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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어린이/청소년

존 버닝햄 -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4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마치 할아버지의 기다란 수염에 대한 천진난만한 손주의 질문, "할아버지는 잘 때 수염을 어떻게 해요? 이불 속에 넣고 자나요? 이불 밖으로 빼놓고 자나요?" 처럼 별로 고민할 일이 아님에도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의미란 것이 별 것도 아니면서 사람의 심리를 집요하게 잡아끄는 힘이 있다. 어떤 인간도 자신의 인생을 매순간 의미로 가득채우고 싶어 안달이란 점에서 인생에 무의미한 일이란 없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한 편의 시이자, 아름다운 의미론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는.. 더보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2005년)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2005년) 불경하게도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을 피터 L. 버거의 "사회학으로의 초대"를 읽다가 머리를 잠시 식힌다는 의미에서 옆으로 젖혀두었다가 붙잡고 10여분만에 읽어 버렸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에는 모두 3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원자폭탄을 사랑한 지구의 장군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이야기이며, 세 번째 이야기는 우주 탐사를 나서 작은 난장이 외계인을 만난 지구 우주인의 이야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에코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오히려 편안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렇다고 에코가 지은 .. 더보기
로버트 브라우닝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로버트 브라우닝 (지은이) | 케이트 그린어웨이(그림) | 정영목 (옮긴이) | 비룡소 | 2006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서 언제나 웃고 다니지 쿵작작 쿵작~~"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인생의 첫 노래는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였다. 하멜른의 유명한 전설을 책으로 옮긴 것이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내게 있어 피리부는 사나이는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만 있다면 언제나 홀로인 것을 감내한 채 웃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사내였다. 노래가 날 선택한 것이었을까? 내가 노래를 선택한 것이었을까? 비록 어렸을 무렵이라지만 그 때 노래란 것이 저것 하나만 있었을리 없건만, 유독 기억에 남고, 어린 시절에도 즐겨 따라 부르던 노래가.. 더보기
마법 침대(The Magic Bed) - 존 버닝햄 지음 |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2003) 마법 침대(The Magic Bed) - 존 버닝햄 지음 |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2003) 개인적으로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작품 가운데에는 교육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녹아있는 "지각대장 존"을 가장 좋아한다. 탈민족주의를 외치는 시대 조류에 부응하지는 못할 망정 헛소리로 비칠 수도 있는 이야기 한 마디해보자.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까지 하지만 같은 지역, 같은 환경, 같은 습속, 같은 문화(이때 같다는 건 절대적인 동일함을의미하진 않는다)를 공유한 이들끼리 비슷한 기질을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식의 신랄한 풍자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조나단 스위프트 식의 그런 풍자 말이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역시 나는 그런 영국식 유.. 더보기
빈터의 서커스(Wasteground Circus, 1975) - 찰스 키핑 지음 | 서애경 옮김 | 사계절출판사(2005) 빈터의 서커스(Wasteground Circus, 1975) - 찰스 키핑 지음 | 서애경 옮김 | 사계절출판사(2005) 아내가 주문한 책이 내게로 왔다. 첫 장을 넘겨본다. 칙칙한 그림이다. 그런데 참 낯이 익다. "찰스 키핑"이란 이름은 처음 들었는데, 그림을 보니 낯이 익다. 예전에 이 사람의 그림책을 본 적이 있는 것이다. "찰스 키핑"의 "빈터의 서커스"를 보면서 어째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 기억 속 어딘가 버려져있을 빈터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봄바람이 황사를 몰고 왔을 때 바라본 거리 풍경이다. 시내 한 복판에 들어차 있던 낡은 주택이며 창고들이 헐리고 생겨난 빈터에서 두 아이, 스콧과 웨인은 공을 차고 놀았다. 첫 장의 그림은 저 멀리 공장과 새로.. 더보기
