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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대중문화의 패러다임 - 원용진 | 한나래(1996) 『대중 문화의 패러다임』 - 원용진 | 한나래(1996)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원용진의 책 "대중문화의 패러다임"은 대중문화이론에 대한 기초 입문서로는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책이란 증거는 이 책의 판권란에 기재된 쇄수를 확인해도 알 수 있다. 1996년 10월 초판이 인쇄된 이후 내가 소장하고 있는 2004년 9월까지 1판 16쇄를 찍어내고 있다. 최근 인문학 관련 서적들의 초판 인쇄 부수가 300부까지 떨어졌다는 비관적인 출판계 뉴스가 들려오는 이 때에 원용진 교수의 "대중문화의 패러다임"은 단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책머리에" 해당하는 글의 제목을 "변명 몇 가지"란 제목으로 대체하고.. 더보기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 표명렬 | 동아시아(2003)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 표명렬 | 동아시아(2003) 『나의 천년 - 발칙한 후손의 내 역사 찾기』란 책의 저자는 표정훈이다. 표정훈은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아직도 이 사람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인 사람에겐 그의 직업이 출판평론가라는 사실을 넌즈시 일러주어야 한다. 그제서야 아하, 하는 표정이라면 당신도 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낸 이 책을 지난 2004년 9월 3일자 에서 서평기사로 다뤘다. 이 기사를 쓴 이한우 기자는 최장집 교수의 제자라고 한다. 나는 이한우 기자 덕에 출판평론가 표정훈에 대해 좀더 자세한 가계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이제부터 내가 독후감을 올리고자 하는 표명렬 선생에 대해서도 함께 말이다. "나의 천년.. 더보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 황병기 | 풀빛(1994)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 황병기 | 풀빛(1994) "국악"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유익서 선생의 장편소설 『민꽃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작품성 유무를 떠나 우리 소설에서 드물게 국악인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강의 내용은 우리 음악을 하는 전통 명인들이 겪는 비극적인 사랑과 예술에 대한 추구를 다루고 있는데, 소설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그보단 내 개인적인 추억에 얽힌 일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내 기억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할아버지의 환갑잔치,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7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그 무렵엔 우리 집안이 쫄딱 망하기 전이라 제법 규모있는 환갑 잔치를 치렀는데, 소리하시는 분들을 모셔다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칠.. 더보기
항우와 유방(전3권) - 시바 료타로 | 양억관 옮김 | 달궁(2002) 『항우와 유방(전3권)』 - 시바 료타로 | 양억관 옮김 | 달궁(2002) 요시카와 에이지와 시바 료타로 책을 열심히 읽는 이가 아니더라도 재미삼아 "내 인생의 책 10권"을 선정하는 일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책 10권 중 하나는 틀림없이 "삼국지"에 할애해야만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내가 처음 접하는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의 일어판 번역본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에서 "삼국지"가 여러 차례 다시 번역되거나 평역되어 발간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황석영, 이문열 등 작가의 이름을 내건 삼국지가 있고, 다시 그 판본을 어느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청년사판, 범우사판 등 출판사마다 삼국지의 저본을 어느 것으로 했으니 자기네 삼국지가 정본 삼국지라고 주장.. 더보기
연옥의 탄생 - 자크 르 고프 |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2000) 『연옥의 탄생』 - 자크 르 고프 |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2000) "자크 르 고프"는 아날학파의 대표적인 중세사학자이다. 페르낭 브로델 등을 아날학파 1세대라 한다면 자크 르고프는 망탈리테의 역사, 아날학파 제3세대로 물질적 구조와 더불어 기독교라는 정신적 구조 속을 살아가는 중세인들의 심성을 함께 그려내려 한 인물이었다. 이 책 "연옥의 탄생"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 출현하여 16세기 종교 개혁의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였던 '연옥(purgatorium)'이란 개념을 통해 중세 사회와 중세인들의 심성을 살피고 있다. 자크 르 고프는 연옥의 개념 발생으로부터 이후 중세인의 망탈리테 속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기 위해 먼저 다른 문명권을 포함한 "저승의 지리학"을 펼쳐 보인다. 연옥 신앙.. 더보기
