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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김경미 -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 김경미 아무리 말을 뒤채도 소용없는 일이 삶에는 많은 것이겠지요 늦도록 잘 어울리다가 그만 쓸쓸해져 혼자 도망나옵니다 돌아와 꽃병의 물이 줄어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꽃이 살았으니 당연한데도요 바퀴벌레 잡으려다 멈춥니다 그냥, 왠지 불교적이 되어 갑니다 삶의 보복이 두려워지는 나이일까요 소리 없는 물만 먹는 꽃처럼 그것도 안 먹는 벽 위의 박수근처럼 아득히 가난해지길 기다려봅니다 사는 게 다 힘든 거야 그런 충고의 낡은 나무계단 같은 삐걱거림 아닙니다 내게만, 내게만입니다 그리하여 진실된 삶이며 사랑도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 아주 이기적으로 좀 밝아지는 것이겠지요 * 시를 읽는 일이 쉬울 때는 마음이 가을 안개처럼 야트막하게 가라앉아 아무런 잡생각 없이 눈 앞에 시만 보일.. 더보기
김경미 - 바람둥이를 위하여 바람둥이를 위하여 - 김경미 1 걷지 못하는 민들레가 바람을 만나니 걷잖아 탁 ! 터져서 간음 없는 마음이 흔하랴 그런 거야 욕하지 마 바람둥이들 한번 누운 곳 정 못 들이는 지상에서 영원히 단잠 못 이루는 2 욕하지 마 먼지처럼 어디에나 몸을 묻히는 마음 아세톤처럼 어디에서나 쉽게 마음 휘발되는 몸의 사랑 고단하게 귀한거야 * '바람둥이'란 말은 치욕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김경미 시인은 그 고단함을 아는 모양이다. "한 번 누운 곳 정 못 들이는 지상에서 영원히 단잠 못 이루는" 바람둥이는 어쩐지 바그너의 오페라 같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하였으므로, 아니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였으므로 그는 영원히 지상에 오를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 떠돌이가 되어 폭풍우치는 바다 위를 떠돈다. 누군가에겐 .. 더보기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1 나는야 세컨드1 -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 더보기