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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논어(論語)-<학이(學而)편>11장. 其志其行 子曰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공자가 말씀하길 “아버지가 살아계실 동안엔 그 뜻을 살피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행적을 살핀다. 삼년동안 아버지가 하던 바를 바꾸지 말아야 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삼년상(三年喪)을 치르진 않아도 누구라도 삼년간의 시묘(侍墓)살이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다. 장례를 치르는 제도(喪葬制)는 그 자체가 하나의 관습이자 문화이기 때문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나름의 의미와 존재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되는 제도이자 풍속이다. 사실 고려시대에는 삼년상을 치르지 않았다. 백일상(百日喪)을 치르거나 하루를 한 달로 계산해서 치루는 역월단상제(易月短喪制)를 시행하였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일반적인 풍습이 아니라 지배계급에 .. 더보기
OBS 경인 TV를 기다리며 - 2007년 10월 26일자 <경인일보> “우리 함께 사는 세상 iTV 경인방송”이란 로고송을 마지막으로 지난 2004년 12월 31일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TV였던 iTV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되었다. 경인방송은 허가 취소 이후 라디오 방송(SUNNY FM)만 남아 올 10월로 개국 10주년을 맞이했지만 TV방송은 정파(停波) 이후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97년 당시 인천방송 iTV가 출범하기 전까지 인천은 방송의 철저한 사각지대였다. 1995년 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서 민방이 출범하고도 2년 뒤에야 전주, 울산, 청주와 함께 인천 민방설립이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보처는 인천이 서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서울의 방송사들과 방송 지역이 중복된다며 경인지역 민방설립에 반대했다. 이 같.. 더보기
1년 365일이 여성의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365일이 여성의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99주년 세계여성의 날과 KTX 승무원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 99주년입니다. 직원들이 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서 우리 국장님에게 뜬금없이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여성인데도 잘 모르시더군요. 제가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했더니 함께 식사하시던 다른 분이 “요즘은 365일이 모두 여성의 날인데, 별도로 여성의 날이 필요하냐?”고 하더군요. 연세 많은 분들이 요즘 대한민국 사회와 여성들을 보고 있노라면 1년 365일이 매일 여성의 날이란 표현이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단 생각은 저도 합니다. 2004년 9월에는 “성매매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률과 성매매알선 처벌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었고, 지난 2005년 2월 ..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10장. 溫良恭儉讓鎰之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 溫良恭儉讓鎰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자금이 자공에게 묻기를 “부자(공자)께서는 어느 나라에 가시든지 반드시 그 나라의 정사에 대해 듣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 구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준 것입니까?” 자공이 답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온화하고, 어질며, 공손하고, 검소하며, 겸양함으로써 얻으셨으니, 선생님께서 구한 것은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자공(子貢, BC 520 ?~BC 456 ?)은 중국 춘추시대 위(衛)나라 출신의 유학자로 공자가 위나라 망명시절에 문하로 들인 제자라고 추정된다. 그는 공문십철(孔門十哲) - 「학이」편 4장 소개 - 중 한 사람으로 재아(宰我)와 함께 언어에 뛰어난 재질을 지녔다고.. 더보기
2010년 7월의 단상들 월드컵 - 축구는 그냥 축구일 뿐이다. 축구와 월드컵에 대해 쏟아지는 온갖 비판에 대해 익히 알고 공감하면서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자꾸 감정이입이 되는 건 최소한 그들이 쏟아내고 있는 '땀'과 '눈물'은 진실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리바이(alibi) -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사하는 이에게 범죄 시각에 범행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을 '알리바이'라고 한다. 좀더 유식하게 말해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이라고 하는데, 형사소송법상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책임, 거증책임(擧證責任)은 검사에게 있다. '천안함'침몰사건에 대해 북한에 대고 스스로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자신들이 무죄라는 걸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들도 하나.. 더보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 2007년 09월 28일자 <경인일보> 본래 동아시아의 세계관엔 ‘행복(幸福)’이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세계관에서 행이란 요행, 다행, 불행처럼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복이란 하늘에 속하여(天福) 나의 복을 남이 빼앗아갈 수도, 남의 복을 내가 빼앗아올 수 없는 것으로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었다. 행과 복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의 운명도 서구의 그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라는 세계, 수많은 인간관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주변과 관계하고 감응하며 변화하는 것이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거나 ‘권불십년(權不十年)’, ‘호사다마(好事多魔)’ 같은 말 역시 상승과 하강, 빛과 그림자가 순환하는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이 서구의 그것처럼 명료하게 정리될 수 .. 더보기
호랑이와 눈: 비극의 중심에 있지 않은 자의 한계 - FILM2.0 제 353, 354 합본호 호랑이와 눈: 비극의 중심에 있지 않은 자의 한계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의 영화 이 때늦게 개봉된다. “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감동”이란 홍보 문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와 닮은 꼴 영화인 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는 지난해 모 영화잡지의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100대 영화’ 중 18위에 당당히 랭크될 만큼 국내 영화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로베르토 베니니는 일부 영화 마니아들에게만 인정받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코미디 영화감독이었다. 는 그에게 기대 이상의 명성과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그 결실이 너무 달콤했던 탓인지 이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 가 실패하면서 베니니는 또다시 가장 비참한 기억의 현장에서 휴머니티와 사랑의 달콤함을 환기시키는.. 더보기
진보와 야만 사이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 『환경과생명』2007년 여름호 진보와 야만 사이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진보와 야만』을 읽기 전에 들었던 두 가지 생각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의 책 『진보와 야만-20세기의 역사』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보와 야만'이란 시선으로 20세기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생태적 관점에서 진보의 의미를 파헤쳤던 『녹색세계사』(2003, 그물코)를 통해 인류의 환경파괴 역사를 진지하게 담아냈던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아마 서유럽과 북미의 잘사는 나라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교양 있는 중산층 시민들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뒤이어 그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경험은 20세기에 세계 대다수 인구가 겪은 전형적인 경험들”과는 다르다고.. 더보기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 2007년 08월 31일자 <경인일보>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7월 19일 23명의 한국인 인질들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인질 가운데 2명이 비극적으로 살해당했고,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석방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감동시켰다. 피랍사태가 발생한 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위험한 정세를 감안해 한국 언론인들의 현장 취재를 제한했다. 정부는 또 다른 납치사건을 방지하고, 피랍 인질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도 석방교섭과 관련해 민감한 보도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 국민의 생사가 담긴 기사를 외국 언론을 통해 들어야 했다. 기자는 현장이 생명이란 말대로 현지로 달려가고 싶었던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의 보도통제 혹은 보도자제 요청은 지난 2003년 8월 .. 더보기
세상은 속고 싶어 한다(Mundus vult decipi)- 2007년 08월 03일자 <경인일보> 지난 7월 19일 한나라당은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정당사상 최초로 진행했다. 비록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후보의 흠결을 따지는 네거티브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있었지만, 정당 스스로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해 아무 것도 검증하지 못한 면피용 부실청문회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증청문회가 있던 다음날 퇴근길에 한 라디오 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양측 대변인의 열띤 토론을 들었다. 평범한 시민들도 전화 참여를 통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는데, 청취자들은 청문회에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