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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3 로버트 블라이 - 사랑의 시
사랑의 시 


            로버트 블라이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황량한 작은 중앙로도



Love Poem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streets abandoned all night.


*

어릴 적 사랑에 빠졌을 땐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거나 혼자라는 느낌 같은 거 갖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외롭거나 혼자라는 느낌이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사랑은 더욱더 강력한 구원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사랑이 깨어졌을 때, 그리고 다음의 사랑이 허망하게 지나갔을 때, 내가 버림받는 것뿐만 아니라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음 번 사랑을 만나서도 여전히 똑같은 고민, 우리가 영원히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유일하게 영원할 수 있는 것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나는 아주 편하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에게 영원한 것은 고독이며 결국 혼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할 것만 같았기에 더욱 큰 고통이었던 사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너이지만 그러나 너는 너이고, 나는 나여야만 또한 사랑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풀도 사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됩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기쁘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길이 쓸쓸하고 고독한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 길로 걸어갑니다. 밤새 황량한 작은 중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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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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