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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인물/평전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 - 민윤식| 중앙M&B(2003)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 - 민윤식| 중앙M&B(2003) 내가 소파 방정환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산5번지, 지붕엔 루핑천을 두른 만화방에서의 일이었다. 이 동네는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도 나오는 것처럼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하여 살게 되었다는 광주,성남 등지에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새롭게 이주하여 터를 잡고 살아가는 변두리 동네였다. 비오는 날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고무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는 동네였다. 비만 오면 진구렁으로 변하는 마을 길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이라도 서울이라 할 수 없는 시골 촌구석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가까운 공장에 나가거나 아니면 집으로.. 더보기
티토 - 재스퍼 리들리 지음 |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2003) 『티토』 - 재스퍼 리들리 지음 |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2003) 뛰어난 전기 작가의 세 가지 덕목 오늘날 전기 작가가 주는 인상은 힐러리 클린턴이나 마돈나 같은 인물의 뒤꽁무니를 추적해 이들이 구태여 감추고 싶은 것들을 파헤쳐 가십거리를 양산해내는 옐로우 페이퍼를 연상하거나 아니면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고용된 대필 작가들이 쓰는 자서전 형태의 전기들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시기나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은 일반 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소위 잘 알려진 이들의 배꼽 아래 이야기와 같이 은밀한 장소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일들에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 탓인지 우리 사회에서 전기문학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런 인식에 변화를 주게 된 것은 『체 .. 더보기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영화에는 오마주(hommage)란 말이 있다. 창작자인 감독이 자신의 특별한 존경을 담아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 오마주는 불어로 존경과 경의를 뜻한다. 나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오마주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영화를 통해 드러내는 오마주의 방식인 "나는 당신의 인생을 닮고 싶습니다."라고 생각한다. "닮지 않았다"는 말을 한자로 쓰면 "불초(不肖)"가 된다. '불초'란 말은 "맹자(孟子) 만장편(萬章篇)"에 나오는 말로 "丹舟之不肖 舜之子亦不肖 舜之相堯 禹之相舜也 歷年多 施澤於民久 요(堯) 임금의 아들 단주는 불초하고, 순(舜) 임금의 아들 역시 불초하며, 순 임금이 요 임금을 도운 것과.. 더보기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는가"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면 공식적으로 드러난 생활들 말고, 사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책들은 어떤 한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 관계가 부부관계와 같이 보다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아주 사생활에 속하는 부분도 아니라고 하겠다.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가 선천적으로 장애(중증 뇌장애)를 가진 아들 히카리(일본말로 '빛'이란 뜻)에게 정성을 기울여 작곡가로 키워낸 이야기와 같은 사례는 지금도 우리들의 귀감이 된다. 그러나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당대의 거장으로 .. 더보기
파울 프뢸리히 -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책갈피(2000)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파울 프뢸리히 지음 | 정민 옮김 | 책갈피(2000) 1919년 1월 15일 밤 9시경. 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와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는 빌헬름 피이크와 함께 빌메르스돌프의 만 하더이더 거리에 있는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에서 린드너 중위가 지휘하는 일단의 군인들과 그 지역 시참사회 첩자였던 메링이라는 하숙집 주인에게 체포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거짓 이름을 대었으나 그들은 이미 리프크네히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뒤를 밟은 첩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칼은 먼저 시참사회 본부로 끌려갔다가 이웃의 에덴호텔로 옮겨졌고, 잠시 후 로자와 피이크도 군대의 삼엄한 경계 속에 뒤따랐다. 칼이 호텔방으로 끌려들어오자마자 그의 머리통으로 .. 더보기
역정(나의 청년 시대) - 리영희 저작집 6 | 리영희 (지은이) | 한길사 | 2006 역정(나의 청년 시대) - 리영희 저작집 6 | 리영희 (지은이) | 한길사 | 2006 여기 한 사람의 인생 역정이 있다. 언론인이자 학자,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웃어른이 남긴, 부제를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는 책이 그것이다. 그는 이 글을 집필할 때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의 향배를 결정지은 책(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비롯한 - 나 역시 그의 책들 중 가장 먼저 접한 것이기도 하다)들을 저술한 유명한 학자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사건의 '배후조종자' 혐의로 중정 지하 삼층에서 혹독한 시달림을 당했고, 그 자신이 도저히 더는 글을 쓸 수 없게 되리란 판단 아래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 이는 마치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뒤, 사기에 전념한 것.. 더보기
카트린 칼바이트 - 20세기 여인들 : 성상, 우상, 신화 20세기 여인들 - 성상, 우상, 신화/ 카트린 칼바이트 지음, 장혜경 옮김/ 여성신문사/ 2001년 아마도 이 책 "20세기 여인들"은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서 읽었던 것 같다. 독일의 여성 저널리스트 카트린 칼바이트를 비롯해 11명의 작가가 선정하고 집필한 20세기를 살아간 55인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55명의 여성을 다루다 보니 그 분야가 정치, 정치, 페미니즘, 문학, 영화, 예술, 스포츠를 비롯한 폭넓은 것이 되었다. 총 11개로 분류된 분야별 여성 중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사람이 아닌 존재들도 끼어 있는 것이 이채로왔다. 나는 그 분류가 이 책이 의도하고는 특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별도로 소개해보자면, 그것은 남근 중심 사회의 창조된 여성성을 대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을 한데 묶.. 더보기
위대한 아웃사이더:세상을 바꾼 지식인 70인의 수난과 저항-김삼웅 위대한 아웃사이더 - 세상을 바꾼 지식인 70인의 수난과 저항/ 김삼웅 지음 / 사람과사람 / 2002년 10월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회'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이룬 이래 오랫동안 인류 공동체를 지배해 나간 것은 분명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민중"이나 "인민"의 개념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조차 선뜻 이런 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좌파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도, 세상은 이름없는 무수한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만들어 나갔다고 열변을 토할 순진한 우파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다수가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제도를 완비했다고 하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회의하는 까닭은 결국 지배기구를 장악한 이들 손에 다수의 민의가 성실하게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일게다. 고대 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