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9.07 마종기 - 證例6
  2. 2011.03.29 마종기 - 우화의 강 (2)
  3. 2010.11.17 마종기 - 낚시질 (1)
  4. 2010.10.27 마종기 - 성년(成年)의 비밀
證例6
: 앤 선더스 아가에게

- 마종기


내가 한 아가의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환자는 늙으나 어리나 환자였고, 내가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기계처럼 치료하고 그 울음에 보이지 않는 신경질을 내고, 내가 하루하루 크는 귀여운 아가의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내 같잖은 의사의 눈에서는 연민의 작은 꽃 한 번 몽우리지지 않았지.


가슴뼈 속에 대못 같은 바늘을 꽂아 비로소 오래 살지 못하는 병을 진단한 뒤에 나는 네 병실을 겉돌고, 열기 오른 뺨으로 네가 손짓할 때 나는 또다시 망연한 나그네가 되었지. 그리고 어느 날 엉뚱한 내 팔에 안겨 숨질 때, 나는 드디어 귀엽게 살아 있는 너를 보았다. 아, 이제 아프게 몽우리졌다. 네 아픔이 되어 낮에도 밤에도 속삭이는구나.


미워하지 마라 아가야. 이 땅의 한곳에서 죽고 나면 그만이라는 패기 있는 철학자들의 연구를 미워하지 마라. 너는 그이들보다 착하다. 나이 들어 자랄수록 건망증은 늘고,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은 어두워진단다. 그이들은 비웃지만 아가야, 너는 죽어서 내게 다시 증명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는다.


*

마종기 시인은 시인이자 의사이고, 의사이자 시인이지만 그 전에 한 아이의 아비였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다. 마종기 시인의 "證例" 연작 시리즈는 그가 시인이기 전에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란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시인이 자신의 시에 주석을 다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이지만 마종기 시인은 이런 말을 했다.


"끝 연에서 이 시는 세상을 다 알고 경험한 척하며 철학자연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도서관에 앉아 책만 들척이며 세상의 진리를 다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글을 쓰고, 세상의 만사를 자기식대로 난도질하는 지식인들이 나는 우습기까지 했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내가 의대생으로 해부에 매달리면서 일어났다. 졸업 후에 밀어닥친 의사 생활 중에 더 두드러지게 되었지만, 문학이라면 적어도 그 당시 상당히 유행하던 행동주의 문학만이 구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행동이 없이 관념의 추상 언어로만 지껄이는 문학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체험을 통한 현장의 은유야말로 살아 있는 시를 만드는 새로운 질료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진정성을 갖춘 문학이라고 믿었다. 행동이 밑바탕이 되지 않는 문학은 공중누각이고 세상에 필요 없는 문학이라고 믿었다. 골방에만 박혀서 하루하루의 질박한 삶을 외면하는 의식의 조작이 아니고, 땀과 눈물과 피로 만들어내는 것만이 진정한 시의 길이라고 믿었다."


'진정성'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다시 말해 정의되지 못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쉽게 내뱉어지고 쉽게 사용되는 말이다. 또 다시 말해 '진정성'이란 말은 쉽게 정의되지 않으며 어쩌면 정의될 수 없는 말이란 뜻이다. 진정성이란 말 자체가 본디 한자어에서 왔을 테지만 이 말의 '진정'이 명사 '眞情'인지 부사 '眞正'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내 경우엔 명사가 아니라 부사 '진정'이란 의미에서 "거짓이 없이 참으로"란 뜻으로 받아들인다. 진정성을 영어로는 'authenticity'라고 흔히 번역하는데 이 말은 진정성보다는 '진본성'에 더 가까운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어떤 때보다 '진정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자주 사용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 말의 참 뜻을 아직 모르며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란 말이다.


비록 시인은 철학자들의, 지식인들의 창백한 지식과 이성이 빚어내는 냉정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역시 앞의 첫 연에서 의료시스템의 한 부분을 차지한 도구로서의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그가 "한 아가의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그 역시도 알지 못했던 자각이다. "그리고 어느 날 엉뚱한 내 팔에 안겨 숨질 때"에야 비로소 시인은 환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앤 샌더스'라는 이름을 가진 "귀엽게 살아 있는 너"로 재인식하게 된다. 마종기의 이 시가 지닌 진정성의 근원은 다름 아닌 이 자각, 그 역시 창백한 지식과 이성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성찰에서 출발하는 것일 게다. 그가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자각도 아마 그것이었을 게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진정성은 그의 말대로 결국 '행동', "땀과 눈물과 피로 만들어내는 행동"만이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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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되는 일은 친한 사람이 많으면 많은 데로 적으면 적은 데로 신비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곁을 주었으나 곧바로 후회해본 경험이 나는 많았다. 친하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던 적도 많았다. 내 나이 서른살 이전까지는 내 동년배 친구들이던, 나보다 나이어린 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렇게 살지 마라, 저렇게 하지 마라.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내용이나 충실함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를 밀도(密度)라 한다. 물리에서 밀도란 부피분의 질량을 의미한다.

나는 삶에 있어서의 밀도란 살아온 세월의 길이에 그 사람이 경험한 일들(독서경험을 포함해서)의 다양함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밀도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했으므로 타인에게 충고하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섣부르게 충고하지 않으며 충고한다고 해서 과거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상대방이 바뀔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으며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 하여 애닳아 하지 않는다. 뜨거웠던 피가 식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나이 서른에서 마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내 생각을, 내 피를 식게 만들 어떤 일들이 그토록 많이 벌어졌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그 사이 얼마나 겸손해졌는가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니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더란 회한이 든다는 뜻에서 이런 말을 한다.