100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 사노 요코 | 김난주 옮김 | 비룡소(2002) 100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 사노 요코 | 김난주 옮김 | 비룡소(2002) 시인 윤동주는 "슬픈 인연"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그의 인연은 슬프고, 미묘하며 또한 신비롭다. 그것은 "단, 단 한 번의 눈 마주침"으로 서로의 가슴에 "넓은 호수"를 만들고, 눈물을 .. 더보기
화요일의 두꺼비(A Toad for Tuesday) - 러셀 에릭슨 | 김종도(그림) | 사계절출판사 (1997) 화요일의 두꺼비(A Toad for Tuesday) - 러셀 에릭슨 | 김종도(그림) | 사계절출판사 (1997) 러셀 에릭슨의 "화요일의 두꺼비"는 아내와 함께 출타 길에 지하철 안에서 다 읽은 책이다. 덕분에 내리는 역을 깜박해서 집사람에게 질질 끌려 내렸다. 러셀 에릭슨은 미국 코네티컷 주 출신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군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아마도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던 모양인데, 30대를 넘긴 뒤부터 비로소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역시 "화요일의 두꺼비"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생들이 읽기에 적당한 내용과 형식, 120쪽의 짤막하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분량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뭐 꼭 그러란 법은 없다.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감동이 물결친다. 게다.. 더보기
그리스 신화 -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인그리 돌레르 | 최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그리스 신화 -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인그리 돌레르 | 최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집에 신화와 관련된 책자들은 나름대로 꽤 된다. 그 가운데 원작자는 같지만 번역자가 다른 그리스로마신화가 몇 종되고, 같은 원작자와 같은 번역자이지만 기획 의도에서 차이가 나거나, 출판사가 다른 경우도 꽤 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벌핀치, 이윤기 옮김(1996), 『그리스와 로마신화』, 대원사. 토마스 불핀치, 최혁순 옮김(1995), 『그리스․로마신화』, 범우사. 이윤기 편역(2001), 『벌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 창해.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1998), 『변신이야기1.2』, 민음사. 미하엘 쾰마이어, 유혜자 옮김(1999), 『신그리스 신화』, 현암사. 이경덕(2002), 『신화 읽어주는 남자』, 명진.. 더보기
수호 유령이 내게로 왔어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 김경연 옮김 | 풀빛(2005) 수호 유령이 내게로 왔어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 김경연 옮김 | 풀빛(2005) 우리 집에 굴러다니는 책 중에 헌책방에서 구한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책 "그해 봄은 빨리 왔다"란 책이 있다. 원제는 "날아라 풍뎅이" 1988년에 출간된 동서문화사의 "에이스88" 아동문학전집 중 44번째 책이다. 그리고 엊그제 집에 굴러다니는 뇌스틀링거의 책 한 권을 새로 읽었다. "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원제는 "Rosa Riedl Schutzgespenst"로 "수호유령 로자 리들" 정도가 되겠다) 였다. "이거 무슨 책이야?" 하고 책을 집어드니 집사람이 "누가 좋아하는 누구 책이야"하며 놀린다. 흐흐... 웃어주고 낼름 책을 들고 나와 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너댓 번 정도는 소리내서 웃고, 대여섯 번 정.. 더보기
아모스와 보리스 - 윌리엄 스타이그 |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아모스와 보리스 - 윌리엄 스타이그 |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아모스와 보리스"의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톰과 제리" 같은 우리 부부가 떠올랐다. 톰은 고양이고, 제리는 생쥐다. 그런데 이 둘 사이는 그렇게 단순한 고양이와 생쥐 사이가 아니다. 비록 톰은 고양이지만, 영리한 생쥐인 제리에게 늘상 골탕을 먹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한나와 조셉 바바라 콤비는 그들 자체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에 통칭 "한나 바바라(Hannah Barberra)"라고 불린다. 한나 바바라 시리즈 중 하나인 "톰과 제리"를 내 동생은 넋을 놓고 보았었다. 입에 밥 숟가락 넣는 것도 잊은 채 넋을 빼놓고 보았기에 종종 야단을 맞곤 했는데, 어렸을 때는 나 역시 동생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