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후지메 유키 지음 | 김경자 | 윤경원 옮김 | 삼인(2004)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쟁과 성의 역사학

- 새로운 혹은 해묵은 논쟁의 관점들


후지메 유키의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는 부제가 충분히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어떻게 관리(통제)하여 왔는가? 그것은 근대의 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고, 억압되어 왔는가를 마르크스적인 관점과 페미니즘의 관점을 이용해 연구고찰한 결과물이다.


후지메 유키는 근대공창제는 군대, 군사주의, 근대국민국가 체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는 군대 위안과 성병 관리를 기축으로 한 국가관리 체계이며, 근대국가 건설, 특히 강력한 군대 건설의 이익과 결합해 탄생한다. 성병 검진을 통해 질병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여성을 창부로 등록시킨 이 제도의 목적은 성병에서 남성, 특히 장병을 보호하는 것이다. 캐서린H.S.문의 "동맹 속의 섹스"에 드러난 사례(1965년)를 요약해보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8군 병사들의 약 84%는 성매매를 경험했으며, 성매매의 주요원인은 동료의 압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은 성매매와 성병을 관리하는 것은 전쟁과 전쟁 준비에 저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관리할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입장에서 살폈을 때 이런 제도는 거리의 여성들에 대한 시민권의 전적인 폐지를 국가가 공인하는 최초의 정책을 의미했다. 전쟁 기간 동안 병사들이 걸리는 가장 많은 질병 1위는 성병이고, 2위가 감기였다고 한다." 근대국민국가의 거의 모든 성매매 관련 법안은 남성고객과 성매매 여성의 처벌에 차등을 두었고, 알선업자와 포주는 체포되지도 않는 법률이었다.


또한 저자는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본국과 식민지에 공창제를 도입하는 과정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산업혁명의 유럽 대륙 및 미국으로의 파급, 선진자본주의 각국에 의한 식민지 분할, 상품경제의 침투에 따른 사회변동 등을 배경으로 전통 사회가 해체되고 도시와 해외로 미증유의 인구이동이 발생하고 무산계급 여성들에게 부단히 성매매 여성화의 압력이 가해지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결국 부르주아 사회가 사회제도로서 성매매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버나드 쇼는 성매매를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도록 요구하면서 "실제로 도덕성의 근저에는 경제문제가 있다. 성매매는 여성의 타락이나 남성의 방종이 아니라 여성들의 저임금, 과소평가, 과중 노동으로 야기되는 것이다. 여성들의 비참한 상황이 아주 가난한 여성들에게 이슬처럼 덧없는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성매매에 매달리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 성매매 여성이 인신매매 등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선택으로서의 성매매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후지메 유키는 성매매금지운동에 대해 여성주의 진영이 "여성 전체가 억압당하면서도 특히 노동자계급 여성들이 성매매 여성화되는 강한 압력 속에 있었고, 실제로 이들은 성매매 여성의 오명을 쓴 동성(同性)이며 함께 연대해서 싸워야 할 동등한 자매"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창운동의 헤게모니를 종교적 도덕주의자들이 잡고, 공창제(성매매) 폐지로 나아가는 것은 "해방을 지향한 것이 억압을 입법화"하는 것이며, "당연히 성매매 여성들과 연대해야 할 이들이 성매매 여성을 폭력에 강제된 희생자, 저능이기 때문에 타락한 자로 보고 구제, 교화, 배척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을 경계하도록 요구한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여성으로만 규정하는 것을 "계급을 뛰어넘어 자매로 이어줄 끈"을 끊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관점은 "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를 쓴 원미혜 선생의 "나는 성을 팔지 않아도 되는 세계에서 제기되는 '왜 굳이 성을 파는가?'라는 질문과 성을 팔고 있는 세계에서의 '왜 팔면 안되는가?'의 반문 사이에서 만들어진 좁고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는 듯했다. 어느 세계에서도 시원스런 답을 찾을 수 없었다"며 반복되고 있다.


근대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미국가들의 사례들과 비교하며 성과 생식의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점에서 논쟁적일 수 있다. 첫째는 그것이 일본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2005년 1월 5일. 올해 들어 첫 수요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아직도 역사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한일 양국의 문제가 어째서 현재진행형의 논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차원에서 저자인 후지메 유키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1990년대에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전개한 저의를 요구하는 운동은, 일본의 연구자들에게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의 관점을 결여한 '일본 여성사'가 얼마나 일면적이며 오만한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져있는가 하는 점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고 고백한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본군 '노예'제가, 1930년대에 시작된 전쟁에서 돌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근대의 군국주의.식민지주의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전개된 국가폭력 제도, 즉 공창제가 가장 흉폭한 단계로 발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했다"고 말한다.


