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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만화/애니

쥐 -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쥐 -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1958년 무렵 뉴욕 레고 파크. 여름이었다고 기억된다. 내가 열 살인가 열 한 살이었을 때…. 난 하우이, 스티브와 어울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는데 그만 스케이트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야! 얘들아! 기다려.” “꼴찌다! 꼴찌! 하하하” “같이 가! 얘들아.” 아버진 마당에서 뭔가를 고치는 중이셨다. “마침 들어오는구나. 이리 와서 이것 좀 잠깐 잡아주렴.” “훌쩍, 네?” “아티, 그런데 너 왜 우는 거니? 나무를 잘 붙들려무나.” “제가 넘어졌는데요. 친구들이 절두고 가버리잖아요.” 아버진 톱질을 멈추셨다. “친구? 네 친구들?” “그 얘들을 방 안에다 먹을 것도 없이 일주일만 가둬놓으면….” “…그 땐 친구란 .. 더보기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 장경섭 지음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5년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 장경섭 지음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5년 장경섭과 최초의 인연을 창비에서 나온 『십시일반』으로 생각했는데 어제 후배가 전해준 『저예산독립만화지 1996년 6월호 통권 제2호-화끈』을 보니 그와 나의 인연은 그가 데뷔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야 했다. 그런데 고백할 것은 그에 대한 내 기억을 되살려 준 것은 『화끈』에 실린 그의 작품 때문이 아니라 여기에 실렸던 김동고의 "돌아온 조단"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그림체가 당시 내게는 꽤 특이하게 느껴졌고, 그 무렵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단이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던 무렵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런 점만 놓고 보자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창비에서 펴낸 작품집 『십시일반』에서도 마찬가.. 더보기
개를 기르다 -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박숙경 옮김 | 청년사(2005) 개를 기르다 -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박숙경 옮김 | 청년사(2005) 홀거 하이데에 대한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온 몸이 파김치처럼 피곤에 전 느낌이었다. 아내도 마감 중이라 계속 늦는데 오늘은 아예 집에 못 들어온다고 했다. 소파에 보니 낯선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 "개를 기르다"였다. 제37회 쇼가쿠칸 만화상 심사위원상 특별상 수상작이란 표식과 함께 "청년사 작가주의 01"란 글이 표지에 있었다. "너를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눈물이 흐른다" 카피 내용은 그랬다. 첫번째 든 생각은 '청년사에서 이젠 만화도 내는군' 이란 것이었다. 80년대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한 여러 출판사들이 90년대 들어 일련의 자구책으로 문학에서 아동문학으로 분야를 넓혀가는 혹은 외도하.. 더보기
안전지대 고라즈데 - 조 사코 지음 |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2004)  안전지대 고라즈데 - 조 사코 지음 |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2004) 악을 행하는 사람은 우선 자기가 선을 행한다고 믿어야 한다. 이데올로기, 그것은 '정의의 실현'이라는 악마의 행위를 발생시키고, 악마의 행위자에게 신념과 결심을 갖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본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비치고, 따라서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찬사와 명예로운 소리만 듣게 되는 것이다. - 알렉산더 이자예비치 솔제니친 말(言)은 종종 현실을 외면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낸다는 점에서 소통을 위한 진실한 수단일 수 없다. 우리는 팻맨(Fatman)과 리틀 보이(Little Boy)란 이름의 어디에서도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름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8.. 더보기
이것이 일본 만화다 - 프레드릭 L.쇼트 | 김장호 외 옮김 | 다섯수레 (1999) 이것이 일본 만화다 - 프레드릭 L.쇼트 | 김장호 외 옮김 | 다섯수레 (1999) 프레드릭 L. 쇼트는 "한국어판을 내면서"란 글을 통해 "만화는 한 세기 전에 미국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한국의 만화 산업도 예외 없이 매우 세련되고 높은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만큼 만화가 대중 속에 파고든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이 문장에서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예술로서의 만화는 한 세기 전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만약 모던한 장르로서 만화의 출발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프랑스 내지는 영국을 기원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장르의 기원만 놓고 치자면 더욱더 미국이 그 기원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이 만화에 대해서만큼 서로 .. 더보기
