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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0 한형석 - 웰컴 투 마이 텐트 / 중앙books(2008)

웰컴 투 마이 텐트 - 한형석/ 중앙books(2008)

 

『논어(論語)』의 「爲政(위정)」편에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그 뜻을 확고히 세웠으며, 마흔에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아니 하였고, 쉰에 하늘이 내린 뜻을 알았고, 예순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되었고,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르더라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子曰十有五而志干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말이 있다. 그로부터 동양에서는 나이 열다섯을 지학, 서른을 가리켜 이립(而立), 마흔을 불혹이라 부르게 되었다.


요즘의 기준으로 나이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기도 어렵지만, 나이 서른에 뜻을 세워 확고하게 섰다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나이 서른에 바로서기는커녕 일어나기도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베이비붐 세대치곤 행복한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독재체제 아래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대학생이 될 무렵엔 군부 독재 만큼은 벗어났고, 개인적으론 척박한 삶이었지만 1980년대 3저 호황의 풍요를 누린 셈이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까지 집 한 채도 없고, 10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연식의 중고차 한 대를 애지중지 끌고 다녀야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지금의 나는 실업자도, 구직자도 아니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된다.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온 이래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을 옮기면서 3개월 정도 쉬어본 것을 빼놓고는 16년 동안 한 번도 스스로에게 휴식이란 것을 주어본 기억이 없다. 늘 직장 생활에 바빴고, 늘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를 쫓아 갈망하며 달려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뒤쫓았던 것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달일지언정 부귀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름 괜찮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다 문득 올해 대학원을 수료하면서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나에게 휴지기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주말마다 촛불시위에 나가거나 시사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다가 문득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 사회적 책임 같은 도의적 의무감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 것들을 죄다 뿌리치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40년 가까이 살아온 나란 사람일 터이니. 그러나 이젠 좀 쉬엄쉬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바삐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기로 했고, 그날부터 캠핑동호회에 가입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고 장비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넘어가던 무렵엔 작은 텐트와 코펠을 가지고 나도 산에 갔고, 그곳에서 밤하늘의 별을 벗 삼아 지내기도 했었다. 그 기억들이 나를 다시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불룩하게 튀어나온 뱃살과 가늘어진 종아리(?) 근육으로는 산길을 탈 자신이 없었다. 결국 적당하게 타협한 것이 캠핑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7월에서 8월까지 장비만 사들였을 뿐 아무 곳에도 가지 못했다. 명색이 ‘바람구두’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이 사는 모양치곤 우습다. 정부의 야영금지조치 이후 사람들의 ‘아웃도어 라이프’도 많이 변했다.


예전엔 비록 ‘행락객’ 수준이긴 했지만 저마다 소박한 텐트와 코펠을 들고 산으로, 들로, 강으로 나갔다. 본래 캠핑이란 다녀간 흔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예의지만 지난 시절 우리들은 계곡의 넓적한 돌이란 돌마다 삼겹살 판으로 애용했으니 야영금지조치 같은 것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부의 야영금지 조치 이후 일부 자연은 되살아났지만 그 덕분에 산과 들, 바다, 강가엔 모텔과 펜션들로 가득 찼다. 자연휴양림 속 방갈로, 펜션 한 번 빌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고, 일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도 단순히 금지하면 된다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과 시책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 세계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동안 캠핑 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나는 어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생초보가 되어 있었다. 동호회도 뒤져보고 여러 가지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수집해봤지만 결국 나는 책을 읽어야 해갈되는 사람이었다. 관련한 책자들을 찾아보니 해외여행 정보서나 안내서는 지천이었지만(질은 둘째로 하고), 국내여행서는 태부족인 상황이었다. 거기에 야영지 안내나 야영문화에 대한 글을 담은 책은 아마도 이 책이 거의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실용서이지만 실용 정보보다는 오랫동안 야영생활을 즐겨온 한 사람이 자신이 경험담과 추억담을 약간의 정보들과 함께 버무린 책이다. 많은 점에서 초보캠퍼가 되려는 사람에겐 좀더 많은 실용정보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어쩌면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캠핑이란 반드시 편리함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캠핑이란 자연을 내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자연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비록 달팽이처럼 내 집을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고, 잠시 머물다가 돌아오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삶의 무게일지도 모르겠다.



* 캠핑 에세이를 겸한 캠핑 서적이므로 실용적인 정보를 구하려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캠핑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즐기는 것인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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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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