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shoes
2011. 10. 14. 10:57
이별가
-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나는 지금도 제일 처연한 시 중 하나로 신라 향가인 <제망매가>를 손꼽는데, 박목월 선생의 이 시 <이별가> 역시 못지 않다.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하는데 와락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승과 저승 사이 강은 걸어서도 건널 수 있고, 잠 자면서도 건널 수 있고, 추락하면서도 건널 수 있고, 온갖 방법으로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까운데... 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