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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30 1916년 부활절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지음, 황동규 옮김 / 솔출판사(1995)


『1916년 부활절』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지음, 황동규 옮김 / 솔출판사(1995)



예이츠는 1865년 더블린 외곽 샌디먼트라는 곳에서 영국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나 평생을 아일랜드의 시인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가 영국계라고는 하나 그의 집안은 200년 이상 아일랜드에서 살았다. 그의 가계는 대대로 성직자 집안이었으나 부친 J.B 예이츠는 법률공부를 했다. 그러나 법률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부친이 화가였다고는 하나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예이츠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화가를 포기하고 시업에만 전념했다.


내가 예이츠를 재인식하게 된 것은 지난 1991년 아직 대학생이지 못하던 시절 어느 후미진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멤피스벨(Memphis Belle)> 때문이었다. 그 무렵의 나는 아직 대학생이 아니었고,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순간의 자기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개봉 당시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는지 관객도 별로 없는 극장의 어둠 속에서 나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었을까? 우리에게 예이츠는 그의 명성을 드높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해 괜히 잘 아는 척하게 되는 작품 「호수 섬 이니스프리(The Lake Isle of Innisfree)」로 기억된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란 인상적인 첫 구절이 주는 낭만과 처음부터 끝까지 호수의 잔잔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싯구를 따라 예이츠의 이미지도 거기에 종속되어 버린다.


예이츠를 어떤 시인이라고 규정하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굳이 그의 시적인 세계를 이야기해본다면, "아일랜드 민족주의"와 "신비주의"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집의 번역자이자 시인인 황동규 선생의  해설에도 드러나고 있지만 "20세기의 시인들 가운데 예이츠처럼 명성의 오르내림 없이 사랑을 받는 시인"은 드물다. 그 이유 가장 큰 이유야 역시 그의 시가 지닌 탁월한 성취에 기인하지만, 다른 이유를 꼽자면 그 중 하나는 20세기에 출몰한 특별한 문예사조들 어디에도 그의 시가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상징주의에도 모더니즘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시인이었고, 그것에만 충실한 삶을 살았다.


예이츠의 시에서 드러나는 신비주의는 아마도 에드바르트 뭉크의 화풍에 가계가 성직자 집안이었던 영향이 녹아드는 것처럼 성직자 집안으로 몇 대에 걸쳤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일 게다. 예이츠의 부친은 신학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비종교적인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이츠 역시 기질상 기독교적인 전통을 신봉하는 신자는 아니었으나 그것을 대체할만한 종교적 비의를 찾아 일생을 추구했다(따지고 보면 아일랜드는 켈트족 본래의 종교인 드루이드(Druides)의 전통이 강한 곳이 아닌가). 예이츠의 시세계가 변천해가는 과정은 몇 개의 중요한 시기들로 구분된다. 초기 런던의 시인들(셸리와 같은)에게서 영향을 받던 낭만적인 시기의 시들에서는 어머니의 고향 슬라이고의 지명과 민담 등을 시적인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호수 섬 이니스프리' 역시 이런 시기의 경향을 대표하고 있는 시이다.


▶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1916년 부활절 봉기 당시 모습

그는 종종 발표할 당시의 시를 다시 시집으로 묶으면서 새로운 시어로 교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로 자기도취적인 낭만주의적 경향의 시어들을 제거하는데 치중되곤 했다. 그는 좀더 목소리를 낮춰 자신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이미지들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시는 좀더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추구해 나간다. 그 자신은 이때의 경향에 대해 "비인격적인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정상적이고, 정열적이며 분별력이 있는 자아"를 지니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런 시기에 나온 시들이 이 시집에도 수록되어 있는 '물 속의 자신을 찬미하는 늙은이들'이다.


나는 들었다, 저 늙고 늙은 늙은이들이 말하는 걸,

"아름다운 모든 것은 떠내려 간다
물처럼."
I heard the old, old men say,
'All that;s beautiful drifts away
Like the waters.'