둘째로 논쟁적일 수 있는 부분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계급적인 관점으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의 몸과 근대국민국가 사이의 관계를 공창제, 낙태죄 체제, 산아조절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계급적 관점과 여성주의적 관점을 두루 이용하고 있는데, 논쟁적일 수 있는 부분은 주로 계급적 관점을 동원해 여성주의적 관점에 대해서는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고백하건대 나자신은 비록 여성주의적 자세 일부에 대해 비판적이긴 하지만, 후지메 유키가 다루고 있는 문제들 - 공창제, 낙태를 포함한 산아조절 문제 등 - 은 계급적 관점만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란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후지메 유키의 비판에 대해 대체로 동감하면서도 방법론적으로만 여성주의적 관점을 차용한 것은 아닌지, 그 지향점을 지나치게 계급적 관점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여성주의적 관점은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만 차용하고, 그 지향점에선 소외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부분은 논쟁으로 남을 만하다고 느꼈다.


이와 같은 부분은 제1차 페미니즘을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구미 사회에서 백인 중산층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교육의 확대, 취업기회의 확대, 민법 개정,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같은 여성의 시민적 권리를 추구하며 국제적으로 폭넓게 전개"된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지만, "제1차 페미니즘에서 섹슈얼리티의 문제에 도전한 것은 소수파"였으며, "여성을 존경할 만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이원화한 점, 근본적으로 이성애 중심이었음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이런 부분은 긍정할 수 있었다. 제2차 페미니즘은 성과 생식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제안했는데, 페미니즘이 드디어 권력의 문제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것이 제2차 페미니즘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성과 생식의 문제를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 정치학의 문제로 삼아 "개인적인 것은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the political)"이라는 슬로건 아래 그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남녀관계, 성애, 출산, 육아, 산아조절 등의 문제에 정치성을 부여한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였다. 제2차 페미니즘은 선진자본주의의 국가중심주의, 백인중심주의, 중산층 중심주의를 극복하고자 했지만, 비백인 여성과 제3세계 여성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2차 페미니즘은 백인중산층의 시야와 동기에 규정되기 쉬운 점을 들어  "제국의 페미니즘"으로 비판한다.


흑인해방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을 위해 싸운 여성들은 여성 억압이 민족(인종) 억압과 계급 지배와 일체를 이루며 여성 사이에는 계급과 인종(민족)에 근거한 차이와 권력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배집단의 여성(비록, 그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할지라도)이 획득한 것은 피지배집단 여성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비판이다. 후지메 유키의 "성의 역사학"이 어려운 까닭은 이해가 쉽다, 어렵다는 차원의 어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최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 층위들이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여성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들, 논쟁들, 시위를 어느 한 가지 관점에서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재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논쟁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언어가 사람을 규정한다는 명제가 일상사에서 이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드물다고 생각될만큼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규정하는 단어들은 "윤락, 매춘, 매매춘, 성매매, 성 노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과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까지 접근해 들어가면 과연 성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인가?란 질문으로부터, 성을 사고 파는 일은 올바른가? 이것을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 성매매에서의 자발성이란 인정할 수 있는가? 와 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심각한 선택과 판단을 내리도록 강요한다. 마치 실제 성매매가 일어나는 집창촌의 좁디 좁은 골목길과 미로처럼 얽힌 방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현재까지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 혹은 성노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

는데, 아직까지도 그 미로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이 책은 나에게 해답을 선사하는 책이 아니라 보다 많은 고민 속에 처박아 버린 꼴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한 가지는 저자 "후지메 유키"라면 현재 우리 사회의 성매매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 어떤 선입견도 갖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그들 스스로가 그들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해 소외시키고, 타자화하지 말고, 그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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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동맹 속의 섹스(Sex among allies) - 캐서린 H.S. 문 | 이정주 옮김 | 삼인(2002)


대부분의 우리 역사를 통해 '조국'은 나를 노예처럼 다루어 왔다. 조국은 내가 교육을 받거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해 왔다. '우리' 조국이란 만약 내가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더 이상 내 조국이 아니다. '우리' 조국은 스스로 나를 보호하는 수단마저 부정하며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내년 거액의 돈을 남에게 지불하도록 강요한다. 그러고서도 나를 보호할 수가 없어서 ....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나를 또는 '우리'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당신은 내가 공유할 수 없는 성적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내가 공유해 오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결코 공유하지 않을 이익을 얻기 위해 싸우고 있음을 진지하게 또 합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나의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혹은 나 자신이나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 여성인 내게는 조국이란 없다. 여성으로서는 나는 조국을 원하지도 않는다. 여성으로 내 조국은 전세계이다. - 버지니아 울프, "3기니" <동맹 속의 섹스, 본문 220쪽에서 재인용>

 

