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해자 - 길을 잃다 길을 잃다 - 김해자 전태일기념사업회 가는 길 때로 길을 잃는다 헷갈린 듯 짐짓 길도 시간도 잊어버린 양 창신동 언덕배기 곱창 같은 미로를 헤매다 보면 나도 몰래 미싱소리 앞에 서 있다 마찌꼬바 봉제공장 중늙은이 다 된 전태일들이 키낮은 다락방에서 재단을 하고 운동 부족인 내 또래 아줌마들이 죽어라 발판 밟아대는데 내가 그 속에서 미싱을 탄다 신나게 신나게 말을 탄다 문득 정신 들고나면 그 속에 내가 없다 현실이 없다 봉인된 흑백의 시간은 가고 기념비 우뚝한 세상 거리와 사업에 골몰한 우리 속에 전태일이 없다 우리가 없다 회의도 다 끝난 한밤중 미싱은 아직도 돌고 도는데 김해자, 『황해문화』, 2005년 겨울호(통권49호) * 내가 아직 ‘바람구두’라 불리기 전에 나는 떠돌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더보기 김해자 - 바람의 경전 바람의 경전 - 김해자 산모퉁이 하나 돌 때마다 앞에서 확 덮치거나 뒤에서 사정없이 밀쳐내는 것 살랑살랑 어루만지다 온몸 미친 듯 흔들어대다 벼랑 끝으로 확 밀어버리는 것 저 안을 수 없는 것 저 붙잡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 것 어디서 언제 기다려야 할 지 기약할 수조차 없는 것 애비에미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광대무변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허공에 무덤을 파는, 영원히 펄럭거릴 것만 같은 무심한 도포자락 영겁을 탕진하고도 한 자도 쓰지 않은 길고긴 두루마리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도 흔적 없는 저 헛것 나는 늘 그의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 작가들, 2005년 겨울호(통권 15호) 김해자 : 196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제8회 전태일 문학상..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