이 시기에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여인 "모드 곤(Maud Gonne)"을 만난다. 예이츠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인생의 고뇌는 시작됐다"고 고백할 만큼 아름답고 아일랜드 독립에 대한 신념에 가득 찬 독립운동가였다. 그러나 모드 곤은 자신을 열렬히 사랑했던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하고 다른 독립운동가와 결혼했던 그녀의 남편이 1916년 부활절 봉기 때 처형당하자 예이츠는 또다시 청혼한다. 모드 곤은 예이츠의 청혼을 다시 거절했고, 결국 예이츠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며 그녀를 기억속에 접었다. 훗날 예이츠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면 자신은 그저 평범한 시인에 그쳤을 것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예이츠는 수년간 그녀에게 필사적인 구애를 펼쳤으나 열렬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였던 모드 곤은 그의 구혼을 완강하게 뿌리치고 만다. 이때 그는 '두 번째 트로이는 없다 No Second Troy'에서 그녀를 트로이의 헬렌에 비유했다.


모드 곤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한 예이츠는 아일랜드 문학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그레고리 부인을 만나 사귀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게 된다. 그는 자신의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고 싶었고, 그의 이런 시도들은 매우 복합적인 형태로 작용한다. 그는 중산층의 속물의식을 혐오했으며 종종 걸인이나 농부들과 같은 계급 혹은 그 이상의 계급인 귀족적인 아름다움에서 이상적인 인물을 발견해낸다.



▶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

그의 명성도 점점 더 높아져 더 이상 시인으로서만 머물 수 없게 되어, 그는 1922년엔 갓 건국한 아일랜드 공화국의 상원위원에 지명되어 1928년까지 활동한다. 이 무렵 쓰인 시 중 하나가 영화 <멤피스 벨>에도 일부 인용된 시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내다보다 An Irish Airman Foresees His Death'이다.


나는 안다, 저 구름 속 어디에선가
내 운명과 만나게 될 것을.
내 싸우는 자들 내 미워하지 않고
내 지키는 자들 내 사랑하지 않는다.
I know that I shall meet my fate
Somewhere among the clouds above;
Those that I fight I do not hate,
Those that I guard I do not love;


시인은 이후 한층 더 원숙해진 시어들, 사실적인 언어들을 통해 신비스러운 힘을 발휘한다. 이 시집의 번역자인 황동규 시인은 그의 대표적인 시 '풍장(風葬)'을 통해 그 자신이 예이츠의 영향을 받았음을 일부 시인하고 있다.


"내 마지막 길 떠날 때/ 모든 것 버리고 가도, / 혀 끝에 남은 물기까지 말리고 가도,/ 마지막으로 양 허파에 담았던 공기는/ 그냥 지니고 가리. / 가슴 좀 갑갑하겠지만 / 그냥 담고 가리."

<황동규, 풍장 28 중에서>


"한 외로운 환희의 충동이 나를/ 이 설레이는 구름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재어보았다, 마음 속에 떠올려./ 이 삶, 이 죽음과 견주어 볼 때/ 앞으로 올 세월도 지나간 세월도/ 호흡의, 호흡의 낭비로 보였다."

<예이츠,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내다보다 중에서>


예이츠는 말년에 이르러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본다면, 사람은 진리를 구현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알 수는 없다고 말하겠다 … 추상적인 것은 삶이 아니며 도처에서 자기모순을 드러낸다. 그대는 헤겔을 반박할 수 있지만, 성자나 6펜스의 노래(Song of Sixpence)를 반박할 수는 없다." 모든 생명이 지난 삶에 대한 반성을 통해 제 자리를 찾는다. 그것이 과학적인 개념으로 보았을 때는 진화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예이츠의 시는 합리주의에 기초한 서구철학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갔다. 그의 성찰이 담긴 시집 한 권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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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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