마치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을 연상케 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저 말은 우리 사회에서 혹은 국제 관계(한미동맹) 속에서 여성이 처하고 있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준다. "동맹 속의 섹스"는 여성으로 한 개인의 삶이 사회와 국가, 한미 외교정책, 더 나아가 국제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리 매김 되고, 틀지어지는가를 기지촌 여성의 삶이란 하나의 고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캐서린 H.S.문의 이 책은 미국 클라크 대학 여성학 교수인 "신시아 인로(Cynthia Enloe)"의 연구방법과 주제 의식을 한국의 기지촌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시아 인로 교수는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클라크 대학에 여성학과를 직접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국제정치와 군사주의, 군수산업이란 거대 시스템이 여성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주목해 군사주의와 성별정치학을 연구해왔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H.S.문은 신시아 인로가 자신의 연구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학자로 인정하는 이이며, 신시아 인로는 이 책의 발문을 쓴 권인숙의 논문 지도 교수였다.)

 

"일상"의 개념은 특히 여성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시간으로 재해석되었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역사가 주목하는 시간이 권력을 장악한 남성들의 시간이었던 데 반해서 일상은 여성의 시간으로 이는 "소외"와 의미의 궤를 같이한다.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시간으로서의 일상은 바로 여성의 시간이자, 동시에 의미 없이 소모당해야 하는 여성의 감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소외된 시간으로서의 일상이 정치적 의미를 지닌 시간으로 부활하자 이런 일상의 정치사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여성주의의 명제가 되었다. 신시아 인로의 연구는 이로부터 더 나아가 "국제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라는 명제까지 나아간 것이고, 캐서린 H.S.문은 바로 그 명제를 한국의 기지촌 연구로 증명해 보인다.

 

불과 10여년 전만하더라도 한국의 가장 진보적이라는 학자, 운동가들 가운데 누구도 기지촌 여성의 문제를 사회 문제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일 자체가 금기시되어 왔다. 이는 여성의 몸에 관한 것, 특히 성행위에 대한 것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었으며, 이런 지극히 사적, 개인적인 문제가  짙은 색 정장을 입은 남성 엘리트들의 국제정치나, 외교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런 여성문제(성문제)에 대한 재인식은 때로 우리 사회에서 '윤금이 씨 피살사건'과 같이 끔찍한 형태로 부각되면서 국내 문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외부의 문제, 외국, 외국인, 외국 주둔군의 문제로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진보는 종종 민족주의와 혼돈되어 나타났는데, 이런 인식이 기지촌 여성의 문제, 성매매 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동맹 속의 섹스"는 2002년 6월 15일자 초판이고, 내가 이 책을 구한 것도 역시 이 무렵의 일이었다. 거의 2년여 동안 나는 이 책을 서재에 두고 묻혀만 두고 있었는데, 최근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책을 읽기고 결심했다. 첫째 이유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이 법안을 어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둘째 이유는 역시 첫째 이유와 이어진 것인데, 그런 고민 속에서 후지메 유키의 "성의 역사학"을 읽고 새삼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동맹 속의 섹스"가 지역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을, 국제관계 속에서  해석하고 연구한 책이라면, "성의 역사학"은 지역적으로는 일본의 문제를, 서구 제국들의 근대화 경험 속에서의 집창촌 문제와 낙태 문제를 국가주의와 근대를 고민하며 다루고 있는 책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의 여러 형태를 고민하고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 속의 섹스"는 머리말과 맺음말을 제외하고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기지촌 여성들과 미군과 그 군속들을 포함한 다수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있는 연구논문이다. 캐서린 H.S. 문은 기지촌 여성들을 "도마 위의 고기"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21세기에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여러 의견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을 둘러싼 논의들이 서구에서의 근대화 이후 본격적인 직업 성매매 여성이 출현한 이래 논의되었던 담론 및 주장들과 지독하게 일치한다.

 

기지촌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주요 시각들은 단순명쾌한 이분법 혹은 불가항력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기 일쑤였다. 이는 부르주아 사회가 필연적으로 사회제도로서의 성매매를 동반하는 현실을 부인하거나 묵인하는 자세에서 비롯되며, 성매매를 한 개인 - 남성의 성적 방종이나 여성의 타락에 기인하는 - 적 책임으로 전가시킨다. 성매매 여성은 종종 윤리적으로 타락한 여성이거나 육체적 쾌락을 바라는 수지 웡(Suzy Wong)으로 묘사되거나 인식된다. 즉, 과거에나 현재에나 성매매 여성은 여전히 여성들의 저임금, 과소평가, 과중한 노동으로 야기되는 것임에도 이런 제반 환경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자발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거의 모든 매춘 여성들이 기지촌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빈곤, 낮은 사회적 지위, 신체적, 성적, 감정적 학대가 얽힌 생활을 경험했다. 그들은 이미 '타락한 여성'이었다. 처녀성도 잃어버리고 가족과의 연계도 거의 끊어지고 교육도 많이 받지 못한 이 여성들은 종종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은 이미 "도마 위의 고기"였다. 김연자 씨는 1950년대 후반 다른 여성들과 달리 고등학교까지 마쳤는데, 그녀는 자신이 기지촌 세계로 들어온 이유로 11살 때 사촌에게 강간당했던 일을 종종 이야기한다. 강간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만일 어머니가 집에 있어서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었더라면 자신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까닭에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행상일 을 해야만 했다. <본문 48쪽>

