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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만화/애니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쉬"란 만화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알게 된 모 사이트의 (현재는 역사 선생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운영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닉네임이 애쉬(Ash)였다. 영어 '애쉬'는 타다 남은 재란 뜻과 물푸레나무란 뜻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애쉬는 만화 "바나나 피쉬"의 애쉬 링크스였다. 전에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공중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문화의 장르 분화에서 만화처럼 확실한 성(性) 구분이 있는 것도 드물다. 아무리 잘된 순정만화라도 어지간해서 남성들이 보는 일은 드물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장르 역시 남성 만화 애호가들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더보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테르미도르와 순정만화 "김혜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저자도 아닌 "김혜린"인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적인 만화의 등장을 사람들은 1909년 6월 2일에 창간된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한칸 만화를 꼽는다. 그로부터 한동안 한국엔 만화가 없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여유자적(?)하게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아니, 그것을 출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을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어째서 만화가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기간의 우리 민족의 모든 예술이 굴절되었듯 만화 역시 굴절 혹은 단절의 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 만화가 다시 일선에 등장하게 된 것은 해방 이후 "라이파이"의 작가 김용환.. 더보기
남쪽손님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상.하 | 오영진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남쪽손님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상.하』 | 오영진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작가 오영진은 요샛말로 하자면 "투잡(two job)"이다. 그는 만화가이면서 동시에 한전 직원이다. "남쪽손님", "빗장열기"는 남북한이 분단된 것처럼 두 권으로 분책되어 있으나 사실상 하나의 책이다. "보통 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 체류기"란 부제를 지니고 있지만 오씨가 보통시민이라는 건 자평이지, 독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고, 공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작가 황석영이 "보통 시민 황씨의 북한 체류기"란 책을 냈다고 치자. 누구도 황석영을 보통 사람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영진의 보통 시민이란 말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보통.. 더보기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TAKEHIKO INOUE) | 대원씨아이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TAKEHIKO INOUE) | 대원씨아이 1994년의 어느 겨울, 나는 세 명의 친구와 함께 롯데월드로부터 올림픽공원까지 걸었다. 우리 세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87년 이후 세 사람이 살아간 삶의 방향은 각기 달랐다. 그 무렵 TV에선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고, 갓 발견된 "심은하"라는 앳된 얼굴의 탤런트는 장안의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마지막 승부』가 방영되던 시절. 나와 그 두 친구는 뭔가 쓸쓸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무엇도 확실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나이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확실치 않은 것 가운데는 오랫동안 신념으로 삼아왔던 무엇이 사라진 뒤에.. 더보기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매우 많다. 사람, 인간, 민중, 군중, 대중, 인민, 서민 등등... 때로는 정치적으로, 학문의 엄밀성을 위해 용어는 구분되고, 구분될 때마다 각각의 용어들은 별도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람 혹은 여러 사람들을 일컫는 말 가운데 가장 나중에 온 말은 무엇일까? 민중? 하기사 우리가 민중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나중에 발견되었으며, 가장 나중까지 논란의 여지로 남을 인간은 '개인'일 듯 싶다. 최근 역사학계의 새로운 조류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상사'에서(이와 관련한 책으로 몇 해 전 청년사에서 출간된 『일상사란 무엇인가』와 개마고원에서 출간된 『나치시대의 일.. 더보기
시로 마사무네 - 『애플시드』 시로 마사무네 - 『애플시드』 사람들이 ‘오시이 마모루’와 그의 에 열광할 때, 비애를 느꼈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영화. 오시이 마모루의 vs 만화. 시로 마사무네의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일본 아니메의 열광적인 매니아이다. 그렇다고 일본 아니메의 작가 연보를 줄줄이 외우는 오타쿠적인 매니아는 아니고, 감상하길 즐기고, 기회가 닿는 대로(이 말은 "닥치는 대로"에 비해 얼마나 우아한가?) 수집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본 아니메에 열광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작품 자체보다는 플라모델 조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건담 시리즈를 조립하면서 그 리얼한 작동에 경악했다. 그것은 건담 이전의 로봇들이 일종의 슈퍼 거대 로봇물이라 어린 내 눈에도 뭔가 어설퍼 보였기.. 더보기
다카하시 신 - 최종병기 그녀 최종병기 그녀 다카하시 신을 아는 만화 매니아들이 많을 텐데,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을 덧붙이는 것은 약간 우스운 일이 될까? 가끔 남성성, 여성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남성성은 이렇다, 여성성은 이렇다고 거칠게 규정하거나 규정당할 때 약간 마음이 아파질 때도 있다. 가령,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듯, 내가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왕따 당하는 느낌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 점에서 페미니즘 역시 선택적 사고라는 것은 일견 불행하면서 다행한 일이다. 가령, 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뜻 말하지 못하지만 그 대의에 너무나 동의한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넘겨두고라도 남성성, 여성성이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글쎄, 최소한 만화책을 .. 더보기
홍승우 - 비빔툰(2005) 비빔툰/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2005) 어느 때부터인가 한껏 엄숙하기만 했던 우리 사회의 중앙일간지들이 이제 시사만평뿐만 아니라 만화(코믹스)에도 조금씩 공간을 할애하기 시작했고, 이들 언론사들이 발간하는 다양한 매체에도 만화가 조금씩 터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고, 도리어 때늦은 감마저 있지만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다. 이것이 만화가 자신의 스타성 덕분이든 파워풀한 대중 매체의 영향력 덕분이든 간에 점차 만화가 자신이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고, 굳이 만화가가 스타가 되어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지만 가끔 자신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게재해주는 매체의 정치적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본래 가지고 있던 미덕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 더보기
달나무 - 달나무의 고양이방/ 북키앙/ 2003 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솔직히 말해서 요새 신경이 무척 날카롭다. 겨울이 지나갈 동안은 늘 이럴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건 나의 본능일까, 후천적으로 체득된 '드러분 승질머리'일까. 어쨌든 그런 탓인지 아내의 잔소리 탓인지 몰라도 일요일 아침 아내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아침 밥상을 차려먹은 이 기특한 서방님에게 간만에 일찍 일어나 부엌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운 죄많은 '안해(아내)'님과 토닥거렸다. 그리고 두 내외는 오전, 오후 나절을 소식 두절하고 없는 듯이 지냈다. 물론 이 '연애대전'의 전말은 늦은 오후 무렵 부부가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가면서(아내는 퍼머를 하고) 이렇다할 휴전 조인식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털갈이를.. 더보기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정송희/ 새만화책/ 2004년 성폭력에 대한 단상 - 정송희의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을 빌어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정송희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5월 "인간에게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낙관론만을 어린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문화적인 관습이 되었다" - 브루노 베텔하임 1. 있잖아. 누가 그러는데 정송희의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이런 글을 쓸까말까 하는 생각에 내내 사로잡혔음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우선 작가는 나와 동년배다. 어설픈 세대 공감론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동년배라는 것은 불운한 시대라면 불운한대로 손쉽다면 손쉬운 대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공감이 단순한 공감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