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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과학

유한계급론 - 토르스타인 베블런 | 김성균 옮김 | 우물이있는집(2005) 유한계급론 - 토르스타인 베블런 | 김성균 옮김 | 우물이있는집(2005)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2005년 초판을 손에 쥐고 있는 감흥은 약간 남다르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나온 것은 지난 1978년 “정수용”이 옮기고, “광민사”에서 펴낸 것이었다. 출간되고 얼마 뒤 이 책은 금서(禁書)가 되었고, 1987년 해금되기까지 법적으로는 읽는 것이 금지 당했다. 오늘날엔 경제학 전공자들보다는 인문 ․ 사회학 전공자들에게 더 많이 읽히는 고전이 금서가 될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찜찜하게 했던 것은 그런 부분이었다. 내가 너무 둔하여 혹시 이 책에서 금지될 만한 어떤 사유(思惟)들을 읽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존 K. 갤브레이스는 『갤브레이스가 들려 주는 경제학의 역사』(2.. 더보기
전쟁 대행 주식회사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전쟁 대행 주식회사(Corporate Warriors: The Rise of the Privatized Military)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용병(傭兵, mercenary)이란 말은 남성들에게, 의무병 제도 아래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군대 경험을 하기 마련인 대한민국에서는 특히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어느새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지만 IMF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꽤 여러 매체에서 다룬 기사 중 하나는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근무하는 어떤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제위기로 실직한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유행했던 말 가운데 하나는 군에 말뚝 박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직업군인이 되란 것이었고, 이미 군 경험을 .. 더보기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 표명렬 | 동아시아(2003)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 표명렬 | 동아시아(2003) 『나의 천년 - 발칙한 후손의 내 역사 찾기』란 책의 저자는 표정훈이다. 표정훈은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아직도 이 사람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인 사람에겐 그의 직업이 출판평론가라는 사실을 넌즈시 일러주어야 한다. 그제서야 아하, 하는 표정이라면 당신도 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낸 이 책을 지난 2004년 9월 3일자 에서 서평기사로 다뤘다. 이 기사를 쓴 이한우 기자는 최장집 교수의 제자라고 한다. 나는 이한우 기자 덕에 출판평론가 표정훈에 대해 좀더 자세한 가계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이제부터 내가 독후감을 올리고자 하는 표명렬 선생에 대해서도 함께 말이다. "나의 천년.. 더보기
전쟁의 탄생 : 누가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 존 G. 스토신저 | 플래닛미디어(2009) 『전쟁의 탄생 - 누가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KODEF 안보 총서 15 - 존 G. 스토신저(John G. Stoessinger) | 임윤갑 (옮긴이) | 플래닛미디어(2009) 전쟁 종전일이 아닌 전쟁 발발일을 기념하는 기묘한 국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동안 전쟁을 먼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여겨왔던 오만의 결과일까.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했던 2010년 한 해 동안 전쟁의 기운이 검은 안개처럼 한반도에 스며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왜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자로 연구에 전념해왔고, 의 편집자로 국제연합(UN)에서 정치국 국장으로 활동하며 현장 경험도 풍부하게 쌓았던 존 G. 스토신저(John G. Stoessinger)의 『전쟁의 탄생 - 누가.. 더보기
레드 콤플렉스 - 강준만 외 | 삼인(1997) 레드 콤플렉스 - 강준만 외 | 삼인(1997) 우리는 어떤 영화배우나, 감독들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필모그래피(filmography)’란 것을 살핀다. 필모그래피란 ‘특정 배우감독의 작품 리스트; 영화 관계 문헌’을 의미한다. 영어에서 ‘그라피(graphy)’란 말을 동양의 그것으로 바꿔보면 대략 ‘~지(誌), ~기(記)’의 뜻을 갖는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기록을 일대기(一代記)라고 할 때의 그것과 같은 말이다. 어떤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 궁금해지고,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영화보기, 영화읽기 하는 것은 오늘날 영화에 취미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해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중적인 시도인데, 종종 어떤 배우들은 그에 대해 처음 받았던 인상과.. 더보기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무인도를 꿈꾼다"는 말 속에는 단지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말은 아닐 게다. 그 말엔 존 레논의 소박한 무정부주의 찬가 "Imagine"의 노랫말처럼 도달해야 할 이상으로서의 "천국"도, 딛고 올라서야 할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려 오는 "지옥"도, 우리를 옭죄는 "국가"도, 탐욕을 부추기는 "소유"도 없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담고 있다. 나 하나쯤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서 세상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에 일탈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경우에만 아름답고, 즐거운 상상일 수 있다. 그 누구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안기관 요원들에게 끌려가 욕조물을 흠씬 들이키다 목이 눌려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보기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아침이슬(2002) 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2002 1. 유시민과 단병호 유시민이 면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의사당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 했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걔중에는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으로, 다른 한쪽에선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변죽울리기 깜짝 쇼부터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유시민의 도전이 과연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인지 아니면 그저그런 깜짝쇼로 후세에 평가받게 될지는 결국 국회의원이 된 유시민이 앞으로 어떤 실천, 행보를 보일 것이냐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의 복장이 문제가 된지 1년여가 지나는 시점에서 우리에겐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그것은 43년만에 .. 더보기
김동춘, 『전쟁과사회』, 돌베게, 2000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는 군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지 않고 있으며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전쟁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늘의 한국정치, 한국경제, 한국사회, 한국의 법과 사회심리, 이데올로기 등 모든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1. 또 다른 전쟁 한국인들(한국사회)은 전쟁 개시일을 전쟁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이를 기억(기념)함으로써 휴전체제를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라 “더 진행되어 끝을 보았어야 할 전쟁의 ‘내키지 않는 정지’ ”로 내면화시켜왔다. 이는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발생하기만 하면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이성을 상실하는 현상을 불러온다. 극한의 대결이 상호 파멸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초래할지라도 일단은 상.. 더보기
가족은 없다 다이애너 기틴스 / 일신사 / 1997년 7월 우리는 오늘날 스탈린이 엄청난 독재자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중후반 소련 인민들도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오늘날 환경문제의 심각함을 알고 있다. 과연 1950년대의 사람들도 그러했을까? 우리는 오늘날 글로벌 미디어로서 TV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과연 1952년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 최초로 1년 내내 상시 방송이 진행될 무렵, 오늘날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이 처음 발간된 1985년 무렵 이 책이 주장하던 "가족 이데올로기"의 상당수는 대한민국 사회에선 아직 낯선 이야기였고, 국내에 이 책이 번역된 것이 지난 1997년의 일이니 10년도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올해가 2005년이므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 벌써 20년 전의 일이 된다. 따라서 기틴스가.. 더보기
파시즘- 로버트 O. 팩스턴 지음, 손명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1월 파시즘- 로버트 O. 팩스턴 지음, 손명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1월 요새 나에게 주목받고 있는 신생출판사 가운데 하나가 "교양인"이다.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 스콧 터로의 "극단의 형벌", 히틀러 평전으로 유명한 요아힘 페스트의 "히틀러 최후의 14일"(이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다. 어떻게 알고... 감사) 그리고 로버트 O. 팩스턴의 "파시즘"이 그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는데, 현재 내가 알고 있기로는 모두 8종의 책을 낸 것으로 안다.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탄탄한(물질적 측면이 아니라 출판사를 꾸려나가기 위한 다른 역량-문화적 마인드, 필자 풀, 번역서의 경우엔 그걸 분별할 수 있는 식견 등) 역량이 돋보인다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도 로버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