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놀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선우 - 시체놀이 시체놀이 - 김선우 배롱나무 아래 나무 벤치 내 발 소리 들었는지 딱정벌레 한 마리 죽은 척한다 나도 가만 죽은 척한다 바람 한 소끔 지나가자 딱정벌레가 살살 더듬이를 움직인다 눈꺼풀에 덮인 허물을 떼어내듯 어설픈 움직임 어라, 얘 좀 봐. 잠깐 죽은 척했던 게 분명한데 정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 같다 딱정벌레 앞에서 죽은 척 했던 나는 어떡한담? 햇빛이 부서지며 그림자가 일렁인다 아이참, 체면 구기는 일이긴 하지만 나도 새로 태어나는 척한다 햇빛 처음 본 아기처럼 초승달 눈을 만들어 하늘을 본다 바람 한소끔 물 한 종지 햇빛 한 바구니 흙 한 줌 고요 한 서랍..... 아, 문득 누가 날 치고 간다 언젠가 내가 죽는 날, 실은 내가 죽은 척하게 되는 거란 걸! 나의 부음 후 얼마 지나 새로 돋는 올..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