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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인물/평전

한국 축구의 영웅들 :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 7인 열전 - 대한축구협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한국 축구의 영웅들 :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 7인 열전 - 대한축구협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오늘날 많은 이들이 축구를 염려한다. 근대성(modernity)을 성찰하는 이들은 축구가 근대의 산물이라며,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염려한다. 또 반자본주의 활동가들 중에는 연원이 제법 오래된 3S(Sex, Screen, Sports)정책이나 최근 신경제의 새로운 조직이론, ‘연방주의(federalism)'의 최첨단이자 모태로서 FIFA라는 - 스포츠정신이나 도덕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 조직을 연구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축구는 주목할 만한 문화적 현상이다. 축구는 정말 근대의 산물이었을까? 이 문제에 답하는 것조차 .. 더보기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 "모든 것을 의심해 보라(De omnibus dubitandum)." 이 말은 칼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했던 좌우명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이를 다시 재정립했던 사상가 칼 마르크스. 이와 같은 인물에 대해 일대기도 아니고, 평전을 쓴다는 일을 그것도 불과 28세의 나이로 해냈다면, 더군다나 그 책이 60여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마르크스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평전의 지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자 피할 수 없는 난제는 마르크스에 대한 입문자용으로 읽기에는 다소 녹록치 않은 난이도를 지녔다는 점이다. 같.. 더보기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 김태희 옮김 | 교양인(2006)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 김태희 옮김 | 교양인(2006) 예전에 나는 내 개인 홈페이지(http://windshoes.new21.org/person-goebbels.htm)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인물 파울 요제프 괴벨스, 닥터 괴벨스에 대한 제법 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책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 다루고 있듯 1,000여 쪽에 육박하는 분량은 아니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나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전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전쟁이 1648년, 30년간 지속된 전쟁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렌조약(Peace of Westfalen)에 의거하여 생겨난 유럽의.. 더보기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로버트 카파 | 우태정 옮김 | 필맥(2006)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Slightly Out of Focus) - 로버트 카파 | 우태정 옮김 | 필맥(2006) 카파의 사진은 그의 정신 속에서 만들어진다. 사진기는 단순히 그것을 완성시키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카파는 대상을 두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는 전쟁 그 자체를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전쟁이란 격정의 끝없는 확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밖에 있는 것을 찍어 그 격정을 표현한다. 그는 한 아이의 얼굴 속에서 그 민중 전체의 공포를 나타낸다. - 존 스타인벡 포토저널리즘의 짧았던 전성기를 열고 닫은 최초의 영웅이자 사실상 마지막 영웅이었던 .. 더보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 박명욱 | 그린비(2004)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 박명욱 | 그린비(2004)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란 말은 이 책에 수록된 17명의 예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에릭 사티가 한 말이다. 제목이 책 내용을 모두 설명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음이 또한 좋은 책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의 저자 박명욱이란 사람을 잘 알지 못하지만 출판사 "박가서장"의 책들은 몇 권 가지고 있다. 조병준의 책들이 그것이다. 물론 내 취향이라기 보다는 이 역시 아내의 취향 덕분에 나는 더부살이 독서를 한 셈인데, "나눔나눔나눔"이란 책과 "제 친구들하고 인사 하실래요?"란 책이 그것들이다. 조병준, 그는 시인 기형도와 친구다. .. 더보기
반항아 제임스 딘 - 도널드 스포토 | 한길아트(1999) 반항아 제임스 딘 - 도널드 스포토 | 한길아트(1999) “사람이 진정으로 위대해지는 것은 한 가지 경우뿐이다. 만일 사람이 삶과 죽음 사이의 간극을 넘을 수 있다면, 죽은 뒤에도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빠른 속도로 살아야 한다.”- 제임스 딘 언제던가 나는 “바람처럼 빨리 살고, 아직 젊을 때 죽어서, 아름다운 시체를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라고 일기장에 그렇게 적었던 적이 있다. 그 무렵의 나는 스스로 막장(漠場)이라 이름 붙였던 연립지하 단칸방 벽에 리바이스 청바지 회사에서 나온 제임스 딘의 커다란 포스터를 붙여 놓고 살았다. 내 방을 찾는 사람들은 간혹 뜻밖의 취향에 놀라곤 했다. 그랬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일을 무슨 대단한 뇌물이.. 더보기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우장춘 박사 일대기) - 쓰노다 후사코 | 오상현 옮김 | 교문사(1992)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우장춘 박사 일대기) - 쓰노다 후사코 | 오상현 옮김 | 교문사(1992) '우장춘 박사'란 이름 석자를 떠올리면 머리속에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건 '씨없는 수박'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오랫동안 그렇게 암기되었기 때문이다. 선입견이란 건 그래서 무섭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쓰노다 후사코는 우장춘 박사가 씨없는 수박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수박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일본 교토대학의 기하라(木原均)임에도 불구하고 우장춘 박사라고 한국인들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우장춘 하면 '씨없는 수박', '씨없는 수박'하면 우장춘이라고 하면서, 이 수박은 늘 그와 일체가 되어 거론되고 있다. 일반 대중은 우장춘을 '씨없는 수박'의 개발자로 믿어 의심.. 더보기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어느 무용가의 생애와 예술』이란 책은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출판된 책 중 가장 호화로운 책 가운데 하나다. 우선 겉 표지 그렇고, 겉표지를 벗겨낸 뒤 바라본 양장본 속표지가 그렇다. 자줏빛 장미가 새겨진 비단천(물론 비단천은 아닐테지만)으로 속을 감싸고 거기에 책등엔 금박으로 제목이 아로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평전 성격으로 생각하여 구입한다면 약간 후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이정 박헌영 일대기"처럼 평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자료집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사진전문출판사인 "눈빛"에서 출간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인 듯 싶다. 이 책은 다큐멘터.. 더보기
요절 - 조용훈 | 효형출판(2002) 『요절』 - 조용훈 | 효형출판(2002) ◀ 이중섭 "요절(夭折)" 짧게 끊어서 발음해본다. 단지 두 음절에 불과하다. 그러나 입 속 어딘가를 베어문 것처럼 찌릿한 피맛이 살며시 배어나온다. 이 단어에서는... 어릴요(夭)자는 아이가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뒤로 살며시 젖혀진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다. 아직 하늘 아래 제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도 없을 만큼 어린 사람의 꺽어짐. 그것이 요절의 순수한 의미다. 아직 어릴 때 꺽이는 것, 그것이 요절이다. 얼마전 나는 한 어린 친구에게서 "나, 다음에 만나면 구두에게 지금 구두가 가진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어졌습니다."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아주 먼 이방의 낯선 땅을 영원히 떠도는 순례자를 흠모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이란걸 내 오늘날에.. 더보기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 이창실 옮김 | 동문선(2002)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 이창실 옮김 | 동문선(2002)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늘 혼자서 보냈다. 그건 내가 비사교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예술가가 창조자로서 작업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바란다면 자아 규제 ― 바로 사회로부터 자신을 절단시키는 한 방식 ― 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을 산출하고자 하는 예술까라면 누구나 사회 생활면에서 다소 뒤떨어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중에서 연예인들의 자살을 바라보면서, 이후 나는 점점더 나의 죽음 이후를 상상해본다. 내가 죽은 뒤 나의 사체를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는 아주 깊은 산 속에 버려두거나 아니면 깊은 심연 속에서 두번 다시 햇살 아래로 떠오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