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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DVD

"바람과 라이언"과 "사막의 라이언" 1. 숀 코네리와 캔디스 버겐 주연의 영화 "바람과 라이언"은 제국주의 시대의 풍경을 낭만적인 이국주의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해야겠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유쾌한 편이다. 고민을 배제한 스펙타클 영화이기 때문인데 아마도 실화일 거라고 오랫동안 추측만 하다가 찾아냈다. 종군기자였던 제임스 빈센트 시언은 1925년 프랑스군과 스페인군의 감시를 피해 모로코의 리프족 반군 진영의 지도자 압 델 크림과 압 델 라이슐리 형제를 인터뷰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압 델 라이슐리가 숀 코네리가 연기했던 그 실존 인물이었다. 그는 1904년 그리스 출신 미국인 갑뷰 이온 페다카리스를 납치한 것으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배경을 뒤져보는 일은 참 흥미롭다. 숀 코네리, 캔디스 버겐 주연의 "바람과 라이언.. 더보기
다크 트루스(A Dark Truth, 2012) 다크 트루스(A Dark Truth, 2012) 다미안 리 감독의 "다크 트루스"에서는 오랜만에 앤디 가르시아가 진지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이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케빈 두런드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일단 나오면 그만한 정도는 항상 보여주는 포레스트 휘태커, 다미안 리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킴 코티스 등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기본은 해준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제3세계에서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에콰도르의 타이카란 지역에서 상수도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정수시설이 오염되면서 이 지역에 집단적으로 티푸스가 발병하자 다국적 기업과 결탁한 지역의 군사령관이 무고한 마을 주민들을 집단학살하는 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진실의 문제를 다룬다. 앤디 가르시아는 .. 더보기
루 추안 감독의 영화 <초한지: 영웅의 부활(2012)> 루 추안 감독의 영화 은 영어 제목 'The Last Supper'가 영화의 내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유방 역을 맡은 '류예', 항우 역을 맡은 '오언조, 한신 역을 맡은 '장첸'의 연기는 물론 여씨 부인역을 맡은 '진람'의 연기가 기존 중국 배우들의 과장되고 기름진 연기와 달리 기름기를 거둬내 담백한 편이다. 영화 속에서 만찬은 영화의 앞 부분과 뒷 부분에 두 번 반복된다. 앞의 한 번은 유방이 진나라의 수도인 장락궁을 함락시킨 뒤 권력과 환락에 눈이 어두워진 나머지 장량의 조언을 듣지 않고, 불필요하게 항우를 자극시켜 죽음 직전의 위기에 내몰리게 되는 '홍문의 연(鴻門宴)'을 겪은 뒤 극적으로 생존하는 만찬이다. 항우와 유방은 진을 멸망시킨다는 공동의 대의로 뭉쳤으나 이후 천하쟁패를 위해 .. 더보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어린 남자에게 좋아하는 여배우란 캘린더걸처럼 계속 바뀌는 법이긴 하지만, 여배우란 말에서 '여자'를 빼고 '배우'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요근래 배우 중 내게 있어 그런 배우는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다. 1975년 10월 5일 생이니까,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볼 나이다. 케이트 윈슬렛을 처음 발견한 영화는 나도 물론 "타이타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계보에는 물론 매우 다양한 배우들이 있는데, '오드리 헵번'만큼이나 '캐서린 헵번'을 좋아하고, '캔디스 버겐'을 좋은 배우로 생각하며, 한동안 '미셸 파이퍼'를 참 좋아했다. 물론, 여전히... 미셸 파이퍼가 나온 영화들은 그리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미셸 파이퍼.. 더보기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Qui A Tue Grand-Maman)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의 '할머니를 죽인 것은 누구였나(http://me2.do/FIhV9c4r )'는 좋은 글이다. 제목도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기막히다. 미셸 폴라레프의 노래는 5월 광주를 노래한 '오월의 노래' 원곡이기도 했는데....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Qui A Tue Grand-Maman) Il y avait du temps de grand-maman Des fleurs qui poussaient dans son jardin Le temps a passe, seules restent les pensees Et dans tes mains il ne reste plus rien Qui a tue grand-maman, est-c’ le temps Ou les hommes qui n’o.. 더보기
존 포드 감독과 매카시즘 존 포드 감독은 매우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그 앞에서는 헐리우드 스타시스템 최강의 배우들도 함부로 나내거나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항변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때나 그 이후나 항상 자신이 보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권한을 즐겼다. 그의 가부장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는 매카시즘 선풍이 불어닥쳤을 때였다. 그는 이른바 매카시즘 열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영화제작 한복판에서 자신의 스텝들 중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영화제작자들을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불러놓고 만들도록 한 '블랙리스트'에 속한 스텝들을 영화제작에서 배제하고 고발하라는 요청을 꿋꿋이 거절했다. 그가 단지 거절만 한 건 아니었다. 존 포드 감독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소리.. 더보기
빅 모로(Vic Morrow)의 <전투(combat)> 요즘 친구들에게 '컴뱃'을 아느냐고 물으면 100중 8~90은 바퀴벌레 약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나 어릴 적 TV에서는 이른바 반공드라마로 '전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얼마전에 최수종이 출연해서 다시 만들어진 적도 있는데, 내 기억 속 '전우'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졸작이었다. 어쨌든 드라마 '전우'는 미국의 TV시리즈 - 그러니까 미드의 원조 격이었던 여러 TV프로그램들이었던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월튼네사람들', '초원의 집', '도망자', '헐크' 등등 - 들 중 하나였던 빅 모로(Vic Morrow) 주연의 의 컨셉을 따온 드라마였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이 시리즈 DVD가 염가에 나왔길래 미친 셈 치고 전 시리즈를 구매했다. 인상적인 오프닝과 귀를 찢는 듯 날.. 더보기
가스파 노에 (Gaspar Noe) -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돌이킬 수 없는 - 가스파 노에 (Gaspar Noe) 감독, 뱅상 카셀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3년 5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을 보던 날이 생각난다. 한 마디로 이토록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이 영화는 함께 본 친구들 앞에서 날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내 감정을 스스로 돌이켜 보건데 그건 분노도 무엇도 아닌 짜증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넘쳐나는 짜증이 날 분개하게 만들었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애꿎은 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게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아름다운 한 여인(모니카 벨루치)이 지하도에서 한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자신의 애인이 강간당했다는 것을 안 남자 친구가 분개.. 더보기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감독 :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각본 : 스티븐 자일리언(Steven Zaillian) 원작 : 마크 제이콥슨(Mark Jacobson) 출연 : 덴젤 워싱턴(프랭크 루카스), 러셀 크로우(리치 로버츠), 클레어런스 윌리엄스3세(범피 존슨) 는 1960년대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인 미국으로 우리를 이끈다. 극장판이 아닌 감독판은 런닝 타임이 3시간에 육박할 정도인데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전혀 지루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같은 조밀한 짜임새와 박진감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물론 리들리 스콧의 연출 솜씨가 가장 큰 덕이겠지만 그 밑바탕엔 스티븐 자일리언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영화 를 각색해 1994년을 그의.. 더보기
작전명 발키리 - Valkyrie 작전명 발키리 - Valkyrie 난제 -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재구성하는 일은 화살 하나로 세 개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처럼 어렵다.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언젠가 어느 신문 기자던가, 평론가가 영화 에서 헥토르가 아킬레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썼다가 인터넷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스포일러를 유포했다고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무렵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 좌석의 젊은 여성 둘이 나누는 대화를 실제로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기자인지, 평론가인지를 혹독하게 비판했고 그 덕분에 영화 보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