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수영 - 그 방을 생각하며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 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 더보기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 안토니오 그람시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 안토니오 그람시 어떤 분이 제게 '망명과 유배'란 말은 결국 '강요된 여행'의 다른 말이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망명과 유배, 그리고 감옥살이는 거주지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혹은 특정한 시공간에 사로잡힌다는 차원으로 보자면 여행이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여행을 단지 낯선 풍경에 대한 포획(capture)의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시공간에 놓인 나, 즉 자아를 발견(detection)한다는 점에서 감옥은 유형을 거친 이들의 우울한 회고처럼 '거대한 학교'일 겁니다. 그들처럼 오랫동안 자신과의 대면을 강요받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겠죠. 저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얻고, 새로운 것을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