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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0 조은 - 섬
  2. 2010.11.04 조은 - 동질(同質) (2)
2011.06.20 09:29


- 조은

물이 나를 가둔다
물이 나를 조인다

새들은 내 몸에다 배설을 하고
바람은 커다란 독처럼 나를 묻는다

………

가자
이 햇빛 좋고 바람 서늘한 날에
나를 기어오르는 물길을 다른 곳으로 꺾으며
홀가분해지며


출처 : 조은, 무덤을 맴도는 이유, 문학과지성사, 1996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은 하이쿠를 연상케 하는 두 줄의 짧은 시 "섬"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했는데 조은 시인의 동명의 '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지 않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 온전히 '관념의 섬'으로 '환유(metonymy)'를 이용해 의미망을 확대한다면 조은 시인의 '섬'은 묘사를 통해 우리들을 섬으로 초대한다.

물로 사방이 막혀서 섬이다.
물은 길이지만 동시에 나를 가두는 장벽이다.

새들은 내 몸에다 배설을 하고
바람은 커다란 독처럼 나를 묻는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이 시의 백미(白眉)는 시적 묘사에 있지 않고, 도리어 그 반대로 3연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말줄임표(………)에 있다고 본다. "할 말을 줄였을 때나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에 쓰는 말줄임표는 침묵, 다시 말해 말 없음을 의미한다.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의 세계"에서 "침묵이란 그저 인간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포기 그 이상의 것이며,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면 스스로 옮아갈 수 있는 어떤 상태 그 이상의 것이다. 말이 끝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 때문에 침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 뿐이다."라고 했다.

침묵이 흐른 뒤... 과연 이 침묵은 무엇을 분명히 하였기에 "이 햇빛 좋고 바람 서늘한 날에 나를 기어오르는 물길을 다른 곳으로 꺾으며 홀가분해지며 가자"고 외치게 된 것일까. 시의 극적 반전 만큼이나 침묵(………)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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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同質)


- 조은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 나 지금 입사시험 보러 가. 잘 보라고 해줘. 너의 그 말이 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밧줄처럼 잡고 있는
추레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잡을 것이 없었고
잡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잠이 들었다

망설이다 나는 답장을 쓴다
--- 시험 잘 보세요, 행운을 빕니다!


출처: 『황해문화』, 2004년 봄호

*

문득, 잘 사느냐고...
밥은 먹고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는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서럽게 울었었지.

그래, 그래... 걱정하지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어때... 그래그래... 밥이 보약이지... 소식없으면 잘 지내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그래... 나도 너 무척 보고 싶구나

...............뚜우, 뚜우

그렇게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동안 멍청하게 있었지.
내 마음엔 왜 이렇게 빈자리가 많은 거냐
속절없이 울먹이면서
그렇게
그렇게
너는 왜 늘 그리도 날 외롭게 만드는 거니....
너는 왜 늘 그리도 내 빈 자리를 파고 드는 거니...

허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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