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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바람구두의 유리병편지

문화연구란 무엇인가 - 문화연구의 위기 혹은 기회 문화연구란 무엇인가 - 문화연구의 위기 혹은 기회 - 존 스토리 엮음, 백선기 옮김(2004), 『문화연구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북스1) 언제나 존재하였으며 결코 지배계급의 공식문화와 합쳐지지 않았던 민중의 독특한 웃음 문화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결코 과거 인류 역사의 문화적, 문학적 삶과 투쟁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를 조명할 때에, 우리는 자주 "각 시대의 말을 믿도록", 즉 그 시대의 공식적 이데올로기(많건 적건)의 주창자들을 믿도록 강요받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민중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민중의 순수하고 흠없는 표현을 찾아서 해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우리는 중세와 중세 문화에 대해 매우 단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사라는 드라마의 모든.. 더보기
노동 없는 노동의 시대 - 「모던 타임즈」의 “찰리”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찰리”까지 자본주의 - 프로테스탄티즘 혹은 자본주의 정신이 빚어낸 정신질환 “왕이시여, 로마를 이긴 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당연히 이탈리아를 정복해야지!” “그 후에는요?” “시칠리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그러면 전쟁이 끝납니까?” “물론 아니지. 그것은 보다 위대한 일들을 위한 시작과 전주곡에 불과하다. 리비아가 남아 있고 카르타고도 그리 멀지 않으니 말이야. 그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는 더 이상 적이 남아 있지 않게 될 걸세.” “분명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그 후엔 무엇을 하지요?” “그 후에는 조용히 인생을 즐겨야지.” “그렇다면 이곳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되나요?” 이탈리아로 건너가려고 준비할 때 피로스와 그의 부하가 나눈 대화 브레히트의 시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더보기
의미를 둘러싼 투쟁 여전히 저질 시비에 시달리고는 있으나 오늘날 모든 계층을 망라하여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고 경험하는 문화이며, 우리의 일상이자 역사를 형성하고 있는 대중문화.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법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관점을 대중들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인식은 지배계급이 엘리트와 대중을 계몽 대 야만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통해 대중을 수동적, 야만적 집단으로 계몽과 지배의 대상으로 바라보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중은 엘리트에 의해 조작되는 동시에 나름대로 대중문화 텍스트를 해석하고 실천하는 주체들로서 그들 나름의 미학적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을 바라보는 미학은 전통예술에 기초해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일 뿐이며, 이는 서구.. 더보기
금서, 금지된 지식의 생산자들 나에게는 묘비가 필요없다 나에게는 묘비가 필요없다. 그러나! 만약에 나의 묘비가 당신들에게 필요하다면 거기에 이렇게 써주기 바란다. "그는 많은 제안을 했다. 우리는 그것들을 받아 들였다." 이러한 묘비명을 통하여 우리는 모두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브레히트는 생전의 유언에 따라 아무런 공식행사없이, 그의 서재에서 내려다보이던 도로테 공동묘지에 묻혔다. 마리안네 캐스팅의 "브레히트 평전"에 따르면 그의 묘비는 그의 성명만이 적혀 있다고 한다. 어느날 저녁 나절 ... 나는 불현듯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떠올랐다. 아이작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필맥)의 국내판의 부제는 "무장한 예언자"였다. 권력이란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아마도 트로츠키에게 "무장한 예언자"란 말은 절반만 맞는.. 더보기
문화망명지 5주년을 맞는 작은 느낌 유서 전태일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의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더보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을 바라보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제정에서 좌초까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자료를 찾기 위해 "신행정수도건설 홈페이지(http://www.newcapital.go.kr)"을 찾았더니 어느새 다음과 같은 짧은 안내문과 함께 폐쇄되어있었다. 알려드립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1.16 법률 제7062호)'에 대한 위헌판결에 따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홈페이지의 운영이 중단됩니다. 또한 예정되었던 '국가균형발전과 신행정수도건설 대학생 에세이 현상공모전'도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공모전을 준비하셨던 대학(원)생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신행정수도건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많은 양해를 바랍니다. 2004. 10. 21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작년.. 더보기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기술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기술 - 들어가기 전에 남의 말을 들어주는 일에 무슨 기술이 필요한가? 라고 되물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 기술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을 규범화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세상에 흔해빠진 실용처세서들 가운데 한 페이지를 펼쳐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람구두가 말하는 건 다르다. 난 다르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난 특별하다는 말이지, 내가 당신보다 우월하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때의 난 특별하단 말을 풀이하여 들려드리자면 이런 뜻이다. 불교적인 인연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 하고 많은 웹사이트 중에서 구태여 이곳에서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에서 당신은 지금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만약 당신이 .. 더보기
과거사규명을 위한 첫걸음 - 아버지를 죽여라! I'm your father! 스타워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비단 '다쓰베이더(DarthVader)'가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에게 "I'm your father"라는 명대사를 읊조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다이 기사단 사제 관계의 역사적 연원을 따지고 보면 군국주의 국가였던 스파르타(Sparta)의 중장보병(hoplites)의 육성책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리스의 다른 폴리스들과 달리 스파르타가 정치체제로서 군국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유시민들보다 피정복 노예인 헬로트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황색저널의 가십거리가 된 스와핑도 따지고 보면 좀더 건강한 전사를 얻기 위한 군국주의 국가 스파르타의 우생.. 더보기
정은임! 그 날의 목소리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내가 광주의 진실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의 일이었습니다. 그해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나는 현재 그다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아마 최루탄 냄새가 서울 변두리 외곽에서도 골진 남한산성 밑의 가난한 이웃들이 산을 등지고 모여 살던 우리 동네까지 퍼져오던 시절이었다는 것이 그 무렵의 지난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일 겁니다. 이듬해엔 "86, 88"이라고 우리가 늘 구호처럼 힘주어 이야기하던 "86 아시안게임"이 있는 해였습니다. 별로 헤아려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 무렵 나는 중학생이었고, 매일매일 집단체벌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공부였기 때문에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이었지만, 집단.. 더보기
국가라는 괴물과 살아가기 위하여.... 국가라는 괴물과 살아가기 위하여.... 솔직히 침잠(沈潛)해 있고 싶었습니다. 그간 너무 많은 말들을 대책 없이 쏟아냈다는 생각과 나의 말들이 굳건하게 서 있는 무감무심(無感無心)한 벽 어느 한 자락에 더러운 오물도 되지 못한다는 참담한 부끄러움이 말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앞을 볼 수 없는 소경이 다른 이들을 이끌고 시내를 건너고 계곡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전쟁에서 정의로운 전쟁과 부당한 전쟁의 차이를 알지 못합니다. 막연하게 정당하지 못한 어떤 폭력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게 되는 폭력은 그나마 정당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내 집에 침입해서 내 일가족을 상하게 하고, 목숨을 노리는 도적 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