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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강은교 - 망와(望瓦) 망와(望瓦) - 강은교 한 어둠은 엎드려 있고 한 어둠은 그 옆에 엉거주춤 서 있다 언제 두 어둠이 한데 마주보며 앉을까 또는 한데 허리를 얹을까 * 가끔 내 안의 또다른 나와 분투를 벌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다투는 건 아니어도 우리는 매순간 수많은 생각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또다른 나와 그 또다른 나를 의식하며 존재하고 있는 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몰한다. 우리가 프로이트에게 고마워 해야 할 것은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더이상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악귀나 악령이 아니라 그 어둠조차 또한 나라는 것을 긍정할 수 있도록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강은교 시인의 에서 어둠은 서로 포개어진 기와 한 쌍이란 점에서 같은 존재이면서 개별적으로 호명된다. 이.. 더보기
강은교 - 사랑법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진부(陳腐)하다"는 말이 있다. 케케묵고 낡았다는 뜻이다. "늘어놓을 진"에 "썩을 부"를 쓴다. 두 글자 모두 "묵은"이란 뜻이 있다. 가령, 내가 누군가와 10년을 사귀었다면 그는 나에게 오래 "묵은" 사람이다... 더보기
강은교 - 별 별 - 강은교 새벽 하늘에 혼자 빛나는 별 홀로 뭍을 물고 있는 별 너의 가지들을 잘라 버려라 너의 잎을 잘라 버려라 저 섬의 등불들, 오늘도 검은 구름의 허리에 꼬옥 매달려 있구나 별 하나 지상에 내려서서 자기의 뿌리를 걷지 않는다 * 1945년 함남 홍원 출생.연세대 영문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 박사. 동아대 국문과 교수. 제 2회 한국 문학 작가상 수상. 1968년 '사상계'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집'이 당선되어 등단함. 윤상규, 임정남, 정희성, 김형영 등과 '70년대' 동인으로 활동함. 주요 시집으로는 '허무집'(1971), '풀잎'(1974), '빈자 일기'(1977), '소리집'(1982), '붉은 강'(1984), '우리가 물이 되어'(1986), '바람 노래'(19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