중국의 붉은 별(상.하) - 에드가 스노우 | 홍수원 옮김 | 두레(1995) 『중국의 붉은 별(상.하)』 - 에드가 스노우 | 홍수원 옮김 | 두레(1995) "에드가 스노우 vs 존 리드, 아그네스 스메들리 vs 님 웨일즈" 이렇게 구도를 만들어 놓고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에드가 스노는 『중국의 붉은 별』, 존 리드는 『세계를 뒤흔든 10일』, 아그네스 스메들리는 『위대한 길 :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님 웨일즈는 『아리랑』을 쓴 작가들이자 저널리스트들이다. 만약 그렇게 살 수만 있었다면 이들을 위한 길 앞잡이 노릇을 하다 만주 벌판 어딘가에서 비적(匪賊)의 납탄을 맞고 죽었어도 나로서는 별로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위와 같은 대비 말고 또 다른 대비를 시도해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vs 서머셋 몸, 앙드레 말로 vs 마르크 블로크, 잭 런던 vs 조.. 더보기
내 친구 루이 - 에즈라 잭 키츠 | 정성원 옮김 | 비룡소(2001) 『내 친구 루이』 - 에즈라 잭 키츠 | 정성원 옮김 | 비룡소(2001)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을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정서마저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 가까운 역사 속의 인물, 과연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이란 실제 인물을 역사 속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무명 투수 감사용에게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연 나는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닐까? 나란 한 개인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위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겠지만, 우린 역사 속에서 민중 혹은 대중의 존재로서 분명히 각인되는 존재들이란 점에서 역시 역사적인 존재들이다. 그런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내 심금을 울리던 한 장면은 이범수가 연기한 감사용의 어머니(.. 더보기
남쪽손님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상.하 | 오영진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남쪽손님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상.하』 | 오영진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작가 오영진은 요샛말로 하자면 "투잡(two job)"이다. 그는 만화가이면서 동시에 한전 직원이다. "남쪽손님", "빗장열기"는 남북한이 분단된 것처럼 두 권으로 분책되어 있으나 사실상 하나의 책이다. "보통 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 체류기"란 부제를 지니고 있지만 오씨가 보통시민이라는 건 자평이지, 독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고, 공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작가 황석영이 "보통 시민 황씨의 북한 체류기"란 책을 냈다고 치자. 누구도 황석영을 보통 사람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영진의 보통 시민이란 말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보통.. 더보기
가이아 :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 제임스 러브록 | 홍욱희 옮김 | 갈라파고스(2004) 『가이아 :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 제임스 러브록 | 홍욱희 옮김 | 갈라파고스(2004) 신화가 죽은 것을 산 것과 동일시한다면 계몽은 산 것을 죽은 것과 동일시한다. - T.W. 아도르노 세상 모든 믿음의 시작은 자연을 섬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한정된 수명을 지닌 인간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나타나고, 죽었는가 하면 되살아나는 힘을 지닌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에 경외심을 품었다. 인간의 신화적 상상력은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신이란 생각에 이르렀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화 속에서 ‘대지의 여신'을 일컬어 대지모신(大地母神), 즉 “가이아(Gaia)”라고 불렀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인간의 엄지손가락이 지닌 복잡한 기능만 보더라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더보기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 이창실 옮김 | 동문선(2002)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 이창실 옮김 | 동문선(2002)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늘 혼자서 보냈다. 그건 내가 비사교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예술가가 창조자로서 작업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바란다면 자아 규제 ― 바로 사회로부터 자신을 절단시키는 한 방식 ― 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을 산출하고자 하는 예술까라면 누구나 사회 생활면에서 다소 뒤떨어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중에서 연예인들의 자살을 바라보면서, 이후 나는 점점더 나의 죽음 이후를 상상해본다. 내가 죽은 뒤 나의 사체를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는 아주 깊은 산 속에 버려두거나 아니면 깊은 심연 속에서 두번 다시 햇살 아래로 떠오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