안노 히데아키 - 건버스터 :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トップをねらえ!, GunBuster Top o Nerae!, 1989) 30분 총 6화, 일본OVA, 감독 : 안노 히데아키 오타쿠, 문화의 톱이된 신호탄! 어느 사회든 질적인 전환을 거쳐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이는 세대도 있기 마련이다. 전후 영국의 앵그리 영맨, 미국의 비트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사고 방식을 보여 기성 세대를 소크라테스 시대 이래로 계속된 고민에 빠뜨린다. "요즘 얘들 문제야!"라는... 우리에게도 한동안 회자되었던 세대 구분법으로 모래시계 세대니, 386세대니 하는 정체성 자체보다는 언론의 편의주의적 작명법이 작용한 아리송한 세대 구분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식의 세대 구분은 세대와 세대간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획일화한다는 우를 범할 수도 있을.. 더보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 학산문화사(201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 학산문화사(2010) 미야자키 하야오(宮埼駿)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텍스트 -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은.... 미야자키 하야오(宮埼駿), 만약 그가 일본인이 아니라면 최소한 양국의 역사적 연원을 거슬러 오르는, 한 작가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와 비판들에 대해 몇 차례의 필터링을 거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에 관해서만큼은 무엇이든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이라고는 하더라도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그의 작품들은 일본 아니메에 대한 선입견들 - 폭력, 섹스, 왜색풍 - 로부터 비교적 너그러운 대접을 받으며 국내에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들 - 청소년의 정서 순화에 유익하다거나, 어린이들도 함께 볼 수 있.. 더보기
슈퍼 로봇의 혼 - 선정우, 시공사(2002) 슈퍼 로봇의 혼 - 선정우, 시공사(2002) 나는 지금도 종종 프라모델숍 앞을 지날 때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유리창 안을 멍청하게 들여다 보는 버릇이 있다. 왜냐하면 그곳엔 어린 시절의 내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먹는 것도 잊어먹을 만큼 열광했던 TV 만화영화들 가운데서도 단연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는 원형질적인 작품을 들라하면 "마징가Z"일 것이다. 우리나라 TV에서 만화영화를 최초로 방영한 것은 1964년 8월의 일이다. 이때 처음 방영된 만화영화는 물론 외국 것으로 "개구장이 데니스"였고,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가 만들어져 극장에 내걸린 건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으로 1967년 1월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TV에서 일본 만화영화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10월 "요괴인간.. 더보기
도박묵시록 카이지(총 39권) - 후쿠모토 노부유키 | 학산문화사 도박묵시록 카이지(총 39권) - 후쿠모토 노부유키 | 학산문화사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라고는 결코 할 수 없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부유키의 그림체는 아무리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잔인하게 말하면 싫어하는 그림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는 "Arms, 스프리건"의 작가 "료우지 미나가와", "헬싱(Hellsing)"의 "히라노 코우타" 스타일이다. 하지만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들이 주는 충격은 이 모든 것을 상회하고도 남는다. 1958년생 개띠인 만화작가 후쿠모토 노부유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극(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 "무뢰전 가이"를 보고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워낙 그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더보기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우라사와 나오키"란 이름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일본의 만화작가이다. 내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파인애플 아미(Pineapple Army, 1986)"를 통해서 였다. 이 작품에서 "파인애플"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파인애플이란 미국식 그레네이드(수류탄)의 별명이란 거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 굉장히 낯설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무렵 소개되던 일본 만화의 거의 태반이 아동만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들인데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체 또한 당시 만화선들보다 다소 굵고, 거칠고 인물 캐릭터 묘사도 예쁘다기보다는 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