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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최장집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200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후마니타스(2002년) 교수, 지식인 최장집 선생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불행히도 그의 학문적 업적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그는 지난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일부 보수 언론과 여론에 떠밀려 때 아닌 사상검증 열풍에 시달렸다. 과연 최장집 선생은 그런 사상검증을 받아야 할 만큼 위험한 지식인이었던가? 최소한 내가 알고 접해본 그의 저서들에서 사상 검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만한 대목은 없었다. 오히려 좌측에 서 있는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너무나 온건한 지식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상 검증이라는 말도 안되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더보기
기시다 슈 - 성은 환상이다/ 이학사/ 2000 성은 환상이다/ 기시다 슈 지음, 박규태 옮김 / 이학사 / 2000년 11월 가끔 성에 관한 무수한 담론들을 접할 때마다, 보다 정직하게 말해 20세기를 '미국의 세기', '이념의 세기', '대중의 세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20세기는 누가 뭐래도 '성의 세기'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20세기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이 세기에, '자본주의 체제가 획득한 성의 습속' 역시 에이즈 전파 속도처럼 전세계를 평정하고 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 성은 일상의 이면에서 표면으로 떠올랐고, 말초적인 성(sex)으로부터 학문적인 접근 방식의 성에 이르기 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담론들이 있다. 그럼에도 성담론은 여전히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형태(말초적인.. 더보기
최봉림 - 세계 사진사 32장면 (1826~1955) 세계 사진사 32장면 (1826~1955)/ 최봉림 지음/ 디자인하우스/ 2003년 몇몇 장면으로 본 무슨무슨 시리즈는 모 출판사의 독점적인 제목 붙이기 방식인 줄만 알았는데, 최근 디자인하우스에서 출판된 "세계사진사 32장면"이란 책에도 이런 류의 제목이 붙었다. 몇몇 장면이란 시리즈는 결국 대중적인 통사를, 흥미를 끌만한 사건들과 인물을 중심으로 묶어 보겠다는 확실한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열화당에서 나오는 사진북 시리즈 중 하나인 "도마쓰 쇼메이"의 옮긴이이기도 했다. 전체적인 예술사 속에서 사진사를 별도로 끄집어 내어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 아우르러려는 노력은 국내에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조금 앞서 진동선 선생의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 .. 더보기
20세기의 역사 - 히스토리아 문디 01 / 로저 루이스, 마이클 하워드 20세기의 역사 - 히스토리아 문디 01 / 로저 루이스, 마이클 하워드 (엮은이), 차하순 (옮긴이)/ 이산/ 2000년 이 책은 지난 199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를 번역한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일단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하중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분량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 크다. (내가 이 책을 처음 구했을 때 출판사는 '이산'이 아니라 '가지 않은 길'이었는데 언제 출판사가 바뀌었을까, 약간 의문이다.) 일단 그 묵직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목차는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로드맵이자, 그 책의 구조를 보여주는 가장 합리적인 설계도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복..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0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0년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한 우리는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것이다." -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인용하며 말한 랭보의 시구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추억하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 시인의 시를 마음에 품는 것이다. 내년(2004년)이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 지난 1973년이었으므로 오래되었다면 약간 오래되었고, 최근의 시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최근에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된다. 그러나 그가 언제 태어났건, 그가 언제 죽었건 간에 그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그가 영원한 청춘의 시인이었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의 시를 마음에 .. 더보기
중국 고전 명언 사전 -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 솔출판사 중국 고전 명언 사전 -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 솔출판사 중국고전명언사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고전 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次)에게 석학(碩學)이란 헌사를 바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한자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일생일업(一生一業)이란 말이 낯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을 볼 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보다 나은 문화적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 공로만을 기리기 위한 것은 아닐 게다. 사실 이 책 "중국고전명언사전"은 내가 구입한 책은 아니고, 사무실에 굴러다니길래 며칠동안 공.. 더보기
치킨런(Chicken Run, 2000) 치킨런(Chicken Run, 2000)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유토피아(Utopia) 영국의 인문주의자이며 정치가였던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저술하여 유명해진 - 오늘날엔 읽는 사람보다는 인용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기이한 고전이 되어가고 있지만 -『유토피아』는 본래 그 유래가 그리스어의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란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에라스무스와 친교를 맺으며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저술했는데, 책의 내용은 당시의 유럽, 특히 16세기 무렵 영국사회의 여러 병리 현상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회를 꿈꾼 것이지 전혀 실제 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하기사 공화정제, 전 시민이 교대로 농경에 종사, 노동시간은 6시간, 나머지 여가는 교양시간, 필요한 물품은 시장의 창고에.. 더보기
허진호 -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 2001) 감독 허진호의 영화는 이로써 두 편을 보게 되었다. 어제 만난 의 제작자 오기민 씨는 "최근 한국영화의 돌풍의 뒤에는 나날이 작아지는 감독들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고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한국 영화들은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은 둘째로 하더라도 감독의 이름만큼은 뚜렷이 남았던 것 같은데 최근의 히트한 한국영화의 감독들 이름을 나는 모르겠다. 가령 등등. 어쩌면 이제 영화는 정말 감독의 작품이기 전에 그저 상품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동차를 만든 이의 이름을 모르듯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허진호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연출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의 이름 석자는 나의 기억에 또렷이 새겨질 것이다. 그의 첫번째 영화.. 더보기
프랑수아 플라스 - 마지막 거인/ 디자인하우스/ 2002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윤정임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2년 1957년 프랑스 에장빌에서 태어난 프랑수아 플라스(Francois Place)가 직접 글과 그림을 그린 동화책 같지 않은 동화 책 을 읽고 난 뒤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래는 삽화가로 더 유명한 프랑수아 플라스의 동화 은 우리에게 이런 저런 의미들에 대해 생각할 많은 것들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내용은 매우 간단한 편인데 마치 걸리버 여행기처럼 우연하게 거인을 만나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지리학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트모어는 우연한 기회에 지도가 새겨진 커다란 거인의 이 한 개를 늙은 뱃사람에게 삽니다. 그리고 그는 그 지도를 바탕으로 온갖 자연의 모습을 새긴 거인 9명을 만나지요. 그는 그들의 보살핌과 함께 진.. 더보기
북두의 권 - 부론손 글/ 데츠오 하라 그림 북두의 권 - 부론손 글/ 데츠오 하라 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199*년 핵의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지구, 온통 잿더미의 폐허로 변해 버린 지구는 인류의 문명이나 질서 따위는 핵의 화염에 휩쓸려 사라지고 지구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과 무질서 속에서 힘에 의해 모든 것을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의 폭력과 폭력, 힘과 힘의 대결이 펼쳐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이 보여주는 기본 설정이다. 분명 1979년 호주의 밀러 감독에 의해 형상화된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 의 흔한 아류작들과 달리 수백만부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작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같은 형태의 디스토피아를 다룬다고 할지라도 이 만화 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형식이란 측면에서 분명 를 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