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 대한 추억 - 신해철과 서세원
연예인에 대한 추억01 - 대마왕 신해철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보면
쌓이는 추억도 있는 법이다. "황해문화"는 인문계간지라 연예인과 인연 맺을 일이 별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편집위원들이 별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가끔 내 입장에선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한 번 청탁해보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예인에게 원고 청탁을 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 맞은 기억이 있다.
한창 헌법에 대한 논의가 많아서
황해문화 기획으로 <헌법을 말한다>란 특집을 기획하여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새로운 헌법 정신을 듣는다'는 주제로
청탁했었다. 그런데 그 무렵 무슨 일인지 신해철 씨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돌아보니 '대마왕'이란 그의 별명답게(나 역시
한동안 A서점에서 이런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ㅋㅋ) 신해철은 시비의 중심에 선 적이 꽤 많구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찌어찌하여 신해철 씨와 통화를 했는데 내가 이런저런 주제로 신해철 선생에게 그런 글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그는....
"음, 제가 말로 하는 거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글은 제 영역이 아니라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고 답하여 내심 말로 하듯 써주면 되는데 하면서 ... 몹시 아까웠던 기억이 난다. 2005년 8월 무렵의 일이다.
연예인에 대한 추억02 - 개그맨 서세원
신해철과의 인연이 원고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한 일이라면 개그맨 서세원 씨와의 일은 그가 우리에게 항의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온 일이라 기억에 더욱 또렷하게 남는다. 2001년 겨울호(통권 33호)에 실린 영화평론가 이효인의 문화비평 글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당시 이효인 선생은 '<조폭마누라> 대담 뒤집어 읽기'란 글을 게재했는데, 그 무렵엔 이른바 문화권력 논쟁이
한창 뜨거울 때였다. 당시 <조폭마누라>는 개봉 20여일 만에 전국 관객 320만명을 동원한 상업영화였다. 이효인은
서세원이 투자한 영화 <조폭마누라>를 자금력과 인맥을 동원한 문화권력으로 지칭하며 비판적인 글을 썼다.
서세원 씨가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서 자신이 어째서 문화권력자냐며, 자기는 약한 사람이니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황해문화의 계간 문화비평 꼭지는 우리가 직접 기획해서 청탁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 전담 꼭지인지라 어떤 글이 실릴지는 원고가
도착하기 전에는 알수가 없는 일이고, 따라서 이 부분은 우리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필자 개인의 입장이란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이효인 선생의 연락처를 넘겨달라고 했는데, 그 부분은 편집자가 임의대로 처리할 수 없으니 내게 연락처를 주면 문의해본 뒤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에 끊었다.
그가 문제삼은 부분은 "하지만 정말 이 영화에 관한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서세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공중파 방송에서 이 영화를 선전했다는 점이다. 그는 공식적인 소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언급되지 않아도 될 프로그램에서도 이 영화를 언급했다. 이것은 상사가 지위를 이용하여 부하 직원을 성희롱하는 것보다 더 비루한
짓이다. 그는 <조폭 마누라>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품을 만들고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공중파 방송이라는 거대한 홍보
수단을 통하여 우리들을 희롱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수익을 남기는 것이 범죄라면, 상사의 성희롱이 범죄라면, 이것
또한 분명히 범죄다."라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이런 방식의 영화나 드라마 홍보가 하도 흔해져서 문제제기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처럼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이런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어쨌든 개그계의 풍운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재능과 인기를 한몸에 받던 그였지만 이 무렵이 서세원 씨를 둘러싼 여러 풍문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던 터라 그 역시
매우 민감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이효인 선생께 전화를 했더니 전화 번호 알려주라며 도리어 역정을 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사건이 되었고, 그 역시 당시 사건들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많았던 듯 싶다. 어쨌든
이후 서세원 씨는 연예계 비리 사건, 세금 탈루, 조폭 관련 사건이니 뭐니 해서 워낙 여러 사안들이 봇물 터지듯 연일 사건의
중심이 되었던 터라 내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 모양이다. 개그맨이 아니라 목사님이 된 서세원 씨가 며칠 전 3월 12일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해서 그 시절 이야기와 관련된 오해와 해명을 했으니 좀더 자세한 내용은 그런 걸 찾아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야, 이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