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oncert - Live
도어즈(Doors) 노래 / 워너뮤직코리아(WEA) / 1991년 5월



아버지, 난 당신을 죽이고 싶어.
어머니 난 당신을 밤새도록 사랑하고 싶어.
그건 가슴시리도록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The end 중에서>


"도어즈"
란 그룹의 이름은 종종 "짐 모리슨"과 동격으로 다뤄지곤 한다. 그럴 경우 가장 손해를 입는 그룹 멤버는 역시 "레이 만자렉"이다. 짐 모리슨이 그룹에 카리스마를 부여했다면, 레이 만자렉은 그룹의 음악에 골격을 세워줬다. 도어즈 특히 짐 모리슨은 당시 팽배해 있던 마약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애시드 록(acid rock)의 느낌이 강하다. 거기에 클래식 음악 교육으로 단련된 레이 만자렉의 신서사이저 연주의 반복적인 리듬과 멜로디는 청중을 사이키델릭한 환상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나 도어즈의 음악적 성향은 단순히 사이키델릭이나 애시드 록적인 분위기였다고 단언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도어즈의 음악적 성향은 자유로움으로 충만해 있었다. 60년대 당시의 록그룹들은 블루스를 모태로 하고 있었다. 도어즈가 연주한 곡들 중 Back door man과 같은 곡은 블루스맨 윌리 딕슨의 작품으로 하울링 울프가 불러 유명했던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이 지닌 의미는 도어즈란 그룹이 그 시대의 다른 록그룹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가 블루스에 있었음을 선언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들의 그룹명인 도어즈는 영국의 시인 월리엄 블레이크의 싯구
"If Doors of were cleansed, All Things Would Appear Infinite"를 인용한 것이다.


짐 모리슨 자신이 고백하고 있듯
"나의 영웅들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고 그러기에 난 예술과 문학이란 게임에 코를 꾀인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무언가 쓰고 싶었지만 손이 펜을 잡고 자동기술마냥 내가 아무 것도 할 필요없이 스스로 움직 여지기 전까지는 쓰지 않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물론 나는 얼마간의 시를 썼다." 그는 문학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에 종종 나타나는 거친 메시지들 역시 짐 모리슨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핑크플로이드와 같은 프로그레시브록 그룹은 정교한 프로듀싱 작업을 거쳐 음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동안 그네들의 라이브공연에서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록그룹의 라이브 자체는 선호하면서도 라이브 음반을 구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편인데, 그 까닭은 아무래도 라이브 현장 녹음이 주는 생생함이 좋기는 하지만 음질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어즈의 음악은 라이브 공연에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했다. 도어즈는 그룹 구성원 네 명의 음악적 실력이 든든히 뒷받침되고 있는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짐 모리슨의 야수와 같은 보컬과 레이 만자렉의 단단한 구성으로 꾸며진 신서사이저 연주 실력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짐 모리슨은 라이브 공연에서 샤머니즘의 제의와 같은 의식을 진행하곤 했는데 그 의식들은 오만하고 광기가 넘쳐 흘렀다.
(물론 거기에는 아직 라이브 공연의 상업적 기술들이 현재와 같이 고도로 발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만이 지닌 특별한 테크닉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사이키델릭한 약간의 조명만으로도 관중을 흥분시키는 재주를 지녔었다.)


규율과 억압의 질서를 죽임으로써 이들이 얻고자 한 것은 자유였다. 그들 음악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폴 로스차일드는
"녹음할 당시 짐 모리슨은 마치 무당이 된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몰아의 경지로 빠져 들어갔다"고 회상한다. 도어즈의 라이브 음반은 음향기술에 의한 여과가 거의 없는 순수한 의식의 산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두 장의 CD로 도어즈의 명곡들을 두루 수록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음반인데, 불행히도 현재는 품절 상태에 있다.




그들의 음악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즐겨 삽입되곤 하는데,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도어즈의 명곡 <The End>가,  1991년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 <The Doors>를 통해 그 자신의 청춘에 대한 헌사를 표하고 있다. 짐 모리슨 만큼이나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아티스트도 드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그는 남들이 평생에 걸쳐 도전하더라도 도달하기 힘든 명성을 단시일 내에 폭발적으로 얻어냈고, 그 자신의 천재적 광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타개하고 말았다. 짐 모리슨이 세상을 떠난 지도 30년 가까이 흘렀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과 광기는 그가 남긴 다른 앨범들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본격적인 장마도 시작되었으니 오늘은 도어즈의 "Riders on the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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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 - 신현준  | 문학과지성사(1997)