 

다른 문제는 이것을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여성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냔 의식이다. 저자는 이런 기지촌 여성들이 어째서 오랫동안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추방되었는가에 대해 다루며 "기지촌 여성들은 파괴, 가난, 전쟁의 살육, 전쟁으로 인한 가족과의 분리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이었으며, "남북한의 지리적. 정치적 분단과 남한 군대의 불안, 그리고 미국에 대한 끊임없는 종속의 살아있는 증언"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이런 굴욕은 형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아우로서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몫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한국인의 눈에, 매춘 여성은 두 가지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 기능이란 한국사회에 끼칠 외국의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들을 견제하고, '존중받을 만한' 소녀와 여성들이 미군에 의해 매춘과 강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본문 69쪽 - 70쪽>

 

여기에는 진보를 가장한 민족주의 담론들도 한 몫하고 있다. 논개는 조국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순결과 삶을 희생한 여인으로 칭송받는다. 이런 담론들은 미군 전차에 의해 죽임당한 두 여중생을 순결한 민족의 꽃으로 승화시킨다. 다소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살해당한 윤금이 씨와 두 여중생은 본질적으로 '순결한' 이란 부분 즉, '존중받을 만한' 이란 부분에서 정확하게 갈린다. 대한민국은 기지촌 여성들을 필요악으로 대할 때도 있지만, 이들을 "국가방어와 GNP성장을 위한"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는데, 1973년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민관식은 도쿄를 방문했을 때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소녀들의 충정은 진실로 칭찬할 만하다"고 하여 한일 양국의 여성 단체들과 언론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베트남전에서 목숨을 잃은 파월 한국군 장병들이 벌어들인 달러만 경제개발계획의 밑천이 된 것은 아니었다.

 

미8군의 한 정보장교는 군대가 1960년대 남한 GNP의 25%를 차지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1987년 미군은 남한 경제에 10억 달러를 기여했으며, 이것은 전체 GNP의 약 1%에 해당한다. …<중략>… 1978년 한국 경제는 매매춘을 통해 일본인으로부터 7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본문 76쪽 - 77쪽>

 

저자는 이와 더불어 기지촌 여성 박 양의 사례를 제시한다. 박 양은 기지촌 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인에게 성을 팔았는데, 남자 형제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인에게 성을 팔기로 선택한 경우이다. 그 이유는 본인이 한국인 남성에게 성을 팔 경우 언젠가 남자 형제들의 앞길을 막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녀들 자신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왔음에도 1988년 말지 보도에 따르면 한 명의 전직(기지촌) 성매매 여성은 등에 업힌 이민으로 평균 15명의 친척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며, 그럴 수 없는 경우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부친다고 보도했다.

 

캐서린 H.S. 문은 한국의 경우는 여성에 대한 외국의 통제와 지배가 가변적이며, 국가간 관계와 여성의 억압 사이의 마르크스주의적 상관관계가 이런 가변성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해석하면서, 사회적으로 아무리 박탈당한 위치에 놓인 여성들일지라도 세계정치학의 역할자로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저자는 이 부분을 제일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이 두드러지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사실이 약간 아이러니지만) 하고, 국가간의 관계의 역동성과 여성들의 삶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강대국과 군대, 자본주의적 여러 이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통일체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와 비정부 엘리트들은 소위 '국가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 종종 다른 계급과 집단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나는 이 책을 읽었던 두 가지 이유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그 법안의 존폐 유무를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성매매특별법은 그간 분명히 우리 사회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처럼 행동해왔던 "성매매" 문제를 최초로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내가 성과 관련한 책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성매매특별법 자체에 주목하기 때문이기 보다는 우리 사회 속에서 성매매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복잡하지만 놀랄 만큼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맹 속의 섹스"는 기지촌이라는 특수한(미군이 주둔하는 아시아적인) 환경에 주목한 연구로 성매매 일반에 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성매매 문제를 국제관계 속에서 연구하든, 국내적인 문제로 한정하든 그 본질은 주변부화 된 여성들의 문제, 그들을 국가 이해, 국가 안보, 사회를 위한 중요한 자원(사람이 아닌)으로 간주하는 시스템을 해체하는 데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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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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