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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박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강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 내 마음은 깃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사람들은 마음이 오색창연하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이 펄럭인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에 바람 들었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이 어디 있냐고 묻지만 마음은 깃발, 깃대에 사로잡힌 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신이 다.. 더보기
박재삼 - 천년의 바람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 은 박재삼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1955년 으로 등단해 1997년 세상을 등질 때까지 박재삼 시인은 40여 년간의 시작 생활을 통해 '한국의 전통 서정 탐구와 허무의 시학'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아마 시인 자신은 이런 평가를 들으면 혼자 조용히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을 한국의 전통서정과 허무의 시학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한국의 전통서정은 사실 허무.. 더보기
박재삼 - 가난의 골목에서는 가난의 골목에서는 -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 박재삼 시인의 이라는 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성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시를 읽는 것은 '그럴 연(然)자'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이 시에서는 특히 "그 눈물 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