머리 아픈 내가 또 그 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손잡이를 내 쪽으로 세게 당겨야 열리는 창문 앞에 나는 서 있기도 한다. 호텔이 숨을 쉬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