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공연/음반

Elvis Presley - Elvis 30 #1 Hits

windshoes 2011. 6. 9. 11:35
Elvis Presley - Elvis 30 #1 Hits - BMG 플래티넘 콜렉션 (수입)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노래 / SonyBMG(수입) / 2002년 12월


영화 "MIB"엔 이런 대사가 있다. "엘비스가 죽었다구? 천만에 그는 고향 별로 돌아갔어."

1935년 1월 8일 소위 미국의 딥 사우스(deep south)인 미시시피주 미시시피 주 투펠로에서 태어나 1977년 8월 16일 숨질 때까지 엘비스 프레슬리는 살아있는 신이었다. 에드가 모랭은 그의 저작 "스타"를 통해 스타됨의 미덕이랄까, 스타의 조건을 다음의 네 가지로 규정했는데, 그것은
‘미모,젊음, 착한 이미지,초인격적 행위' 이다. 스타가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존재란 것을 "MIB"의 대사는 그들을 외계인으로 묘사함으로써 역설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란 셈이다.


굳이 에드가 모랭의 조건들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엘비스 프레슬리는 스타가 지닐만한 모든 요소를 지녔다. 미모와 젊음, 착한 이미지와 초인격적 행위들은 물론 그 삶을 마감하는 비극, 가난하고 굶주렸던 어린 시절 등 그는 과거 신화 속의 영웅이 운명을 딛고 일어섰다가 다시 몰락하는 비극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았다. 미국의 가장 진지한 뮤지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조차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한 엘비스를 본 순간 어머니에게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던가. 엘비스의 존재는 단순히 당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대에도 꾸준하게 이어져 간다. 존 레논은 엘비스의 "헛브레이크호텔(Heartbreak Hote)"을 들은 뒤의 삶은 이전의 삶과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밥 딜런 역시  "That`s All Right Mama"에 완전히 매료당했다고 말한다.



이 음반 "Elvis 30 #1 Hits"은 그런 엘비스의 베스트음반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선생은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에서 엘비스의 "Elvis' Golden Records(1958)"를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손 꼽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LP시대의 뮤지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엘비스는 존 레논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뮤지션으로 손 꼽고 있음에도 "비틀즈" 이후 세대의 사람들에겐 머리에 포마드나 바르고, 느끼하게 다리나 흔들흔들하는 엔터테이너 이상의 의미를 얻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BMG에서 제작한 이 음반은 지금의 세대에게 엘비스의 매력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획일 것이다. 디지털 세대의 귀를 움직일 수 있도록 리마스터링된 음반은 디지털 음반 제작기술의 장점을 잘 살려주고 있다.


엘비스는 흑인의 음악성을 백인의 목소리로 표현해주길 원하던 시대에 출현한 뛰어난 뮤지션이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의 58년 골든디스크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거의 전부 재수록하고 있다. 그가 군입대 이전 발표한 곡들부터 군에서 제대한 뒤 발표한 곡들까지.... 어떤 의미에서 엘비스는 그와 선배이자 경쟁자였던 프랭크 시내트라에게 패배했다. 그는 록큰롤의 신기원을 이룩했으나 이것을 좀더 밀고나가지 못하고 군 제대 이후엔 서서히 프랭크 시내트라 풍의 스탠더드 팝으로 전이해 갔기 때문이다. 엘비스는 위대했으나 선배인 플랭크 시내트라와 후배인 비틀즈 사이의 과도기 속에 놓인 다리였는지도 모른다. 엘비스는 늘 자신의 인기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는 한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소녀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마 그 또한 신이 주신 선물일 겁니다. 전 그렇게 믿어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제가 두려워 하는 게 있다면, 흡사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갑자기 들어왔다가 갑자기 꺼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그에겐 늘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압의 전류가 흘러들었다. 110V 전구에 흘러든 전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발하다 어느 순간 꺼져 버린다. 엘비스의 흔적은 그렇게 점차 잊혀져 갔으나 그가 세상에 보낸 빛은 광속의 속도로 여전히 날아다닌다.

* 리믹스된 보너스 트랙도 매우 재미있으니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