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TERACY

이승연 누드 파문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음화(陰畵) 1. 역사의 농담 - 그간 "문망"에서 진행된 이승연 논쟁을 정리하며 지난해부터 올해로 넘어오는 시기에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핫이슈는 연예인들의 누드 촬영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승연 씨의 군위안부 누드 파문이 아니었다면 단순히 연예가 핫이슈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문망에서도 지난 2월 13일 란 글과 더불어 모두 28개의 게시물이 이와 관련해 올려졌었다. 처음 올렸던 글에서 나는 이승연의 군위안부 누드 파문을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것은 이승연의 군위안부 누드가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을 만큼 “일제 하 군위안부 사건”이 “역사청산 - 역사적 종결의 형태로 일단락” 되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사 청산”이란 말은 엄밀히 따지자면 잘못된 표현이다. 역사는 청산(淸算).. 더보기
벨라 차우 Bella Ciao 이탈리아 ‘칸초네’하면 우리는 먼저 나폴리와 푸르디푸른 쪽빛 바다와 언덕까지 이어진 하얀 지중해식 가옥들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조금 더 나아가면 우렁찬 테너로 거리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테너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떠올릴지도…. 하지만 이번에 말하고 싶은 노래는 곤돌라의 노를 젓는 뱃사공이 부르는 낭만적인 이탈리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노래 이야기이다. 이탈리아 칸초네가 우리나라에 알려져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라고 하는데, 우리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것만큼 이탈리아 민중들도 노래 부르는 걸 꽤나 즐기는 민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민족에게 민족의 정한을 담은 노래가 없겠냐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노래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오늘날에도 반세계화 시위 현장에서는 빠지.. 더보기
눈을 감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은 시절이 곧 도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학마다 재학생들을 출신고교에 보내 학교 홍보를 하기도 한다는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제게도 그와 비슷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교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먼저 고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어요. 그냥 동아리 후배들에게 말하는 순간이었지요. 십수 명 되는 아이들을 앞에 놓고 먼저 살았던 선배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충고를 해야 했는데 소위 명문대학엘 간 것도 아니고, 빈둥거리며 노가다판을 전전하던 날 구태여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알 수 없었지만 간만에 후배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 모임에 나갔습니다. 어느새 나보다 저만큼 앞서 간 듯 보이는.. 더보기
개미들의 유쾌한 정치반란은 막을 내리는가? 개미들의 유쾌한 정치반란은 막을 내리는가? 한해를 돌이켜보는 시점에서 저는 우리 정치사 초유의 정치 실험이랄 수 있었던 개혁국민정당(이하 '개혁당')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저를 유난히 힘들게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를 제공했던 개혁국민정당. 주변의 친구들을 비롯해서 제 마음 속으로 그간 신뢰를 보내던 주변의 괜찮은 선배, 선생들이 저와 생각을 달리했고, 설득은 커녕 도리어 설득 당하지 않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제가 유달리 이런 일들에 취약한 정신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사실 1987년의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NL, PD의 지리멸렬한 분열 못지않게 그 무렵의 저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은 소위 '비판적 지지'세력과 '비토' 세력간의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 .. 더보기
NEIS와 노무현 참여정부 100일 - 적과의 동침 며칠 전 역사학회에서 주최하는 제46회 역사학대회를 참관하러 서울대에 갔다가 그 인근의 모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있는 친구 녀석을 만나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수업을 들어가야 하므로 두 사람이 오래도록 같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요새 교육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문제와 윤덕홍 교육부총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속해있는 학교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NEIS가 도입되었는지, 윤덕홍 부총리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가 속한 학교에서 NEIS는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공문 한 장이 날아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니까, 각급 학교는 이에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교육부총리의 계속되는 말바꾸기가 문제가 있.. 더보기
선생(先生)의 의미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 결국 인간을 동물과 변별되게 만든 문화와 문명을 생성시키고 발전시킨 원동력은 결국 기억의 전수일 겁니다. 제게는 그것이 바로 교육이지요. 인간이 삶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자연과 인간사에 대한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것이 자기 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가운데 앎의 과정이 반복되고 축적되어 오늘날 우리가 문화와 문명이 불리는 이런 인간세상이 건설된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교육이란 기억의 전수를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교육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educate는 라틴어 educare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 데, 이 말은 어원적으로 ‘밖으로 끄집어내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교육이란 .. 더보기
진짜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과연 무엇인가? 진짜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과연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공격적인 사람은 마음속의 공포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에서 다쓰베이더가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은 오래 전부터 자국의 국민들에게 여러 형태의 공포를 확산시켜 왔다. 정치적으로는 "도미노이론"을 통해 베트남의 공산화는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의미했고, 그것은 다시 동남아 전체의 공산화로, 쿠바와 니카라과의 공산화는 결국 중남미 전체의 공산화를 통해 다시 미국 남부의 공산화로 이어진다는 식의 공포를 조장했다. 그들 자신은 핵을 통해 아시아와 전세계에 핵 공포를 조장했지만, 소련의 핵실험에 놀라 수많은 자국민을 스파이로 의심하여 공직에서 축출하거나 국외로 망명 혹은 ..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2장.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解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유자가 말하길 “그 사람됨이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사람으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가 적다.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로서 난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없다. 군자는 근본을 힘써야 하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 효제(孝弟)는 인의 근본이다. 성서가 그러하듯 『논어(論語)』에도 공자의 말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논어에서 “子曰”이라 하여 성씨(姓氏) 없이 나오는 말은 모두 공자(孔子)의 성을 빼고 공자의 말씀을 이르지만 유자(有子)의 경우처럼 앞에 성이 따라오는 것은 다른 이(제자)의 말이다. 유자는 공자의 여러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은 약(若)이.. 더보기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 안토니오 그람시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 안토니오 그람시 어떤 분이 제게 '망명과 유배'란 말은 결국 '강요된 여행'의 다른 말이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망명과 유배, 그리고 감옥살이는 거주지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혹은 특정한 시공간에 사로잡힌다는 차원으로 보자면 여행이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여행을 단지 낯선 풍경에 대한 포획(capture)의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시공간에 놓인 나, 즉 자아를 발견(detection)한다는 점에서 감옥은 유형을 거친 이들의 우울한 회고처럼 '거대한 학교'일 겁니다. 그들처럼 오랫동안 자신과의 대면을 강요받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겠죠. 저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얻고, 새로운 것을 .. 더보기
이라크 전쟁 무엇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 이라크 전쟁 무엇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역사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뉴스에서 고건 신임 총리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미동맹의 강화와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때와 마찬가지로 공병과 의무 부대를 중심으로 이라크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며 UN결의 이전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의하는 의사 표명을 해야할 것이다." 라는 요지의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공병과 의무, 수송부대의 파병은 물론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보병부대나 기갑부대, 전투헬기 부대를 파병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일 게다. 그러나 이는 공병과 의무, 수송 부대를 엄호해줄 경비부대의 파병도 동시에 의미한다. 문제는 우리가 전세계 양심적인 시민들이 부도덕한 전쟁이라 지탄해 마지않는 이라크 전쟁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