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공연/음반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windshoes 2010. 10. 30. 10:18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떠올릴 때, 나는 몇몇 뮤지션들을 덩달아 떠올리게 된다. 가령 레어버드(Rare Bird)의 "Sympathy"와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The Water is Wide"와 같은 곡들 말이다. 이런 곡들을 가리켜서 일명 한국인의 All Time Request Song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단지 한 장의 앨범을, 그 중의 한 곡이 외국에서의 평가보다는 국내에서의 높은 평가로 사랑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민족 정서란 것을 아예 부인하기는 어려운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처음 들었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생 무렵이었던 듯 싶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아마도 비오는 날이었던 듯 싶다) "센토"를 듣고는 요새 식 표현을 빌자면 그야말로 "삘"이 확 와서 꽂혔다. 가령 이런 곡들 - 나의 어린 시절 음악감상에 매료되기 시작하던 초창기를 장식했던 몇몇 영화음악 - 을 제외하고도 몇몇 영화음악에서 이와 흡사한 기억들이 있다. 가령 "나자리노-When A Child Is Born"나 "빌리티스Bilitis"와 같은 곡들이 그렇다. "나자리노"의 경우엔 워낙 B급 영화였던 탓에(물론 언젠가 TV에서 해주는 걸 보고 몹시 실망한 경험이 있지만, 게다가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영화였다. 이 사실을 아시는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 흔히 보기 어려운 영화였고, 프란시스 레이가 음악을 맡었던 <빌리티스>의 경우엔 야한 영화라는 소문만 익히 들었을 뿐 아직도 보질 못했다(하긴 이제사 봐서 무엇하리오).

어쨌든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한동안 무척이나 좋아했고, 나중엔 이 곡이 수록된 그녀의 앨범을 구입하고 몹시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야말로 "센토"의 엄청난 센티멘탈을 기대했던 나에게 있어서는 나머지 곡들의 느낌이란 센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던 것이다. "센토", "센토"하니까 어쩐지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하기 전에 처음 들었던 것이라 이게 뭔뜻인지 몰랐던 게다. 물론 그때도 켄타우로스Centaurs란 말은 알고 있었고, 이 센토가 그 말이란 사실은 뒤늦게 알게 되긴 했다. 이 노래는 당시 인기 차트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다시피 했다고 하는데, 뒤늦게 우리나라 사람들에 발굴되어 지금의 올타임 리퀘스트 송이 되었다.

가사는 이렇다.

The Centaur (半人半馬)

On that hill a centaur stands, half stallion, half man,
and his hoofs are the hoofs of a stallion,,
and his strength, it's the strength of a stallion,
and his pride, the pride of a stallion.
But his tears are the tears of a man.

저 언덕위에 한 마리 쎈토가 서 있네.
반은 종마(種馬), 반은 사람.
종마 발굽에
종마의 힘에
종마의 자부심을 가졌지만
눈물만은 사람의 것이라네.

Over the hill the centaur goes,
round the mountain and back again,
a little too far from the world of dreams,
and just beyond the world of a man.

저 언덕위에 한 마리 쎈토가 가고 있네.
산을 돌아 다시 제 자리로.
꿈의 세상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곳,
사람들이 사는 세상 바로 건너 저편이라네.

Once the centaur loved a mare who rode beside him everywhere,
(They were) racing, chasing cross the fields,
(the) centaur and the wild mare.

한 때 쎈토는 암말을 사랑했다네.
날마다 그녀 곁에서 달렸드렀지.
종마와 암말은
들판을 가로질러 경주하고 따라잡고 그랬다네.

But with the racing and chasing done,
they stood silent and silent there.
But the centaur, he had words to say.
(But) the mare had only the soul of a mare.

하지만, 경주와 따라잡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조용히 서 있었지.
쎈토는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암말은 단지 암말의 영혼만을 가지고 있었다네.

Over the hill he rode on,
round the mountain and back again,
a little too far from the world of dreams,
and just beyond the world of a man.

언덕 위로 그는 달리네.
산을 돌아 다시 제 자리로.
꿈의 세상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곳,
사람들이 사는 세상 바로 건너 저편이라네.

Once the centaur loved a girl who saw his golden aspiration.
(They were) walking, whispering through the woods,
the centaur and the lovely girl.

한 때 쎈토는 그의 황금빛 포부를 알아주는
한 소녀를 사랑했다네.
쎈토와 그 사랑스런 소녀는
숲속을 걸으며 속삭였지.

But with the walking and whispering done,
they stood silent, and then they cried.
For the centaur felt the stirring breeze,
He needed someone who could ride by his side.

하지만 산책과 속삭임을 다 했을 때,
그들은 조용히 서서 울었다네.
왜냐하면 쎈토는 산들바람을 느끼자
곁에 함께 달릴 누군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지.

Over the hill, climbing the mountain and back again,
a little too far from the world of dreams,
and still beyond the world of a man.

언덕 너머로, 산 위로 다시 제자리로 달리고 있네.
꿈의 세상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곳,
사람들이 사는 세상 바로 건너 저편이라네.

On that hill a centaur stands.

그 언덕에 한 마리 쎈토가 서 있다네.


켄타우르스에 얽힌 전설은 몇 가지 버전이 있는데 아폴론과 스틸베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하고, 익시온과 헤라의 형상을 지닌 구름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그중 후자의 전설이 좀더 극적인데 왜냐하면 거기엔 친족살해와 헤라 여신과의 사랑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친족을 살해한 익시온은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신들의 나라인 올림포스를 찾았다가 제우스의 아내이자 여신인 헤라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이를 눈치 챈 제우스가 구름으로 여신의 형상을 만들어 익시온과 사랑을 나누도록 하는데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켄타우로스라는 것이다.


대체로 켄타우로스에 대한 평은 성격이 급하고, 난폭하다는 것이지만 걔중에는 케이론처럼 현자로 소문난 존재도 있어서 그는 그리스의 여러 영웅들의 스승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학을 가르친 것도 케이론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고기를 날로 먹고, 술을 즐기는 종족인데다가 사랑에도 쉽게 빠지는 편인지라 이들에 얽힌 이야기 속에는 늘 신부 약탈의 전설이 있다. 하긴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정력의 상징으로 비추었던 말이었으니 그럴듯한 성질머리일 것이다. 하여간에 이런 신부 약탈이 전쟁으로 번져 테세우스가 이끄는 인간들과의 전쟁에서 패해 먼 곳으로 유배된 존재가 된다. 켄타우로스는 하늘의 별자리 "궁수자리" 혹은 "사수자리"가 바로 그 별자리이다.

센토 - 반인반수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내 주변에서 또 하나 그렇게 시든다. 그녀는 센토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