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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김시습(金時習) - 사청사우(乍晴乍雨) 乍晴乍雨 - 김시습(金時習)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사청환우우환청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是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예아변응환훼아 도명각자위구명) 花門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화개화사춘하관 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憶 取歡無處得平生 (기어세인수기억 취환무처득평생) 갰다가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이니, 하늘의 도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기리는 사람 문득 돌이켜 또 나를 헐뜯을 터, 공명을 피하더니 저마다 또 공명을 구하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하랴,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이 무엇을 다투랴. 세상 사람들아 내 말 새겨들으시라, 즐겁고 기쁜 일 평생 가지 않나니. 조선 초기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지은 "사칭사우"를 우리말로 .. 더보기
최치원 - 추야우중(秋夜雨中)과 두 편의 현대 우중시(雨中詩) 추야우중(秋夜雨中) - 최치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운 마음으로 시를 읊으니 세상에 나의 시를 아는 사람이 적구나. 창밖에 밤 깊도록 비가 내리고 등불 앞에는 만 리 고향을 향한 마음만이 서성이네. 우중행(雨中行) - 박용래 비가 오고 있다 안개 속에서 가고 있다 비, 안개, 하루살이가 뒤범벅되어 이내가 되어 덫이 되어 (며칠째) 내 목양말은 젖고 있다. 출처 : 박용래, 먼바다-박용래 시전집, 창비, 1984 * 박용래 시인의 "우중행(雨中行)"에는 최치원의 한시 "추야우중(秋夜雨中)"의 심상이나 정조와는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최치원의 雨中이 창 밖의 광경이고, 시인은 등불 앞에 있어 젖지 않는 것에 비해 박.. 더보기
유종원(柳宗元) - 강설(江雪) 江雪 - 유종원(柳宗元, 773~819) 온산에 새 한마리 날지 않고 모든 길에는 이미 인적마저 끊겼는데 외로운 배 위엔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 차운 강에는 펄펄 눈만 내리고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 낚시엔 취미가 없었다. 생명을 걸고 생명을 낚는 일이 낚시라서 나는 낚시가 싫었다. 아마 삿갓 쓴 저 노인이 낚고자 한 건 세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눈 내리는 강가에서 물고기 낚일리 없으니... 더보기
이백(李白) - 산중문답(山中問答) 산중문답(山中問答) - 이백(李白, 701 ~ 762)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閒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왜 산에 사느냐 묻기에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아니했네 복사꽃잎 아득히 물 위로 떠 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당신은 왜 회사 이야기를 집에 와서 하지 않느냐는 아내의 말부터, 친구들에게 당신은 남의 인생상담은 잘 해주면서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는 말, 혹은 그래도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면서 살고 있지 않느냐는 부러움 아닌 부러움을 듣곤 한다. 그럴 때 나는 그냥 웃기만 한다. 내가 이백이라면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닌 곳에 살아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사람 사는 세상이 왜 아니 힘들고, 어려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 더보기
이상은(李商隱) - 무제(無題) 無題 李商隱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力百花殘 春蠶到死絲方盡 蠟燭成灰淚始乾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蓬山此去無多路 靑鳥殷勤爲探看 서로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이별 또한 쉽지 않고 동풍도 힘이 없으니 모든 꽃들도 시들어 버렸네. 봄누에는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실을 다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오. 새벽에 거울을 대하고는 머리칼이 희어짐을 염려하고 밤에 시를 읊고서 달빛이 차가움을 느낀다오. 님 계신 봉래산이 여기서 그리 먼 길이 아니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살며시 찾아가 주려무나. * 예전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회색 도시의 골목 모퉁이를 돌아 처마 끝에서 빗줄기 피하는 상상을 많이 하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비오는 날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사 어귀 잎사귀 커다란 오동나무 어드메쯤 앉아서 빗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