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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2 박제영 -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3)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

한때는 ‘나’이기도 했던 당신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리는 오후 세 시
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

*

'시'란...

'~란' 말로 시작되는 모든 말은 시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시가 세상 만물의 조화에 참여하는 방법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한국어에선 대체로 '~란 ~이다.'의 형태로 표현된다.

시인은 "그리움이란~" 무엇무엇이다라고 말한다. 시인이 말(묘사 혹은 진술)하는, 시인이 부여하는 의미망이 당신의 가슴을 울리면 그때부터 시는 시가 된다.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내 마음속의 당신은 둑 저 너머에 있다. 둑은 넘침을 방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동시에 벽이다. 비가 내리고 나는 당신 생각으로 무너진다. 그런데 시인은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이라며 무너지는 것이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말한다. 약간의 안간힘 끝에 결국 시인은 고개를 숙이며 고백한다. 무너진 건 '나'이고, 나를 끌어가는 것은 '당신'이라고...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무너지기에 참 좋은 시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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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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