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 안성찬 옮김 | 해냄(2001)
해냄에서 출간하고 있는 "클라시커50" 시리즈 중 현재까지 출간된 전권을 구입했다. 알게모르게 이런 류의 책들은 재미있다. 책을 만들 때 주요 독자층에 대한 계산은 실내 수영장에서 물 밑으로 깊이 잠수하여 떠오르지 않고, 중간 지점에 머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적당한 무게 추를 몸에 달지 않고는 부력의 저항에 못이겨 계속 떠오르게 된다. 해냄의 클라시커50 시리즈가 앞으로 얼마나 진행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관심이 지속되는 한 아마 계속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이 시리즈가 내 수준에서 보았을 땐 적당한 심도로 잡학에 대한 내 관심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처음 "클라시커"란 말을 접했을 때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별로 호기심도 가지 않은 탓에 그저 이 시리즈를 원래 기획한 독일의 출판사 이름 정도 되려나 했더니 "klassiker"란 최고의 예술가, 대가, 명작 등을 뜻하는 독일어라고 누군가 친절히 알려주었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내가 쓰는 글은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아니다. 어차피 늘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 책이 적정한 돈값만 해준다면 그리고 이 한 권의 책에서 50명의 영화감독 이름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개별적인 책, 작가론이 있어 준다면 사서 읽어주면 그만 일 것이다. 만약 "리처드 리콕"이란 영화감독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른 책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이들에겐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이란 거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선 필요충분할 만큼 많은 책들이 번역 출판되고 있지 못하므로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겐 이런 시리즈만으로 감지덕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시리즈에 불만이 없을 순 없다. 한 권의 책으로 묶여도 시원치 않을 세계적인 감독들, 사진가들, 회화, 철학가들을 한 권으로 묶어서 수박 겉?기로 맛만 보여준다는 점이 그런 불만일 거다. 그런데 그건 대개의 리뷰란 것이 빠져나갈 수 없는 고민이다. 문제는 그 짧은 글에서 얼마나 많은 요점들을 응축해 설명하면서도 대중적인 이해와 난이도의 미로를 헤쳐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책이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잡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클라시커 50 시리즈 가운데 커플, 디자인, 재판, 발명 같은 시리즈를 읽는 건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어차피 특별히 전문적인 서적을 구해 읽지 않는 한 이런 방면에 대해 이만한 심도를 유지하는 책을 읽기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특별히 이 시리즈 가운데 유익했던 것은 "신화" 편이었는데 신화와 관련해 에피소드를 묶어낸 책들 대개가 에피소드와 더불어 개인의 해석을 덧붙인 형태이므로 클라시커 시리즈보다 나을 게 없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는 그렇게 같은 한계 상황에선 좀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초심자부터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를 이해를 갖고 있는 이들까지 아주 읽을 만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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