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SY/한국시
오세영 - 비행운
windshoes
2011. 8. 18. 10:02
비행운(飛行雲)
- 오세영
한낮
뇌우(雷雨)를 동반한 천둥번개로
하늘 한 모서리가 조금
찢어진 모양
대기 중 산소가 샐라
긴급 발진
제트기 한 대가 재빨리 날아오르더니
천을 덧 대 바늘로 정교히
박음질 한다.
노을에 비껴
하얀 실밥이 더 선명해 보이는
한줄기 긴
비행운(飛行雲)
출처 : 『황해문화』, 2009년 봄호(통권63호)
*
42년생 시인에게 천진(天眞)하단 말은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갈수록 오세영 시인의 시가 천진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천진해지는 시인들이 있으며 그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시인이기에 그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에 오세영 선생의 시(詩) 3편을 받았는데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이었기에 당신의 시를 받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다. 이제는 퇴임하여 명예교수로 계시지만 당신이 문학하는 학자로 펼쳐보이던 문학관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시인으로서의 당신에게는 언제나 동의할 수 있다.
노년의 천진한 시들도 여전히 빛나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