역사 서술의 한 방식이자 대표적인 것으로 통사(通史)란 것이 있다. 시대 순으로 중요한 사건과 경험들을 서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 교과서가 바로 이런 통사의 일종이다. 역사 서술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통사는 역사를 강물에 여러 지류들이 합류하며 흘러가는 것처럼 기술되는 특성을 지닌다. 통사가 역사 서술의 시작이라는 것은 역사란 것이 기본적으로 시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종착점이라 함은 역사 기술이 하나의 사관에 따라 조합되고 정리되는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사적 서술이 만능은 아니다. 특히 록음악과 같이 하위 장르가 잡초의 뿌리처럼 분화해간 장르의 서술의 경우엔 더더군다나 어렵다. 그래서 록음악에 대한 그럴듯한 통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신현준은 대중음악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문화비평가로, 이 방면에 여러 권의 책을 상재해놓고 있다. 이외에도 한겨레21, 웹진 weiv 등에 대중음악과 관련한 글들을 접할 수 있다. 평소 신현준의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을 읽으면서 혼자 미소 짓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본인 자신이 책머리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문지스펙트럼의 문화마당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록음악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라는 책을 집필하는 것은 어쩐지 그답지 않은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통사를 역사서술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 했는데, 이 말은 입문이자 끝이란 뜻이기도 하다. 역사학자가 궁극적으로 해보이고 싶은 일은 아마도 자신의 사관을 담은 통사를 엮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통사들이 나와 있으므로 자칫하면 진부한 글쓰기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록 음악의 장르와 스타일들을 아티스트 중심으로 소개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외국에서 이런 유형의 책들은 수도 없이 많고, 국내에도 이미 상당수가 출판되어 있다. … 중략 … 더구나 이런 ‘스탠더드’한 방식의 글쓰기에 대해 어쭙잖은 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일임이 분명하다. <책 머리에, 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이유를 발명(發明)하기 위함인지 저자는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의 필요성과 기성의 형식을 따르지 않은, 한국형 록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 이유 등에 대해 미리 밝혀두고 있다(그의 다른 글들이 상당히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책에 실린 글들이 확실히 스탠더드하긴 하다). 그런데 그 뒤에 이르는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좀 헷갈리게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모호함과 혼돈스러움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록 음악은 적절한 대상일 수 있다는 정도다. 애증이 교차하는, 때로는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이 중독성 강한 사운드는 종종 약물에 비유되어 왔다. 록 음악을 즐기는 패거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끔찍하다고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다. 그들(우리?)은 끔찍함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중독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책머리에, 8쪽>


저자 신현준은 록 음악을 이 견디기 힘든, 끔찍한 세상에 대한 패배자들의 중독 약품이거나 그런 세상에 대해 부단한 대결을 벌이는 진지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본의 넘치는 탄력과 포옹하지 않을 수 없는 록 음악의 (상업적)한계를 생각한다면, 신현준의 관점엔 동의하기도 거부하기도 어렵다. 따지고 보면 그런 고민은 록 음악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즐기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저자는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을 통해 저자 자신이 말한 그런 류의 고민들을 과연 스탠더드한 글쓰기로 담아내고 있을까? 물론, 그것을 감식해내는 것이 독자의 몫이긴 하다.


어찌되었든 저자의 저런 고민을 마음에 담고서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을 짚어나가다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아홉 가지 갈래(편의상 블루스, 컨트리, 포크, 인디,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하드 록, 글램, 펑크 계열 등 아홉 가지 갈래로 구분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록 음악의 장르들을 다루고 있다.) 의 록 음악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반항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된 혹은 자발적 순응으로서의 록 음악이다. 신현준의 책에서 특히 백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특히 체제 반항적인 록 음악 장르의 대명사인 포크와 펑크 계열을 다룬 3장 「Hey, Mr. Tambourine man」과 9장 「Smells Like Teen Sprit」부분인 걸로 느껴진다. 특히, 이 부분들이 좋게 느껴진 것은 신현준의 특기인 사회와 음악의 민감한 연결고리들을 더듬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측면들이 비록 스탠더드한 글쓰기가 요구되는 입문서 특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가며 읽는다면 이 책의 록 음악 입문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문고판 특유의 저렴함(지금은 6,000원으로 올랐지만, 초판인 1997년 당시의 가격은 5,000원이었으므로)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문고판 판형인데 신국판과 동일한 크기의 서체가 사용되어 좀 읽을 만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하는 점, 개별 아티스트들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음반 가운데 상당수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음악을 다룬 책의 원 텍스트가 음악 자체라고 했을 때, 전송권에 제약을 둔 신저작권법이 발효된 현실에선 참 난감한 일이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적, 사회적 통제력은 그에 미치지 못해 생겨난 우스운 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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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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