사람도, 세상도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을 예전이라고 몰랐던 것은 아니나 이제는 그것을 과거처럼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뼈 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도 세상처럼 쉽게 바뀌지 않으며 세상도 사람처럼 쉽게 바뀌더란 것을 알게 되었다. 시인의 말처럼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을 알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해주는 일조차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았다. 나 하나 변치 않고, 내 고집대로 살아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간 친하게 지낸 사람 하나 제대로 보살피며 살기도 어렵더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이 변하길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변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를 알기도 어렵다. 더더군다나 나는 여전히 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자 하는 가치나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희미해져가는 데도 나는 여전히 고집스럽다. 이제 나는 타인이 그런 나를 어여뻐 보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누군가를 내가 억지로 참아주며 잘 지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억지로 나를 참아주며 내 곁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자기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지만, 자신의 맑음만 바라보지 않고 내가 진구렁에서 헤매길 자청하는 까닭도 함께 살펴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까닭까지 좋아해주지 않아도 그런 나를 먼발치에서나마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내놔라, 무엇을 기대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으로 흐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내가 또 그 사람에게 친하고픈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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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

-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

나도 중년인가 보다. 이 시를 읽고 문득 눈물이 났다.
물고기 같아서....
물고기 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눈물 흘리려고 했는데
슬픈 눈물 대신 늘어져라 하품이 나와서 슬펐다.

왜 먹먹한 거냐?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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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成年)의 비밀

- 마종기

최후라고 속삭여다오
벌판에 버려진 부정한 나목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초저녁부터 서로 붙잡고
부딪치며 다치며 우는 소리를.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
무섭고 아름답겠지.
나도 목숨 건 사랑의
연한 피부를 쓰다듬고 싶다.

날아도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다.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다.




출처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

이 시 <성년의 비밀>은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에 실린 시이다. 성년,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오늘날 우리가 '번지 점프'라고 일종의 레저 스포츠 삼아 하는 놀이의 유래가 남태평양 펜타코스트 섬의 원주민들의 성인식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인의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체력과 담력을 부족민들에게 보증하기 위해 30미터 가량의 점프대 위에 올라서서 발목에 나무줄기를 엮은 밧줄을 묶고 뛰어내리는 의식이다. 걔중에는 계산 착오로 맨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일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성인식인 셈이다.

자연 속에 살아가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에게는 그 행위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성인식이겠지만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성인식이 의미가 있을까? 시인은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 무섭고 아름답겠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것은 목숨을 거는 행위를 찬미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목숨을 건다는 비장한 행위에서 젊은이의 치기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나도 목숨 건 사랑의/ 연한 피부를 쓰다듬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 이르면 "날아도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다."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끝없는 도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고 시인은 말한다. 오히려 시인은 어른됨의 비밀 속엔 나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듯이 보인다. 유한한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아무리 날아올라도 완성의 경지에 오를 수 없음을 시인은 일찌감치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시인이 우리에게 포기를 강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최후라고 속삭여다오"라고 말하면서도 "알고 있다"고, 부딪치고, 다치며 우는 소리를 다 알고 있다고 말해준다. 성년의 날개를 접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인가 보다. 새로운 도전이나 열린 가능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간 쌓아온, 그간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성년에 담겨진 비밀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다르게 살기를 꿈꾸지만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다르게 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며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다. 어제의 어느 한순간 비워둔 시간은 되돌아 오늘의 뒤통수를 치거나 오늘 그것을 피해갔다고 해도 내일의 어느날엔가는 분명 뒤통수를 칠 것이다.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다"는 것에서 우리가 슬퍼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빛의 열린 가능성이 빚어낸 나의 슬픔을 접어둘 수 있는 삶의 여유 - 여유란 말은 얼마나 슬프냐? 여유란 다른 말로 체념과 포기를 의미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할 시간과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여유를 얻는다. 친구가 불러내는 술자리를 전전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달간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낼 수 없다 - 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자신의 아픔과 절망에만 눈을 돌리는 사람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나의 치기어린 슬픔을 닫는 과정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와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어른됨의 비밀은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헤매는 부나방이 아니라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일에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 그러니까. 무언가에 목숨을 걸 수 있다고 아직 믿고 있는 동안의 나는 타인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악을 쓸 수 있는 동안, 그것이 나를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속이고 있는 동안에 나는,  그 사랑이 불륜이든, 아니면 수간(獸姦)이든, 근친상간이든 상관없이 사랑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행할 수 있다고 믿었던, 용기 아닌 용기가 순수한 것이라고 신뢰하고 있는 동안의 나는.... 시인을 죽이고 싶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 부러뜨려 봐야 그 안에서 황금알을 만드는 비결을 알 수는 없겠지만.... 마치 어느 살인자가 소녀의 페티쉬즘을 넘어서 그녀의 뱃속엔 뭔가 좀더 아름다운,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을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는 믿음을 실천에 옮겼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런 믿음으로 충만해 있을 때 나는 최승자의 목을 비틀면 그 안에서는 비명 대신에 시(詩)가, 아니 신음조차도 시적(詩的)일 거라는 믿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
무섭고 아름답겠지.

제2연의 첫째 행과 둘째 행 같은 구절이 과연 그냥 나올 수 있는 구절일까. 나는 이 시를 처음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냥 운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성통곡했다. 아프지만, 아프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 행위다. 이카루스가 추락한 것은 너무 높이 날아서가 아니다. 날개를 접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카루스는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한 피터팬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다. 그런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슬픔이 더이상 빛의 세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 뿐. 성년의 비밀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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