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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어린이/청소년

피터의 편지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수 옮김 | 비룡소(1996) 피터의 편지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수 옮김 | 비룡소(1996) 에즈라 잭 키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들이 한 차례 반짝 등장하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앞서 "피터의 의자"편에서 이미 한 차례 이야기했다. 이번에 이야기할 "피터의 편지"도 역시 전작의 주인공인 피터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터의 의자" 속에 등장한 피터에게 아기 시절의 피터가 액자 속 사진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피터의 편지"에 등장하는 피터는 같은 주인공이지만 이전의 주인공과는 다른(좀더 성장한) 인물이다. 피터는 생일을 맞이해 한 친구를 부르고 싶어한다. 그 친구는 "에이미"란 여자 아이다. 이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내 추억 하나가 설핏 떠올라 혼자 흐뭇하게 잠시 웃었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 더보기
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에즈라 잭 키츠가 뉴욕 브룩클린의 유대계 폴란드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서 "내친구 루이"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폴란드 그리고 유대인, 이민자... 라는 이 세 단어는 에즈라 잭 키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폴란드계 유대인하면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인물은 "로자 룩셈부르크"이다. 막스 갈로의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엔 이런 대목이 있다. 로자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도록 해준 것, 시련을 견뎌나가게 해주고, 정면으로 맞서며, 추락할 때마다 다시 튀어오르게 해준 것, 불안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게 해준 것은 유머였다. 아마 그건 자신도 모르게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출신이 부.. 더보기
내 친구 루이 - 에즈라 잭 키츠 | 정성원 옮김 | 비룡소(2001) 『내 친구 루이』 - 에즈라 잭 키츠 | 정성원 옮김 | 비룡소(2001)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을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정서마저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 가까운 역사 속의 인물, 과연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이란 실제 인물을 역사 속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무명 투수 감사용에게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연 나는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닐까? 나란 한 개인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위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겠지만, 우린 역사 속에서 민중 혹은 대중의 존재로서 분명히 각인되는 존재들이란 점에서 역시 역사적인 존재들이다. 그런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내 심금을 울리던 한 장면은 이범수가 연기한 감사용의 어머니(.. 더보기
그림책 쓰는 법 - 엘렌 E. M. 로버츠 (지은이) | 김정 (옮긴이) | 문학동네어린이(2002) 『그림책 쓰는 법』 - 엘렌 E. M. 로버츠 (지은이) | 김정 (옮긴이) | 문학동네어린이(2002) 엘렌 E.M.로버츠의 "그림책 쓰는 법"을 읽고 떠오른 단상 몇 가지... 우선 이 책에 실린 엘렌 E.M로버츠의 프로필 사진은 너무 젊을 때 것이 아닌가 하는 거다. 이 책이 쓰인 것이 1981년이고 그 이전부터 20여년간 그림책 전문 편집자로 활동했다니 지금 연세가 어느 정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이 말은 웃자고 한 이야기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이 책은 창작에 관한 책이다. 일종의 창작법 책인데 이 방면에 관한 한 나도 꽤 여러 종의 책을 읽었다.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오규원 선생의 "현대시작법", 전상국 선생의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 .. 더보기
막스와 모리츠 - 빌헬름 부쉬 지음, 곰발바닥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막스와 모리츠(Max and Moritz)』 - 빌헬름 부쉬 지음, 곰발바닥 옮김 / 한길사(2001) 독서 시간은 10분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 빌헬름 부쉬(Wilhelm Busch)의 초기작이자 가장 대표작이기도 한 『막스와 모리츠』 를 읽는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읽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허, 거참 신기한 일이다.' 읽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다 읽고 이틀 동안 다른 사무 때문에 몹시 바쁘게 보냈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다니 드문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는 10분 동안 들었던 주된 생각은 "거 참 장난이 심한 녀석들이네."와 "헉, 그렇다고 주인공들을 그렇게 죽일 것까지야."란 생각이었다. 문학적으로 볼 때 작.. 더보기
멋진 판타지 - 김서정, 굴렁쇠(2002) 『멋진 판타지』 - 김서정, 굴렁쇠(2002) 문학의 위기를 말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영상의 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평자들은 소설은 이제 영상이 흉내낼 수 없는 방식으로 글을 쓰라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래서야 문학은 더욱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류의 주장들 - 문학은 영상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표현, 보다 복잡한 심리묘사와 난해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는 방식으로 문학성을 고수해야 한다 - 은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결국 이런 류의 주장은 모더니즘이 일찌기 주장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런 주장대로라면 앞으로의 문학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고급한 예술로 점차 사멸해가는 장르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서구의 고전음악이라.. 더보기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벵상, 열린책들(2003)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벵상, 열린책들(2003) 김중식의 시집 에는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이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시 한 편이 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 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을 하는 어머니의 육체와/ 동시 상영관 두군데를 죽치고 돌아온 내 피로의/ 끝을 보게된다 돈 한푼 없이 대낮에 귀가할때면/ 큰길이 뚫려 있어도 사방이 막다른 골목이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나는 정확하게 20년간 헤어져 살던 어머니와 처음 대면했다. 그 이전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3살 때, 그리고 국민학교 1학년의 기억 속에 단 두 번 그렇게 남아.. 더보기
무쇠인간 | 테드 휴즈 지음 | 서애경 옮김 | 비룡소(2003) - 테드 휴즈의 작품은 국내에선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외국에선 제법 인기있는 작품이라 비룡소판의 삽화를 그린 '앤드류 데이비슨'이 아닌 다른 작가의 삽화로 된 판본도 있다. 무쇠인간 | 테드 휴즈 지음 | 서애경 옮김 | 비룡소(2003) 내가 '테드 휴즈(Ted Hughes)'를 알게 된 건 그가 1998년 10월 28일 6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계관시인이라는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그의 아내이자 같은 시인이었던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때문이었다. 이것은 실비아 플라스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시인으로서 테드 휴즈의 성공과 유명세에 비해 실비아 플라스가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며 자신의 재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비관에 기인한 것이라는 .. 더보기
레이먼드 브릭스 - 바람이 불 때에 | 시공주니어(1999) 바람이 불 때에 | 레이먼드 브릭스 지음 |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보고 이 책이 그의 다른 책들 가령 "스노우맨, 산타할아버지의 휴가, 곰" 등을 연상하는 분들은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를 잘 아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약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작품들이 일종의 해피엔딩에 아동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은 아동들이 읽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혹은 만화를 이용한 일종의 반핵계몽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17초. 핵폭탄이 투하되자 폭격기 승무원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특수방안경을 착용했고, 히로시마 상공 570m 지점에서 인류 최초의 핵폭탄은 성공적으.. 더보기
안나 피엔버그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 사회복지와 연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배척의 원리는 자유롭게 사귀도록 내 버려둔다면 타락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 알란 튜링 영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호주(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안나 피엔버그(Anne Fienberg)"는 이 책을 통해 "남과 구분되는 한 아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말엽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연대(solidarity)의식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한다. 그 결과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이름에 "XX연대"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걔중에는 연대란 말의 본디 의미도 모르는 체 그저 유행하는 데로 가져다 붙인 이름들도 많다. 이 책의 주인공 헥토르는 화산이 폭발할 때 '펑'하고 세상에 던져진 아이다. 당연하게도 이 아이에겐 부모가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